변질된 사외이사 제도 '신규선임 40%가 청와대 등 출신'재벌 전횡을 감시하고 감독해야 하는 사외이사 제도, '정경유착 비호로 변질'재벌들의 전횡을 감시하고 감독해야 하는 사외이사 제도가 고질적인 병폐중 하나인 정경유착을 비호하는 비정상적인 제도로 변질된지 오래다. 10대 재벌들이 올해도 예외 없이 신임 사외이사를 선임하면서 예년보다 더 노골적으로 청와대 등 권력기관 출신을 영입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0대 재벌 상장사들이 올해 재선임하거나 신규선임하는 감사와 감사위원 21명 중 권력기관 관계자 출신 인사는 9명으로 전체의 42.9%를 차지했다. 사외이사로 영입된 권력기관 출신들은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해 오다 퇴직 후 재벌들이 만들어준 사외이사 자리에서 관계 기관 후배들에게 '전관예우'를 내세우며 기업에 대한 사정을 방어하는 방패 막이로 나서게 된다. 9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10대 재벌그룹들이 올 해 선임하는 신임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은 전직 청와대 수석이나 장차관, 검찰, 국세청, 공정위 등 권력기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가 있는 10대 재벌그룹 상장사 93개사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선임 또는 신규 선임하는 사외이사는 일부 중복 사례를 포함해 모두 126명이다. 출신 직업별로 보면 교수가 전체의 38.1%인 48명으로 가장 많다. 이밖에 기업인 22명, 공무원 11명과 장·차관 6명, 판·검사 11명과 변호사 5명, 국세청 9명, 금융감독원 3명, 공정거래위 3명 등이다. 이중 청와대 등 정부 고위관료나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사법당국 등 소위 '권력 출신'은 46명으로 전체의 3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선임을 제외한 신규선임 사외이사들만 따질 경우에도 전체(69명)의 40.6%인 28명이 권력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과 SK가스는 나란히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할 계획이다. LG상사는 김정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은 SK텔레콤 사외이사로, 정동기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은 롯데케미칼 사외이사로 내정됐다. LG는 윤대희 전 대통령 경제정책수석비서관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며, SK가스는 신현수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재선임할 계획이다. SK네트웍스는 허용석 전 관세청장을, 한화는 황의돈 전 육군 참모총장을 선택했다. 국세청 출신으로는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롯데쇼핑으로, 이승재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은 SKC솔믹스, 임성균 전 광주지방국세청장은 HMC투자증권, 김용재 전 중부지방국세청 납세자 보호담당관이 롯데칠성음료 등에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된다. 롯데손해보험은 강영구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삼성카드는 양성용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하며, 현대중공업은 이장영 전 한국금융연수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계획이다. 그룹별로는 롯데가 선임한 권력 및 그룹 관계자 출신 사외이사의 수가 13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SK(12명), 현대차(10명), 삼성(6명), 한화(5명), LG(4명), 두산(3명) 등의 순이다. 이러한 문제는 올해 선임되는 감사 및 감사위원에서도 비슷한 실정이다. 삼성증권은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송경철 전 금감원 부원장을, SK C&C는 이용희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공사를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한다. 재계가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로 사외이사와 감사, 감사위원으로 채우는 것은 해마다 반복돼 온 일이지만 올해는 그러한 분위기가 더욱 노골적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검찰 수사와 국세청의 전방위 세무조사 등 압력이 강하고,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계속되면서 관련법도 강화되는 추세인 만큼 바람막이로써 권력 출신 사외이사와 감사 등을 다수 선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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