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회장들 대가성 부인해도 뇌물죄 성립 가능
전두환 노태우 때도 대가성 부인했지만 포괄적 뇌물죄 적용해 처벌
서울의소리 | 입력 : 2016/12/07 [18:32]
재벌 회장들이 청문회에 출석해 출연금의 대가성을 한결같이 부인했다. '대가성'이 있었다면 출연금이 '뇌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뇌물공여죄 적용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뇌물죄 성립은 뇌물공여자 본인의 대가성 인정 여부와 별 관련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내일신문에 따르면 20여년전 전두환 노태우 뇌물수수사건에서도 돈을 준 재벌 총수들은 '대가관계가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포괄적 뇌물죄'적용해 처벌했다.
당시 법원은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국무총리 및 행정각부의 장을 비롯한 공무원 등에 대한 임면권을 가지고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 감독하여 정부의 중요정책을 수립·추진하고, 국무총리와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명령이나 처분을 중지 또는 취소할 수 있는 등 모든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한편 (중간 생략) 각종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체들의 활동에 있어 직무권한상 또는 직무와 관련하여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법원은 "기업체의 활동에 대해 법령상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방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의 직무권한을 기업인들이 의식한 상태에서 (중간 생략) 금원이 수수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 및 대가성을 부인하는 주장은 이유없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방대한 직무권한을 고려할 때 '대가성' 입증이 오히려 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대가성에 대한 입증은 크게 어렵지 않다. 박근혜가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면담해 듣거나 전경련을 통해 서류로 접수받은 사실이 확인됐고, 이 사항들이 실제 추진되는 과정에서 미르와 K스포츠재단 모금이 이뤄졌다는 점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안종범 공소장에 박근혜가 재벌기업들에 모금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박근혜는 취임직후인 2013년 7월 재벌규제를 담은 경제민주화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재벌 총수일가로부터 독립적 이사와 감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제 단계적 의무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박은 그해 8월 재계 총수와 만나 그들의 우려를 듣고 상법개정안 추진을 보류했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모금이 이뤄졌던 2015년 하반기와 2016년 상반기, 재벌그룹들은 '원활한 투자를 위한 규제완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정부는 이에 발맞춰 노동법 개정과 규제프리존 제도 도입, 기업구조조정 특별법(일명 원샷법) 제정 등을 추진했다. 대통령은 직접 전경련이 주도한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운동에 참여해 서명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는 재벌그룹총수와 개별면담을 전후해 개별 그룹의 민원을 접수하기도 했다. 재벌총수 독대 전 '당면 현안' 접수, 면담 직후 거액의 출연금 제공이 확인되는 상황에서 뇌물죄 적용은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단지 이번 사건은 20년 전과 달리 박근혜가 직접 돈을 받지 않았다는 문제는 있다. 하지만 박근혜가 직접 돈을 받지 않았더라도 두 재단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다면 이를 통한 출연금 모금이 뇌물수수에 해당할 수 있다.
3일 국회에 제출된 박근혜 탄핵안에도 '두 재단은 박근혜와 최순실이 인사 조직 사업에 관한 결정권을 장악해 사실상 지배하고 있어 박근혜의 행위는 형법 129조의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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