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3·1절 기념식서 작심한듯 ‘빨갱이’ 다섯번 언급“‘빨갱이’ 낙인은 친일잔재… 100년 묵은 혐오의 굴레 벗자”문재인 대통령이 1일 한국 사회의 대표적 금기어인 ‘빨갱이’라는 단어를 정면으로 언급하며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 잔재”라고 밝혔다. 이런 색깔론을 넘어서야 새로운 100년이 열릴 수 있다고 호소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빨갱이’라는 표현이 해방 전후 좌우 이념 대립과 냉전 시대의 산물이 아나라 일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이 단어를 대표적인 친일 잔재라고 겨냥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빨갱이’를 다섯번 언급하며 우리 안의 혐오와 분열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비극적 한국 현대사가 낳은 문제적 단어이기도 하지만, 현재까지도 국민을 가르는 대표적 표현으로 사용되는 만큼 이를 넘어서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최근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극우 인사들이 ‘북한 특수부대 투입설’ 등을 주장하며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또 대선과 총선, 남북관계 등 주요 사건마다 어김없이 등장해 극심한 국론분열을 일으킨 색깔론의 폐해를 거듭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대통령은 “일제는 독립군을 ‘비적’으로, 독립운동가를 ‘사상범’으로 몰아 탄압했다. 여기서 ‘빨갱이’라는 말도 생겨났다”며 “사상범과 빨갱이는 진짜 공산주의자에게만 적용하지 않았고 민족주의자에서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까지 모든 독립운동가를 낙인찍는 말이었다”고 말했다. “좌우의 적대, 이념의 낙인은 일제가 민족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사용한 수단이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빨갱이’라는 일제의 잔재가 현대사의 고비마다 우리 사회를 굴곡지게 한 족쇄로 작용했다고 짚었다. 그는 “해방 뒤에도 친일 청산을 가로막고, 양민학살과 간첩조작, 학생들의 민주화운동에도 국민을 적으로 모는 낙인으로 사용됐다”며 “해방된 조국에서 일제 경찰 출신이 독립운동가를 빨갱이로 몰아 고문했다. 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로 규정돼 희생되고 가족과 유족들은 사회적 낙인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다”고 했다.
그는 현재까지도 ‘빨갱이’라는 증오와 혐오의 단어가 사회통합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하며 “우리 마음에 그어진 ‘38선’은 우리 안을 갈라놓은 이념의 적대를 지울 때 함께 사라질 것이고, 서로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버릴 때 우리 내면의 광복은 완성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연설문 준비 과정에서, 청와대 안에선 대통령 공식 연설에 ‘빨갱이’란 자극적인 단어를 굳이 선택해야 하는지를 두고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정면으로 문제를 돌파해야 한다며 관철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빨갱이란 단어는 기본적으로 우리 내부를 갈라놓는 용어가 아니냐”며 “문 대통령이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향후 100년과 사회 통합을 말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여겼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앞으로 펼쳐질 북한과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의 협력 과정에서도 ‘종북’ 등의 색깔론을 넘지 못하면 고비를 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
문대통령은 2013년 펴낸 책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도 ‘종북좌파’ 논란에 관해 “국민을 분열시키면서 공존을 거부하고 남북관계 발전을 가로막는 사악한 프레임이다. 대결 정치, 증오 정치의 산물”이라고 적었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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