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키미스트 프로젝트, ‘1분 충전에 600km 주행 전기차’ 가능한가?‘도전적 기술 개발’ 취지 좋지만 예산 낭비 경계해야…향후 확대는 과학 연구 방향으로 지난 3월 26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는 ‘산업계 최대의 난제에 도전한다’는 취지의 ‘알키미스트(Alchemist·연금술사)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후 공모 등 과제 선정 절차를 거쳤고 7월 8일 산자부가 프로젝트의 신규지원 대상과제를 공고했다.
현재 양산되는 전기차의 평균 연비는 대략 1kWh 당 6km 정도이므로, 1회 충전으로 600km의 거리를 주행하려면 단순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경우 100kWh 정도의 배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100kWh 배터리의 정격 용량(전하량)은 배터리 전압이 400V일 경우 약 250Ah이며, 100kWh의 배터리를 1분에 충전하기 위해서는 6000kW(6메가와트)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충전기가 필요하다. 요구되는 전력은 원전 1기의 설비용량인 1000메가와트의 0.6%에 해당한다.
최근까지 ‘1년에 2배’와 같이 기하급수적인 용량 증대를 이루었던 반도체 분야나, 지금도 날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과 달리, 전기는 물리적 한계로 인해 급격한 개선이 불가능하다. 업계 선두로 불리는 업체의 수십 배 속도를 수 년 내에 달성한다는 것은 어쩌면 ‘몽상’일지도 모른다. 다른 분야의 과제들 또한 마찬가지로 무모하고 모험적이다.
지금까지 단기 성과만을 요구하는 R&D에 대해서는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다.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을 것으로 믿는다. ‘평가 없는 지원’은 길게 보면 우리나라 R&D가 가야 할 방향일 수도 있다. 비현실적으로 보일지라도 초고난도 문제에 도전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현대 산업을 떠받치는 공학·기술은 옛날처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기초과학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인 역량에서 나온다는, 뻔하지만 당연한 사실을 다시 꺼내야 하겠다. 이러한 전사회적 역량이 부족하다 평가되는 우리나라에서, 정부 주도의 이러한 프로젝트는 자칫 ‘한탕주의’로 빠질 수도 있다. 목표가 너무 높고 평가는 하지 않으니, 처음부터 달성 불가능을 전제로 활동할지도 모를 일이다. 활동 과정에서 좋은 부수적 결과물이 나올 수 있으나, 안 나오고 예산 낭비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산자부는 내년에도 과제를 선정해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과학 분야로 확대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 중이며, 앞으로 과기부와 함께하며 투자 규모를 6000억원까지 확대하고자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기술 개발은 경제 논리를 따르는 기업에 맡기고, 여러 연구주체들과 함께하는 과학 연구 프로젝트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한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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