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나경원과 부부 동반 식사자리에서 심한모멸감 느껴
■ 서울대 법대 출신 친목 모임에서 홀로 소외감..이후 분노의 질투
■ 친목 모임 이후 나경원 취임식에도 초청받지 못하는 등 홀대받아
■ 나, 정치적 중량감에 비해 당대표 후보군에도 언급 안 되고 있어
올해 5월 10일 거행된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에는 김건희 여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로 본국 일부 언론 등에서 취임식 초청자 명단을 확보해 윤 대통령의 장모 최아무개씨의 사문서 위조 공범과 대통령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낸 김 여사의 지인 등이 “여사님” 초청으로 취임식 참석 명단에 올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권 전 회장은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인물이자 김 여사와 과거 관계에 있어서도 의심을 받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정작 취임식 초청이 당연했던 인사들은 초청을 받지 못해 서운함을 표시한 바 있는데, 대표적 인물이 바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다.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문으로 오랜 지인이자, 여당 원내대표까지 했던 거물급 정치인이다. 하지만 정작 그는 취임식에 초청받지 못해 자신의 SNS를 통해 서운함을 표한 바 있다.
이후에도 그는 자신의 정치적 체급에 걸맞지 않게 현 정권에서 홀대 받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김건희 여사와의 불편한 관계가 자리잡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김 여사가 당선인 시절 나 전 의원과 함께 했던 부부 동반 식사 자리에서 상당한 모멸감을 느낀 후 윤 대통령으로 하여금 나 전 의원에게 주요 보직을 주지 말 것을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윤석열 정부 여자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김건희 여사와 나경원 전 의원의 관계를 <선데이저널>이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부부 동반 식사 자리에서 김건희 여사와 처음 마주했고, 이 자리에서 미묘한 긴장감이 돌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서울대 법대 동문들 3명 사이에 참석한 그가 상당한 열등감을 느끼면서 그 화살이 고스란히 나 전 의원에게 향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나 전 의원은 취임식에 초청받지 못했고, 애둘러 서운함을 표했다. 뿐만 아니라 나 전 의원은 지난 7월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김 여사의 팬클럽인 ‘건희 사랑’을 정면으로 저격하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김건희 여사 팬클럽이 정말 눈에 거슬린다”라며 “정치적 발언을 해서 이게 김 여사 발언으로 오인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저격했다. 나 전 의원은 “다행히 김 여사께서 팬클럽의 발언은 본인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부분은 빨리 선을 그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고 팬클럽만 저격했지만, 당시 팬클럽은 김 여사의 활동 사진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는 등 김 여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곳이다. 어쨌든 이 날 식사 자리 이후 김 여사는 윤 대통령에게 나 전 의원을 가급적 주요 보직에서 제외할 것을 권했고, 현재까지는 그의 정치적 무게감에 비해 이런 주문이 실현되고 있다는 평가다.
40년 인연이 질투로 악연
윤석열 대통령과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 그리고 나 전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판사는 모두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서울대 법대 학번은 윤 대통령이 빠르지만 사시 기수는 나 전 의원이 앞선다. 특히 윤 대통령과 나 전 의원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일대에서 함께 고시 공부를 할 정도로 가까웠으며 세 사람은 각각 검사와 판사로 일하면서도 일년에 한 두번은 사석에서 만날 정도로 가깝게 지낸 사이로 알려졌다.
특히 윤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른 이후로는 서교동 한 술집에서 다른 서울대 법대 동문들과 함께 정기 모임을 할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과거에는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경원아’라고 부르고, 나 전 의원을 윤 대통령에게 ‘오빠’라고 불렀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이 현 남편인 김재호 판사와 결혼한 이후 나 여사라고 불렀다고 한다. 어쨌든 세 사람은 이후에도 꾸준히 가깝게 지냈다. 실제로 과거 나 전 의원이 딸의 성신여대 부정입학 문제로 검찰에 고발당했을 때 검찰은 이 사건을 오래 뭉갰고 끝끝내 무혐의 처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있던 2020년 12월 2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7부(이병석 부장검사)는 나 전 의원의 딸과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단법인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등과 관련해 시민단체 등이 고발한 13건에 대해 모두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나 전 의원이 딸의 성신여대 성적을 정정했다는 혐의와 조직위·SOK 예산 집행 비리 혐의 등과 관련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또 나 전 의원 딸의 대학 입학 비리 의혹과 조직위 비서 채용, 스페셜 올림픽 개·폐막식 예술감독 선정 문제에서도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돼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지난달에는 나 전 의원이 SOK 회장으로 재직할 때 지인의 자녀를 부정 채용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고발 건을 무혐의로 종결했다. SOK는 스페셜위원회와 대한지적장애인스포츠협회가 통합해 출범한 단체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매년 30억원 가까이 지원받는다.
나 전 의원은 2011~2016년 이 단체 회장을 맡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난 직후 나 전 의원의 딸 김씨가 SOK 당연직 이사로 취임한 바 있다. 검찰은 이에 앞서 나 전 의원의 아들 관련 의혹도 대부분 무혐의 처분했다. 나 전 의원의 아들 김씨가 고교 재학 중 국제학술회의 논문 포스터(연구발표문)에 제 1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과 관련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사력 다해 尹 돕고도 홀대
정치권에는 나 전 의원이 훨씬 먼저 입문했고,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나서기 전까지 정치와는 거리를 둔 채 살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보수 진영 블루칩으로 떠오르면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정치권 인사들이 그를 도왔는데 나 전 의원도 대표적 인물 중 하나다. 나 전 의원은 전력을 다해 윤 대통령 당선을 도왔고,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 중 하나였다.
하지만 정작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 취임에 참석받지 못할 정도로 홀대를 당했다. 나 전 의원은 이런 서운함을 공공연한 자리에서 토로했다. 그는 올해 지방선거가 끝난 후인 6월 2일 작신의 페이스북에 “지방선거도 이제 끝났다. 3월 9일 대선에 이어 정권교체의 완성을 위해 쉼 없이 달렸다. 내 스스로 나의 노고를 고맙게 생각한다. 어제부터 드디어 온몸은 두들겨 맞은 듯 아프고, 모든 뼈마디는 사근사근 쑤시기 시작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당연한 엄중한 책무라 생각하기에 다보스포럼에 다녀와서는 허겁지겁 그동안 못한 것을 벌충이라도 하는 것처럼 뛰어 다녔다. D-2일은 울산, 하남, 중량으로, D-1일은 양평, 강동, 부천, 영등포, 그리고 동작”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강 생각도 하라고 권유하는 분들도 있지만, 현장에서 마주하는 절박한 눈물 또는 뜨거운 응원을 외면할 수 없어서 늘 남은 마지막 에너지까지 쏟아 붓는다.
특히 우리 지역 동작은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전원 당선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내 지역을 지키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나 전 원내대표는 “그래 난, 좀 미련한가보다. 그저 당과 국가를 위해서는 나를 위한 계산은 미루어 둔다. 대통령 취임식 날, 신라호텔 리셉션은 꿈도 꾸지 않았고, 로텐더홀의 리셉션은 물론 단상 천 명의 좌석 한 장도 배정받을 수 없었던 나는 텔레비전으로 취임식을 보면서 ‘그래 새 정부 출범이 고맙지’ 하면서 스스로 위로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하긴 정몽준 전 당 대표께서도 초청장 한 장 못 받으셨다 하니…우리 당은 이것도 문제다. 역사가 있는 정당인데, 역대 당 대표는 흔적도 없으니”라면서 거듭 아쉬운 마음을 표했다. 나 전 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6월 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취임식 날, 1000명의 내빈이 앉는 단상에도 내 자리는 없었다. 지역 당원협의회에 나온 30장의 초대장 중 하나를 받는 정도였다. 나중에 보니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도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더라. 섭섭함도 있었다. 나는 윤 대통령의 마지막 유세 현장인 시청광장에서 윤 대통령의 부탁으로 무대에 올랐던 사람이다. 대선 때는 링거까지 맞아가며 윤 대통령을 열심히 도왔다. 윤 대통령이 86번 유세 갈 때, 나는 88번 갔다더라. 그래도 지방선거까지 모두 다 이기니 다행이다 싶은 마음밖에 들지 않는다”고 이어서 서운함을 토로했다.
김건희 치맛자락의 위력에 눌려
일각에서는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에 다보스포럼 특사로 파견을 나가고 취임 후에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기 때문에 중책을 맡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나 전 의원의 정치적 무게감을 따지면 사실상 방구석에 처박아 놓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나 전 의원은 수도권 4선을 한 데에다 원내대표까지 지낸 여당 대표 여성 정치인이다.
비록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이 대통령이고 부위원장은 장관급이긴 하지만 과거 2명의 위원장을 보면 나 전 의원과 비교해서 이름값이 훨씬 떨어진다. 그만큼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현 정부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해명할 수도 있지만, 이 자리가 명백한 한직이며 지난 정권에서는 중진 의원들 대부분이 거부한 자리다.
또한 나 전 의원 역시 현 정부에서 당 대표를 비롯한 보다 중량감 있는 자리를 원했으나 여당 패권은 윤핵관들이 주름 잡고 있다. 사실 윤핵관은 나 전 의원보다 이름값이나 정치 경력에서 밀리지만 그들이 나 전 의원보다 나은 것은 김건희 여사를 형수로 부르며 사이좋게 지낸다는 점이다. 이런 에피소드들은 결국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치맛자락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소문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실세가 누구인지를 추측할 수 있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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