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어머니 “죽고나서 태극기 덮어주면 뭐하냐..내 돈으로 구명조끼 입힐겨"경북 예천 내성천 급류에서 수색작업하다 실종된 해병대원, 결국 숨진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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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군 호명면 황지리 내성천 일대에서 산사태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던 채수근 해병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19일 동료 해병대원들이 망연자실한 채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급류에 구명조끼도 없이 수색 작업에 나섰던 채일병은 이날 밤 11시경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연합뉴스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도 없이 수해현장 실종자를 수색하던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소속 채수근(20) 일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끝내 숨진채 전날(19일) 오후 11시경 발견됐다. 이제 스무살, 입대한 지 겨우 2개월 밖에 되지 않은 청년이었다.
사고 당시 투입된 대원들이 구명조끼는 물론 최소한의 보호장구도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해병대가 무리한 수색작업을 펼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고 채수근 일병에 대해 "순직을 진심으로 애도한다"라고 밝혔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다신 이런 일이 재발않도록 하겠다"라며 "고 채수근 일병에겐 국가유공자로서 최대한 예우를 갖추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이날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종자 수색 도중 채일병이 사망한 사건에 관해 국방부 장관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아울러 사망한 해병대원과 같이 예천군 수해 현장에 투입된 아들을 둔 자신의 지역구인 전주에서 걸려온 한 어머님과의 통화 내용을 전했다.
강성희 의원은 “‘살려주세요’라고 절규하며 떠내려가던 채일병에게는 의지할 수 있는 아무런 안전장비가 없었다”라며 “2023년에 일어난 일이 맞는가? 거센 물살이 이는 강에 들여보내면서 구명조끼 입힐 생각도 하지 않았냐”라고 따져 물었다.
강 의원은 "오늘 전주의 한 어머님이 제게 전화를 하셨다. 해병대원인 이 분의 아들 역시 예천군 수해 현장에 투입됐다. 연락이 잘 닿지 않는 아들의 전화를 기다리며 하루 종일 우셨다고 한다. 그러면서 제게 말씀하신다. '죽고 나서 태극기 덮어주면 뭐 하냐', '살아 있을 때 구명조끼 입혀야지'"라는 말을 전했다.
강 의원은 "사회복지관에서 일하시는 이 분의 한 달 월급이 250만원이라 한다. 국방부가 아들들에게 입힐 구명조끼 살 돈도 없느냐면서, 200만원으로 구명조끼 사 가지고 해병대에 가시겠다고 한다. 국방부, 해병대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으니, 택배로 부치지도 않고 당신께서 직접 들고 가시겠답니다. 그래서 당신 해병대원인 당신 아들 살아 있을 때 구명조끼 입히시겠답니다"라며 앞으로도 수해현장에 투입될 아들의 안위에 불안한 어머니의 절박한 심정을 전했다.
한편 숨진 채일병의 부친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물살이 세고 어제까지만 해도 비가 쏟아져 내렸다. 그런데 왜 구명조끼를 안 입혔냐?"라며 "구명조끼가 그렇게 비싼가? 왜 구명조끼를, 물살이 얼마나 센데, 이거 살인 아닌가요. 살인"이라고 통곡했다.
채일병의 이모는 "시험관 시술을 몇번이나 해서 어렵게 얻은 조카다. 얼마나 착하고 얌전하고 예쁘고 똑똑한 아이인데..."라며 "해병대도 조카가 원해서 지원해 간 것이다. 숙소 안에서는 동생(A장병의 모친)이 울고불고 난리다. 할머니한데는 말도 하지 못했다."라고 흐느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해병대 병사 실종은 무리한 임무 투입으로 발생한 인재"라고 밝혔다. 센터는 "최초 신고자에 따르면 사고 당시 해병대 병사들은 구명조끼 없이 장화를 신고 일렬로 천에 서서 실종자 수색 임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일부 대원은 허리까지 물에 잠겼다고도 한다"라며 "이러한 신고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인재(人災)"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