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윤재식 기자]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가 부부싸움이 원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고인의 죽음을 모욕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지난해 11월 28일 카타르 월드컵 한국-가나 대표팀 경기 전 훼손된 가나초콜릿 게시물을 올린 후 논란이 되자 이를 삭제한 후 새롭게 올린 냉면먹는 모습을 담은 게시물 ©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 페이스북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재판장 박병곤)은 10일 사자명예훼손. 정보통신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정 의원에게 징역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정 의원은 지난 2017년9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사인 대해 ‘권양숙 여사와 아들이 박연차 씨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 여사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자 정 의원은 게시물을 삭제하고 다시 “노 전 대통령 비극적 결심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때문이었다는 박(원순) 전 시장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올린 글”이라는 해명 글을 올렸지만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 씨 등이 정 의원을 고소했다.

▲ 노무현 대통령 11주기 추모식 당시 모습들    ©은태라 기자

이후 검찰은 지난 2021년9월 정 의원을 벌금 500만 원에 약식기소 했지만 법원에서 정식공판 절차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지난 2022년11월 해당 사건을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재판부는 “유력 정치인인 정 의원은 구체적 근거 없이 거칠고 단정적인 표현으로 노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정 의원이 SNS에 올린 글 내용은 거짓이고,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도 없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 당시 노 전 대통령 부부는 공적 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웠고, 정 의원의 글 내용은 공적 관심사나 정부 정책 결정과 관련된 사항도 아니었다”라며 “정 의원의 글 내용은 악의적이거나 매우 경솔한 공격에 해당하고, 그 맥락이나 상황을 고려했을 때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도 없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던 지난해 겨울 정진석 의원이 연탄재를 얼굴에 뭍이고 있는 모습    ©YTN 캡쳐

재판부는 합리적 이유 없이 검찰 수사가 매우 느리게 진행된 것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재판부는 "검찰 수사가 매우 느리게 진행됐다"고 지적하면서 "정 의원이 어떤 형태로든 (검찰의 느린 수사로) 불이익을 봤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검찰의 주장과 달리 이를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건 후 정 의원을 500만 원에 약식기소 했던 검찰은 지난 달 22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도 정 의원에게 약식기소 때와 같은 벌금 500만 원만을 구형했었다.

판결 후 정 의원은 “감정 섞인 판단이었다”고 반발하며 항소를 예고했다.

▲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지난해 11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찢어진 가나초콜릿 사진을 게재했다가 논란이 되자 당일 삭제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페이스북 캡쳐

한편 정 의원은 이번 노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이외에도 자신의 SNS에 남긴 글로 많은 논란과 파장을 부르기도 했다.

실제 친일파 후손인 정 의원은 지난해 8월11일 페이스북에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라며 일본 식민사관적 주장을 해 사회 전반에 파장을 불러왔었다.

또 같은 해 11월28일에도 카타르 월드컵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가나 전을 앞두고 “가나 오늘 밤 요렇게 찢어 주마^^"라는 글과 박살난 가나 초콜릿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인종차별 및 외교 논란을 일으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