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은 참으로 많은 뉴스가 쏟아져 나온 날이다. ‘쥴리논쟁’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안해욱 전 초등태권도연맹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었고, 반면에 한동훈이 전 아주 경제신문 장용진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1억 소송에서 패소하였다. 두 사건은 매우 상징적으로 수구들에게는 경고인 셈이다.
겉은 증거인멸, 도주 우려 없다, 속은 긁어서 부스럼
2월 1일 중앙지법에서 ‘쥴리 논쟁’을 일으킨 안해욱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렸는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기각 이유로는 “피의자 주거가 일정하고 본건과 유사한 공소사실에 대해 진행되고 있는 불구속 형사 재판에 빠짐없이 출석하고 있으며, 동영상 파일 등 피의자 진술에 관한 물적 증거가 확보돼 이에 대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법원이 밝힌 기각 사유는 타당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숨어 있다고 본다. 그 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쥴리논쟁은 하면 할수록 김건희가 불리해지기 때문에 (2) 쥴리가 누구인지 모르던 국민들도 보도를 통해 알게 되기 때문에 (3) 본 것을 봤다고 한 것이 죄가 될 수 없기 때문에(기억엔 죄가 없다) (4) 만약 안해욱 회장이 구속되면 민주 진영 유튜브가 쥴리논쟁을 더 반복할 것이고, 그것이 총선 이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5) 명품수수 사건까지 겹쳐 이미지가 더욱 안 좋아지기 때문에 (6) 쥴리를 보았다는 다른 증인들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증거가 없는 송영길도 구속시킨 법원이 마음만 먹으면 안해욱 회장을 구속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경우 위의 여섯 가지 이유 때문에 손해만 본다는 것을 김건희 측도 알고 있을 것이다. 괜히 긁어서 부스럼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걸 ‘코끼리는 말하지 마’라고 한다.
그들은 단지 안해욱 회장이나 민주 진영 유튜브에서 더 이상 쥴리논쟁을 일으키지 말라고 협박한 것일 뿐이다. 그런데 안해욱 회장이 어디 그런 협박에 위축될 사람인가? 민주 진영 유튜브도 그런 협박 따위엔 절대 굴하지 않는다. 7시간 녹취록에서 김건희는 “내가 집권하면 니들은 무사하지 못할 거야.”하고 웃었는데, 누가 무사하지 못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한동훈 또 패소 망신
걸핏하면 자신을 비판한 의원이나 기자를 고소 고발하기로 유명한 한동훈이 이번에도 패소하였다. 한동훈이 검사 시절 부산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호텔단지인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 수사를 덮었다고 주장한 전 아주경제신문 기자 장용진에게 1억 소송을 제기했는데 2심에서 패소한 것이다. 1심에선 법원이 장용진 기자에게 1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0-2부(재판장 김동현)는 1심을 뒤집고 장용진 기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언론으로서는 원고(한동훈)가 엘시티 수사에 추상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주요 수사기관의 담당 고위공직자로서 직무를 충실히 수행했는지에 대해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2) 엘시티 사건은 수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부실수사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공적인 관심 사안이었다. 공직자인 원고(한동훈)는 대법원 판례 취지에 따라 해명과 재반박으로 극복해야 한다.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편 장용진 기자는 2021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그렇게 수사 잘한다는 한동훈이가 해운대 엘시티 수사는 왜 그 모양으로 했대? 초반에 대대적으로 압색(압수수색)해야 한다는 윤석열이는 왜 엘시티에서는 아무것도 안 했대?’ 등의 글을 올리고 유튜브에서도 이와 관련한 발언을 했다. 이에 한동훈이 해당 수사에 관여한 적이 없다며 장용진 기자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소송으로 언론에 재갈 물리려는 수구들
한동훈은 이 사건 외 뉴탐사 기자들을 고소 고발하였는데, 역시 구속 영장이 기각되었다. 이것으로 봐 언론사 기자들을 구속시키는 게 목적이 아니라 입에 재갈을 물려 자신에 대한 불리한 기사는 못 쓰게 하려는 목적이 더 앞섰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그런 협박에 굴복한 언론은 이미 언론이 아니다. 전두환 군부 독재 시절에도 정권에 아첨하는 언론이 있었던 반면에, 남영동에 끌려가서 고문을 당해도 굴하지 않은 기자도 있었다. 역사는 항상 용기 있는 자들에 의해 진보한다. 한줌도 안 되는 권력을 가지고 언론을 틀어막고 야당을 탄압하는 정권은 오래 가지 못한다. 언론은 정부를 감시 비판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대한민국하고 삼천리 화려강산이 다른가?
한편 한동훈은 오마이뉴스에 정정 보도를 청구했는데, 이유는 자신은 부산에 가서 “사직에서 롯데 야구를 봤습니다”라고 말했는데, 오마이뉴스가 “사직구장에서 야구 관람했다”는 부제를 달았다는 것이다. 한동훈 측은 “잘못된 허위 보도로 일반인들이 한 위원장이 허위 사실을 발언한 것으로 오해를 하는 등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신이 문재인 정부 시절 부산으로 좌천되어 “밤마다 송정로 바닷길을 걷고, 서면 학원에 가서 기타를 치고, 사직에 가서 야구를 보았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때는 코로나 무관중 시합이었다는 게 밝혀지자 2008년에 자신이 사직 구장에 갔던 사진을 올려놓고 변명하면 되겠는가? 그런 한동훈에게 묻자. 대한민국하고 삼천리 화려강산이 다른가? 제발 부끄러운 줄 알라. 언론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정치 안 하면 된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해욱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