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서 참패하고 국정 지지율이 23%까지 폭락하자 이에 위기감을 느낀 윤석열이 영수회담을 제안했으나, 영수회담 의제를 두고 양측 사이에 협상이 안 되어 영수회담 자체가 안 열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용산은 정무 수석이 바뀌어 그렇다고 변명했지만, 사실은 민주당이 요구하는 의제가 부담스러워서일 것이다. 민주당은 영수회담 의제로 전국민 25만원 지급, 해병대 수사 개입 특검, 김건희 종합 특검 등을 제시했다. 이중 해병대 수사 개입 특검은 잘못하면 윤석열이 탄핵될 수 있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용산으로선 가능한 한 빼려고 할 것이다.
말로는 무엇이든 의논해도 좋다고 한 윤석열
윤석열은 얼마 전 영수회담 때 “무엇이든 의논할 수 있다”고 말했으나 막상 민주당이 구체적으로 의제를 제시하자 망설이는 모양새다. 특히 해병대 수사 개입 특검이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최근에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에 오고 간 통화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시원 공직기강 비서관과 국방부 유재은 법무관리관 사이에 오간 전화는 해병대 수사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소위 ‘빼박 증거’로 피해갈 수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봐 윤석열-이시원-이종섭-유재은-김계환 순으로 수사 개입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고뇌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최근 “말 못할 고뇌” 운운한 것은 숨은 사실이 있다는 뜻이며, 여차하면 그걸 공개하겠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그러자 용산은 해병대 사령관을 4성 장군으로 하고 합참 부의장 자리를 줄 수 있다는 소위 ‘당근’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계환이 그 당근을 물지 의문이다. 잘못하면 30년 넘게 한 군대 생활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영수회담을 제안한지 꽤나 시간이 지났지만 양측이 회담 날짜조차 확정하지 못한 것은 특검이 벌어질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하들이 이실직고할 수도 있다.
지루한 줄다리기, 영수회담 물 건너 갈 수도
보도에 따르면 양 측은 24일 2차 실무회동을 위해 추가 접촉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 측 관계자는 “준비회동을 위해 오늘 중 연락을 해볼 계획”이라며 “앞으로 몇 차례 봐야하는지 약속하고 전일 헤어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1차 때 2차 회동 약속도 잡지 않은 것이다.
전일 양측은 대통령실에서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 민주당에서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만나 준비회동을 했다고 밝혔다. 40분간 진행된 회동에서는 시급한 민생문제를 해결할 정책과 중요한 국정현안을 가감 없이 본회담의 의제로 삼기로 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중요한 국정현안’인데 거기에 바로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특검과 김건희 종합 특검이 들어 있을 것이다. 용산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난제이고, 민주당으로선 빼서는 안 되는 주요 의제다. 일각에서는 의제 조율이 안 되어 영수회담 자체가 불발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렇게 될 경우 역풍은 용산으로 불게 되어 있다.
민주당 강경 입장 고수
민주당은 영수회담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며, 만약 영수회담을 할 경우 반드시 주요 의제가 다루어져야 한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양평 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주가조작 의혹)’를 의제로 올려야한다는 의원들이 많다.
거기에다 이재명 대표가 강조해온 민생회복 지원금(전 국민 1인당 25만원)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실은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기류여서 영수회담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저 만나 차 한 잔 하고 사진만 찍고 나오는 영수회담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이에 대해 용산은 “듣는 자리”라며 방어태세로 돌입한 상태다. 민주당이 내세운 의제와 거리를 두려는 꼼수로 읽힌다. 60분 중 59분 동안 혼자 말한다는 윤석열이 과연 이재명 대표가 한 말을 듣고만 있을까? 어쩌면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날지도 모른다.
모든 진실의 아버지는 시간
이재명 대표는 24일 “‘모든 진실의 아버지는 시간’이라고 마키아벨리가 말했다”며 “해병대원 사망 사건도 예외가 아니다”라는 말로 머지않아 모든 진상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영수회담을 안 한다 해도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재명 대표는 “채 상병 사건’을 보면 참으로 이례적이고 비상식적인 일들의 연속”이라며 “예정된 수사 결과를 갑자기 취소시키거나, 정당하게 수사를 잘하는 박정훈 대령에게 집단항명수괴라는 해괴한 죄명을 뒤집어씌워서 심지어 구속을 시도했다”고 비판했다.
경찰에 이첩된 보고서가 국방부에 의해 불법적으로 이유 없이 회수된 것은 누가 봐도 수사 개입이다. 그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실 뿐이다.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임성근 1사단장 이람을 빼라고 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삼척동자도 안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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