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윤재식 기자] 지난 6일 오후 4시경 서울 서초구 한 15층 높이 건물 옥상에서 25세 여성이 흉기에 찔려 살해당했다.
살인자는 바로 여성의 남자친구 최 모 씨였다. 최 씨는 수능만점자에 명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사의 꿈을 키우는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였다.
이런 독특한 배경 때문에 해당 사건은 우리사회에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벌어지며 공분을 야기했던 다른 ‘교제 폭력’ 사건보다 더 큰 충격을 대중에게 안겼다.
이 사건은 ‘교제 폭력’ 관련한 현행 법 체계가 부실하다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보여준다.
현행법상 ‘교제 폭력’은 폭력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연인 관계나 헤어진 관계에서 행해지는 언어 및 신체 폭력을 규제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법 제도가 미비한 상황이다.
이에 연인관계라는 점을 악용해 ‘교제 폭력’이 발생하더라도 피해자들은 실질적인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교제 폭력은 이와 유사한 성격을 갖는 가정폭력 및 스토킹범죄와 같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경찰청에 따르면 교제 폭력 신고 건수는 2020년 4만9925건에서 2021년 5만7305건 2022년 7만790건 2023년 7만7150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 3월 집계된 건수는 1만9098건으로 이런 추세라면 올해 신고 건수가 8만 건 초과가 예상된다.
한 민간 여성 폭력 상담센터에 따르면 접수되는 상담 10건 중 3~4건이 교제 폭력 관련된 것일 정도로 빈번히 발생하고 있지만 관련법 부재로 경찰 접수나 의료지원 및 상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교제 폭력으로 검거된 100명 중 2명만 구속 수사를 받는 등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이와 관련된 법안을 발의하고 있지만 지난 19대와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6건의 교제 폭력 법안들 모두 임기 만료로 번번이 폐기됐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지난 2020년 11월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이 교제 폭력 등 예방교육 실시와 피해자 지원기관의 운영, 피해자보호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데이트폭력 등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같은 당 소속인 김미애 의원도 지난 2022년 7월 18일 교제 폭력 범죄를 정의하고 범죄에 대한 처벌과 절차의 특례, 피해자 보호 절차를 마련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데이트 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률안에는 가해자의 심신장애에 따른 형 감경과 ‘반의사불벌조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해당 법안들도 모두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 단계에 계류된 상태라 종료가 보름 남짓 남은 21대 국회에서도 결국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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