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이 윤석열에 의해 거부된 가운데, 공수처가 관련자를 불러 수사를 시작해 새로운 사실이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채상병 순직 사건은 소위 ‘VIP의 격노’로 시작되었는데, 처음 이 말을 전한 사람은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다. 그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VIP가 격노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계환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둘러댔다. 따라서 미궁에 빠졌는데, 최근 공수처가 새로운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진술 나와 새로운 국면
22일 JTBC가 보도한 것에 따르면,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해병대 고위 간부로부터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VIP 격노' 관련 발언을 들었다"는 진술을 공수처가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에서 한 명의 증언은 신빙성이 낮지만, 두 명 이상이 증언하면 신빙성이 높아진다. 용산도 그동안 VIP격노에 대해선 별다른 반박을 안 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공수처는 전날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소환 조사했을 때 이 같은 진술 내용을 언급하며 추궁했다고 한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조사를 받은 후 취재진과 만나 'VIP 격노설'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고 청사를 빠져 나갔다. 매우 비겁한 태도다.
김계환 사령관의 고백이 관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지난해 8월 군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VIP 격노설'을 전면 부인하면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항명 사건을 벗어나기 위해 혼자 지어내고 있는 얘기"라며 "VIP 언급 자체를 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VIP 격노설'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박정훈 전 수사단장과 대질 신문을 거부했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것일까.
한편,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지시로 임성근 전 1사단장 등의 혐의를 담은 수사 결과 브리핑이 취소된 후 김계환 사령관으로부터 "대통령실에서 VIP 주재 회의에서 1사단 수사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이종섭 전)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브리핑 취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박 전 수사단장은 "정말 VIP가 맞느냐"고 재차 물었고, 김 사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주장했다.
‘VIP격노’ 후, 가장 먼저 안보실과 공긱기강 비서관실이 움직인 듯
그렇다면 ‘VIP격노’ 후 어떤 부서의 누가 움직였을까? 지금까지 정황을 보면 안보실과 공직기강 비서실이 움직인 것 같다. 그 대상은 임종득 당시 안보실 2차장과 이시원 공직기강 비서관이다. 임종득은 지난 총선 때 경북에서 출마해 당선되었고, 이시원은 최근 민정수석실에 편입되었다.
처음엔 대통령실도 채상병 건으로 누구에게도 전화한 적이 없다고 했으나, 수사 결과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전화통화 내역을 보면 임종득과 이시원이 수차례 국방부와 해병대 사령부에 전화한 것이 드러나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정황을 보면 채상병 수사 외압 사건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채상병 수사 외압 사건 순서
(1) 채상병이 구명조끼도 안 입은 채 강물에서 구조 작업을 하다가 순직 (2)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수사 시작, 사단장 여단장 대대장 등을 과실치사 혐의로 적시 (3)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이 과실치사 혐의로 직시되자 용산에서 VIP가 격노 (4) 안보실과 공직기강 비서실에서 각각 국방부와 해병대 사령부에 전화 (5) 경북 경찰서로 이첩된 수사 보고서가 갑자기 국방부로 이첩 (6)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을 집단항명 수괴죄로 입건 (7) 해병대전우회가 반발하자 박정훈 수사단장을 항명죄로 바꿈 (8)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 대사로 임명 도피 (9) 제22대 총선에서 국힘당 역대급 참패 (10) 윤석열 채상병 특검 거부
다소 순서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대충 이 정도가 채상병 순직 사건의 순서다. 그렇다면 여기서 새로운 쟁점 사항이 몇 개 생기는데, 그것을 대충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공수처나 특검이 밝혀야 할 쟁점 시항
(1) 박정훈 수사단장이 작성한 수사 보고서를 경북경찰서에서 국방부로 이첩하라고 최초로 지시한 사람은 누구인가? (2) 용산 VIP는 왜 임성근 사단장을 그토록 비호하려 했는가? (3) 임성근 사단장을 과실치사 협의에서 빼라고 최초로 지시한 사람은 누구인가? (4) 왜 이종섭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사실상 도피시키려 했는가? (5) 왜 용산은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국방부 차관, 안보실 차장을 총선에 출마시켰는가? (6) 왜 이 사건과 관계가 없는 이시원 공직기강 비서관이 나섰는가?
이중 (1)과 (3)이 핵심이다. 따라서 공수처도 위의 쟁점 사항 위주로 수사를 해야 하는데, 인력도 부족하고 공수처장도 최근에 임명되어 수사나 제대로 할지 의문이다. 그러나 최근엔 언론들이 나서 심층 취재를 하고 있어 숨길 수도 없다. 특히 MBC와 JTBC가 적극 나서고 있는데, 두 방송은 공교롭게도 윤석열 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많이 받았다. 용산 측면으로 보면 긁어서 부스럼을 만든 격이다.
가장 비겁한 두 장성
윤석열 정권이야 원래 그러니 포기하더라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의 태도는 실망을 넘어 분노하게 하고 있다. 부하가 목숨을 잃었는데 앞장서서 진상을 규명할 생각은 안 하고 무조건 부인 먼저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르긴 모르되 용산으로부터 무슨 ‘당근’이라도 받은 모양인데, 자식을 잃은 부모를 생각한다면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얼마 전 산하 부대장들에게 “말 못할 고뇌” 운운하며 복잡한 심경을 피력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 짐작컨대 국방부나 용산의 명령이 있었지만 말을 못하고 있다는 자백 같기도 하다. 하지만 공수처 수사가 본격화되고 야7당 및 시민단체가 모두 나서 집회를 하면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권력에 굴종하느니 군인의 길을 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해병대 사령관을 현재 3성 장군에서 4성 장군으로 승진시킨다는 말이 있는데, 그 대상이 김계환일 경우 엄청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임성근 사단장 역시 차기 해병대 사령관으로 점지되었다는 설이 있으나, 실제로 그렇게 되면 아마 정국이 다시 한번 뒤집어 질 것이다. 방법은 하나, 특검을 실시해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다. 이를 거부한 사람이 범인이다. 국민들은 네 명의 비겁자와 한 명의 의인을 기억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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