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면 전환용일까, 주가조작용일까, 아니면 사실일까? 윤석열이 발표한 영일만 석유 매장 가능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윤석열은 3일 오전 ‘뜬금없이’ 대통령실 브리핑룸을 찾아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며 "오늘 산업통상자원부에 국내 심해 석유가스전에 대한 탐사시추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윤석열은 이어 "우리 정부에 들어와 지난해 2월 동해 가스전 주변에 더 많은 석유 가스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하에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에 물리 탐사 심층 분석을 맡겼다"며 "최근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윤석열의 브리핑에 동석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대 매장 가능성 140억 배럴은 현재 가치로 따져보면 삼성전자 시총의 5배 정도"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약 450여조원이니 영일만 앞바다에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가스의 가치는 약 2250조가 된다.
엑트지오는 가정집 구조, 직원 2~10명, 작년매출 2.7만 달러
이 뉴스가 나가자 국내에 있는 네티즌들은 물론 미국 현지에 있는 네티즌들이 총출동해 윤석열 정권에 그러한 보고서를 낸 엑트지오란 회사를 탐색했다. 그런데 탐색 결과 뜻밖에 ‘엑트지오’란 회사는 민간인 집 구조였고, 직원도 2~10명이란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도 겨우 2.7만 달러다. 보통 세계적인 석유 시추 회사는 매출이 수십조다.
한 네티즌은 '액트지오 방문기'를 게재하고 "지나가는데 뭔가 느낌이 쎄하다. 집앞에 임대(for lease) 입간판이 서있다"고 했다. 부동산 중개 사이트에 올라온 주소로 검색하면 본사에 해당하는 건물은 일반 가정집처럼 생겼다. 링크드인에 따르면 액트지오는 2017년 설립됐고 개인이 운영하는 회사며 직원은 2~10명인 것으로 돼 있다. 현재 이 건물은 매각 상태라고 한다.
정부 발표와 너무나 달라 대혼란
이게 논란이 되자 산업통상부가 나서 해명을 했다. 최 차관은 "특히 그 회사(액트지오)를 창립하신 분이 비토르 아브르라는 분이신데 그분이 엑슨모빌에서 그 관련된 그룹장도 하셨고 또 미국의 퇴적 학회장도 하셨고 해서 자료에 대한 신뢰도는 저는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비토르 아브르라는 브라질 출신으로 자신의 고향 브라질에 'Fluxus'라는 회사를 차렸는데, 브라질 부호 형제한테 한 달 후에 매각해 그 이유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 부분이 수상하다며 계속 추적중이다.
천공이 2주 전에 산유국 말해 논란
윤석열이 예정에 없던 국정 브리핑을 열고 경북 포항 일대에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한 가운데, 역술인 천공이 약 2주 전 영상에서 한국 주변에 가스·석유가 많이 매장돼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드러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윤석열은 그동안 천공이 한 말을 그대로 국정에 반영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영국 여왕 조문 포기, 과학연구개발비 삭감, 수능 킬러문항도 모두 천공이 먼저 거론했었다. 그러나 거액이 들어가는 석유 시추마저 천공의 말을 믿고 했다면 이건 보통의 문제가 아니다.
천공은 지난달 16일 유튜브 '정법시대‘를 통해 "이 나라 저 밑에는 가스고 석유고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는 거기에 손댈 수 있는 기술도 없었고, 그런 게 측도가 안 됐다"며 "지금은 그런 측도가 다 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밑에는 아주 보물 덩어리고, 한반도는 인류에서 최고 보물이 다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엑트지오는 페이퍼 컴퍼니?
탐사 허가 기업이 직원 1~2명의 페이퍼 컴퍼니라는 의혹이 현지 교민에 의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3일 X(옛 트위터)에는 작년 우리나라와 업무를 마친 탐사 전문 컨설팅 기업 ‘액트지오(ACT-GEO)’라는 회사의 본사를 방문해 봤다는 글과 함께 본사 전경 사진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운이 좋게도 ACT-GEO 본사에서 10분도 안 걸리는 곳에서 거주 중이라 강아지 데리고 산책도 할 겸 슬슬 가봤다"며 한 가정집 주택 같은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는 "마치 구글이나 애플같은 엄청난 회사의 본사를 방문 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감사한 마음에 들어가서 임직원 들께 음료라도 한잔씩 돌리고 석유를 찾아낸 과정도 좀 물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쑥쓰러워서 지나가는 사람인 척 쓰윽 지나가는데 "집앞에 임대(for lease) 입간판이 서 있다"고 한 뒤 "다시 돌아서 자세히 살펴보니 본사 건물은 비어있어서 살짝 노크를 해보지만 역시 비어있다. 창문으로 보니 이미 정리가 끝난 집이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텍사스에서 한국교민들을 상대로 발행되고 있는 현지 인터넷언론 <TexasN>은 "ACT-GEO, 연간 매출은 2만 7,701달러에 그쳐 ... 코퍼레이션 등록주소지와 홈페이지 주소지도 달라"등으로 보도했다. 한편 엑트지오는 석유 탐사 전문 회사가 아니라 교육 서비스 제공 회사로 알려졌다.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 떠올라
아직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사건이 과거 이명박 정부가 했던 해외자원개발 꼴이 날까 두렵다. 이명박 정부는 과거 해외자원개발을 한답시고 수십조를 날렸다. 4대강 사업으로도 30조를 썼다. 그러나 4대강은 보를 막은 바람에 물이 썩어 ‘녹조랏떼’가 되고 말았다. 윤석열 정권이 그 전철을 밟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신뢰가 바닥인 정권에서 그런 발표를 하니 누구도 믿지 않은 것이다. 무신불립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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