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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보지도 못한 19살 청춘이 남긴 기록.."친구들에게 돈 아끼지 않기.."

입사 6개월 만에 제지공장서 숨진 19살의 펼치지 못한 소박한 꿈과 계획 빼곡한 메모장

정현숙 | 기사입력 2024/06/25 [15:51]

피어보지도 못한 19살 청춘이 남긴 기록.."친구들에게 돈 아끼지 않기.."

입사 6개월 만에 제지공장서 숨진 19살의 펼치지 못한 소박한 꿈과 계획 빼곡한 메모장

정현숙 | 입력 : 2024/06/25 [15:51]

                                                          SNS 갈무리

입사 6개월만에 국내 최대의 골판지, 신문용지 생산량으로 손 꼽히는 전북 전주시 팔복동의 한 제지 공장에서 숨진 19살 청년 K군이 남긴 자필 메모가 뒤늦게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4일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이날 K군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메모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수첩에는 주변 친구들이 다 가는 대학이 아닌 공장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19살 청년의 소박한 꿈과 자기 계발 계획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특히 19살 청년의 의리와 올곧은 인성을 엿볼 수 있는 "친구들에게 돈 아끼지 않기" "남에 대한 얘기 함부로 하지 않기" "하기 전에 겁먹지 말기" 등의 대목이 적혀있어 안쓰러움을 더했다.

 

K군은 지난 16일 오전 9시 22분 배관 점검을 하다가 공장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이 발견됐다. 현장 바닥에 심정지 상태로 쓰러져 있었던 K군은 동료에 의해 발견돼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급히 응급실로 이송했으나 끝내 숨졌다. 입사 전 받은 건강검진에서도 별문제가 없었다는 K군의 심정지 사망과 관련해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K군은 전남 순천의 한 특성화고 출신으로 3학년 마지막 학기에 하는 현장실습으로 지난해 11월 이 공장으로 현장실습을 나왔다. 실습 한 달 후인 12월에 생산직으로 정식 채용돼 일해왔다.

 

K군의 수첩에는 2024년 목표에 ‘구체적인 미래목표 세우기’ 등 큰 계획을 적었고, 월급과 상여급을 계산해 매달 저축할 액수 등을 구체적으로 메모했다. 오전 근무와 심야 근무 등 근무표에 따라 ‘오후 4시 책 읽기’ ‘오후 6시 운동’ 등 매시간 할 일들을 꼼꼼히 계획해두기도 했다.

24일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전주 제지 공장에서 근무 중 숨진 K(19)군이 생전 작성했던수첩 내용을 공개했다. 사진은 K군이 남긴 메모 중 일부. 민주노총 전북본부 제공

유족과 노조는 K군이 사망 전달에 50시간에 이르는 연장근무를 한 사실을 근거로 과로사 가능성을 제기한다. 공장 가동이 멈춘 지 6일째 되는 날 사고가 난 점으로 미뤄 배관 속 원료가 부패하면서 유독물질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진상규명을 안 하려는 사측의 태도에 유가족과 시민단체 모두가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북본부는 “착실하게 현장 일을 열심히 하던 청년이 일을 하다가 숨졌다”라며 “사고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할 사측은 지난 주말 사고 현장을 물로 청소하는 등 훼손했다. 원인 규명을 방해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통상 2인 1조로 근무해야 할 현장에 K군 혼자 근무하고 있었던 점 등을 미뤄 안전 매뉴얼이 정확히 지켜졌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쪽은 안전 관리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유족 측은 지난 지난 20일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군은 사고 후 1시간가량 방치됐다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라며 “종이 원료의 찌꺼기가 부패하면서 황화수소 등 유독가스가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이었는데도 왜 설비실에 혼자 갔는지, 2인 1조 작업이라는 원칙은 왜 지켜지지 않았는지 알고 싶다”라고 말했다.

제지공장 관계자는 “배관 점검 업무는 육안으로만 진행하기 때문에 2인1조 투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사고 당일과 이튿날 고용노동부 조사에서도 가스 누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50시간 연장근로에 대해선 “4인 3교대로 주 5일 40시간씩 근무했는데, 주중 휴일이 많아 연장근무가 많이 잡힌 것일 뿐 실제로 연장근무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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