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으로 인해 뉴라이트 독립기념관장을 반대하던 시민들의 움직임이 거세던 상황에서 해당논란이 이제는 건국절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건국절 기념일 행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면서 여러 독립운동 선양단체들이 합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건국절 행사 관련 논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정부는 노골적으로 뉴라이트의 손을 들어주며 건국절 행사를 강행할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정황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8.15일을 건국절로 지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다. 정부가 친일 청산을 시도하면서 민간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을 펴내자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뉴라이트들이 들고 나온 이른바 건국절은 당시에는 그저 찻잔 속의 태풍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건국절 논란이 이제는 정부에서 공식 기념일로 지정하려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건국이 1948년 8월 15일이니 그날을 대한민국의 건국절로 기념해야 한다는 것이 뉴라이트의 주장이다. 1945년 8월 15일 광복절이 사라지고 건국절이 등장한 것이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헌법전문의 임시정부 법통 계승은 제헌헌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헌헌법 당시부터 대한민국의 시작을 임시정부수립일로 보았다. 대한민국의 시작은 단지 1948년 8월 15일이 아닌 임시정부가 수립한 날로부터 보아야 한다고 못박고 있는 것이다. 초대 국회의장으로 제헌헌법을 만든 이가 이승만을 비롯한 제헌국회 의원들이었다. 그렇다면 이 임시정부의 수립일은 1919년 4월 11일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건국절을 주장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임시정부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일제 당시에는 주권이 일본에 귀속되었으며 영토는 우리의 영토가 아닌 일본의 영토였기 때문에 1919년 4월 11일 임시정부 수립일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다분히 일본의 주장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당시 일본이 조선을 지배했기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일본 주장의 연속선상에 머무는 것이다. 우리는 주권을 되찾기 위해 임시정부 등과 함께 독립운동에 참여한 수많은 기록이 있으며 우리 국민들은 당시 일본 정부를 인정하지 않았기에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던지는 등의 활동으로 일본과 맞서 싸워 온 것이다. 이러한 역사를 뒤로 한 채 건국절에 대한 주장을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이미 개천절을 기념일로 정하고 있다. 고조선이 처음 건국되는 날을 우리나라 역사의 시작으로 보면 되는 것이다. 이후 고조선은 고구려와 고려를 거치고 조선으로 그 역사와 명맥을 유지해 왔다. 우리가 굳이 따로 건국절이라는 기념을 만들 필요가 없는 이유이다.
또한 세계의 200여 개 국가 중에서 건국절을 기념일로 정하는 나라는 미국을 비롯한 몇 개 나라 뿐이다.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1776년 7월 4일을 독립기념일로 삼고 있다. 이스라엘, 베트남,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의 나라가 독립기념일을 지정하고 있을 뿐이다. 프랑스는 바스티유데이라고 하여 1789년 7월 14일을 기념하고 있고, 스페인은 컬럼버스의 신대륙도착기념일을 국가의 날로 지정하여 기념한다. 일본도 역시 기원전 660년 2월 11일을 건국일로 삼고 있다.
즉, 세계 여러 나라가 현재의 국가 형태가 생긴 날을 지정하여 기념하기 보다는 그 나라에게 가장 의미 있는 날을 지정하여 기념하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10월 3일 개천절을 기념하고 있기도 하다. 굳이 건국절을 따로 둘 이유가 없다. 굳이 건국절이 필요하다면 1919년 4월 11일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을 지정하면 될 일이다.
매번 광복절마다 펼쳐지는 건국절 논란은 결국 뉴라이트 장악해버린 역사단체의 횡포로 인해 벌어지는 어처구니없는 풍경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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