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 어기고 '탄핵'에 찬성한 국힘 김예지, BBC 단독 인터뷰"시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간과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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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를 마친뒤 보좌관의 안내에 따라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예지 의원은 왜 '표결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당론을 어기면서까지 투표에 참여한 것일까. 그는 "토요일 탄핵 표결이 있던 날, (대통령) 담화를 보고 혼란을 막는 방법이 탄핵을 부결시키는 방법만 있지는 않겠다라는 생각을 했다"며 "무엇보다도 주변 시민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그냥 간과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야당 측에서 '돌아오십시오'라며 여당 의원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를 때 그 소리도 다 들었다.
"(본회의장)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들었습니다. 바로 앞에 있었지만 자리에 없었던 것이라 조금은 마음이 그렇긴 했지만 듣고 있었습니다. 또 굳이 뭐 저렇게 한 분씩 부르나 그런 생각도 좀 들기도 했구요."
투표 후은 반응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김예지 의원은 "당원분들로부터의 정말 대응할 수 없을 만큼의 안 좋은 문자와 음성 메시지들이 많은데 '이제 나가라', '사퇴해라' 등의 이야기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명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지만 단순히 '나는 당론을 어길 거야' 해서 어긴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저는 항상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먼저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안에 있던 야당 의원들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제가 좀 깜짝 놀랐던 것은 표결할 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야당을 위해서 온 건 아닌데하는 의문이 들었지만...다만 저는 감사를 받을 자격은 없고요. 제가 대리해야 하는 시민분들을 대신해서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그냥 너무 당연한 일을 한 것이었습니다."
김 의원 이후 본회의장에 돌아온 김상욱 의원에 대해선 '동지 의식'이 들었다고 했다. "당론을 어겼지만, 이제 저랑 같은 마음으로 오신 분이 있었구나라는 안도감이랄까 또 동지 의식이 들었습니다."
그는 무기명 방식인 투표 내용을 알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탄핵 가결표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했다.
'계엄령, 참담함을 느꼈다'
그는 지난 3일, 비상계엄령이 발동했을 당시, 다른 의원들처럼 국회로 뛰어갔다. 그 역시 담을 넘어서 본회의장에 가려 했지만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앞서 4일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시 상황에 대해 "늘 배리어프리의 중요성을 외쳤던 제가 물리적 '배리어'를 느끼는 암담하고 절박한 순간이었다"고 묘사했다.
그러면서 "몸은 장벽으로 본회의장에 함께할 수 없었지만, 비상계엄 해제 결의에 대한 마음은 이미 찬성 버튼을 백만 번은 더 눌렀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계엄령이 장애인들에겐 얼마나 더 두렵고 절박한 상황이 될 수 있는지를 이번에 경험하며 "참담함을 느꼈다"고 했다.
"청각장애인 분들 같은 경우에는 계엄 선포조차 수어 통역이 되지 않고, 자막이 나오지 않아서 전혀 알 수가 없었어요. 비상계엄이 전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정말 전시 상황이었다면 이분들이 어떻게 대피를 해야 될지 그리고 어떤 상황인지조차 판단하시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무거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는 인터뷰 중간중간 들리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항의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릴 때 잠깐 멈추기도 했다. 그는 국민께 '죄송하다'고 했다.
"지금도 잘 들립니다. 밖에서 계속 말씀을 하시죠. 어제는 더 잘 들렸고요. 정부 여당 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들께서 표를 주셔서 이렇게 일을 하라고 명하신 심부름꾼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탄핵 소추안이 폐기된 상황에서 야당은 재발의를 계획하고 있다. 그때도 같은 행동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 김 의원은 "탄핵안 재발의 여부와 관계없이 의견은 제 생각과 또 민의를 반영한다는 마음은 같다"고 했다.
또다시 돌아와서 같은 내용의 표를 던지겠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단지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국회의원의 책무에만 신경 쓰겠습니다."
희일이송 영화감독 및 극작가는 9일 SNS를 통해 김예지 의원의 상기 인터뷰 내용을 요약하며 이렇게 평가했다.
"김예지 의원은 확실히 주목할 만하다. 단지 탄핵에 찬성해서가 아니라 유권자를 대의해야 할 국회의원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계엄 상황에서도 장애인이 겪어야 할 불평등과 차별을 섬세하게 진단하는 마음씀씀이가 단연 돋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각 지역구 유권자들이 느꼈을 계엄에 대한 분노와 황망함을 대의하기는커녕 제 살 길만 모색하는 105명 국힘 의원들은 얼마나 천박한 모리배들인가. 소속 정당을 떠나, 이런 감각이야말로 드물고 귀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