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교수]적폐청산이 어떻게 정치보복과 같은 말일 수 있나?"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과 정치보복은 하늘과 땅 사이의 차이다"아직 파기환송심의 판결이 나지는 않았지만, 여러 정황증거에 미루어 볼 때 2012년의 대통령선거에서 원세훈 지휘하의 국가정보원이 개입한 것은 거의 사실임이 분명합니다.
나는 법률 전문가가 아니라 대법원이 무슨 법률적 근거로 대선 개입 혐의에 유죄 판결을 내린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는지 잘 모릅니다. 그러나 상식에 미루어 판단할 때 원세훈의 유죄는 거의 논란의 여지가 없이 분명해 보입니다.
원세훈의 녹취록을 보니 그동안 답을 얻지 못했던 한 가지 의문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내 의문은 왜 모든 언론이 그 망국적인 4대강사업에 대해 약속이라도 한듯 침묵을 지키고 있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국가정보원의 직원들이 국내정치에 개입하는 것만으로 모자라 민간의 댓글부대까지 동원했다는 뉴스를 듣고서는 놀라서 자빠질 뻔했습니다. 적을 향해 돌려야 할 심리전의 총구를 자신의 국민에게 돌렸다는 게 도대체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국민 전체의 안녕을 위해 헌신하는 정보기관이어야 할 국가정보원을 정권을 잡은 세력의 사적인 폭력기구로 타락시킨 죄는 이만저만 무거운 것이 아닙니다. 원장이었던 원세훈은 물론 그와 함께 공모한 모든 사람들의 죄과를 철저히 밝혀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마땅한 일입니다.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엄정한 중립을 지켜 모든 국민의 안녕을 지켜주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기관으로서의 체제를 다져야 합니다. 다시는 정권의 사병(私兵)으로 전락해 반대파를 겁주고 억압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저지르는 일이 없어져야 합니다.
사실 이명박근혜 정권에 의한 국가정보원의 타락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당사자는 그곳에서 묵묵히 일해온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들이야 말로 오직 조국을 위해 일한다는 일념으로 음지에서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헌신해온 사람들 아닙니까?
철저한 적폐청산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국가정보원을 결코 새롭게 태어나게 만들 수 없습니다. 하루 빨리 적폐청산의 작업을 서둘러야 할 이 마당에 일부 야당은 '정치보복'이라는 말로 훼방을 놓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과 정치보복은 하늘과 땅 사이의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은 새 정부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출처 : 이준구 전 서울대 경제학 교수 사이트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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