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태극기를 위하여
태극기 사랑이 '박근혜 추종자'로 오해하는 상황을 고착화되도록 방치해둘 일인가?
나영철한맥논단 지기 | 입력 : 2018/09/05 [08:44]
한 사소한 동기가 있어서 최근에 세계의 국기들을 검색해 열람해 볼 기회가 있었다. 첫눈에는 196개 국가들의 대표상징이 몹시도 다채로워 보였지만, 다양한 국기들의 면면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대동소이하며 오히려 단순함이 느껴졌다. 대다수의 국기들은 3개 정도의 색깔 줄로 구성됐고, 해와 달과 별 혹은 드물게 동물과 식물을 국가의 상징으로 한 경우가 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하얀 바탕에 빨간 점만 달랑 하나 찍어둔 국기는 참으로 성의 없어 보이기도 했다.
물론 자국의 국기를 처음 디자인할 때에는 모두가 신중하고 엄격했을 테고, 국가의 표징을 담기위해 심사숙고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국기도 유행처럼 먼저 만든 나라의 고정 틀을 벗어나지 못한 점도 있었을 것으로 유추된다. 하지만 196개의 국기 중에 유일무이하게 두드러져 보이는 국기가 있고 모든 국기들의 구성패턴과는 확연히 차이가 보이는 국기가 있으니 바로 태극기다.
태극기는 1883년에 고종의 왕명으로 ‘태극-4괘 도안’을 국기로 제정하여 공포했다고 한다. 흰색 바탕은 밝음과 순수를 뜻하며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성을 나타낸다. “태극은 지극히 존귀한 것으로 만물을 명령하는 자리이며, 어떠한 것에도 명령을 받지 않는 것”이라는 퇴계선생의 정의처럼 태극은 우주만상의 근원이며 인간생명의 원천으로 진리를 표현한다. 그리고 네 귀의 건(乾)·곤(坤)·감(坎)·이(離)의 사괘(四卦)는 음양과 불가분의 관계로 태양(太陽)인 건에서 소음(少陰)인 이로 바뀌고, 이에서 태음(太陰)인 곤으로 성장하며, 곤에서 소양(少陽)인 감으로, 감에서 다시 태양인 건으로 성장하여 무궁한 순환 발전을 상징하고 있다. 이처럼 깊고 오랜 사상적 전통이 서려있는 국기는 세계 모든 국기들 중에 독보적인만큼 한국민 모두에게는 큰 자부심이 아닐 수 없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 필자는 임진각을 향해 오전 일찍 출발했다. 임진각에서는 여러 단체의 사람들과 평화의 종을 함께 울리며 ‘우리는 하나다’ 세계평화운동의 시작을 알리며, DMZ에서는 안중근 의사와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피에타(pieta) 모자상의 건립을 추진하는 결의행사를 하기 위함이었다. 가는 길에 가까운 지인과 동반하여 출발하였고, 그로부터 모자선물을 받게 되었다. 그 모자에는 태극기가 붙어있었는데, 자초지종이 재미있었다.
필자에게 잘 어울릴 모자인데 일본회사의 브랜드가 붙어있어서 안타까웠다고 한다. 때문에 태극기 마크로 그 위에 바느질로 덮어 붙였다고 하니 성의가 고마웠고, 참으로 깜찍한 발상의 선물이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행사시간 동안 기꺼이 그 모자를 쓰고 다녔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의 어색해하는 반응들이 이상해서 가까운 이에게 물어본즉, 필자가 ‘태극기 진영’의 사람처럼 보여 놀랐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당시에는 웃고 넘겼지만, 그 불편한 여운은 여러 날 동안 지속되었다.
과연 태극기가 대한민국의 국민 중에서 그 누구들에 대한 반대 진영논리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인가? 태극기 마크의 모자만으로 대상을 특정 진영의 소속으로 오해하는 대중들의 인식과 분별상황을 고착화되도록 방치해둘 일인가? 태극기는 우리 모두의 태극기이어야 한다. 서로 다른 진영이라 할지언정 방향만 다를 뿐, 그 모두의 근본 발로는 애국심을 바탕으로 한다.
1919년 3월 1일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문을 발표하며 전국 곳곳에서 독립운동이 일어났고 수많은 희생자가 생겼다. 당시에 노동자, 농민 등 모든 계층의 사람들 모두가 들고 흔들었던 것이 바로 태극기이다. 그 3·1만세운동의 100주년 기념일이 불과 6개월 후이다. 그 날로부터 100년이 지나도록 우리의 민족자결과 광복직후부터 지금까지 못 다 이룬 과제를 두고 크게 성찰과 반성을 해야 할 때다. 내년 3월 1일에는 촛불도 태극기며, 태극기도 태극기인 대화합의 날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 때문에 젊은이들 사이에 가슴에 모자에 태극기 달기가 미리 유행이 되면 그 기여할 바가 지대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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