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묘지,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친일파가 63명이나 묻혀 있어"스페인 정부는 독재자로 군림했던 프랑코 유골을 국립묘지에서 파내기로 얼마전에 승인"지난 9월 27일에 방송된 EBS 다큐 '시선'에서 <국립묘지,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그동안 꼭꼭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주었다.
국립현충원의 애국지사묘역에는 독립운동가 묘와 함께 친일파 묘가 함께 안장되어 있었다. 국립현충원은 '국가나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들이 안장되어 있는 묘지'를 뜻하는데 그 의미와는 모순된 상황임을 이 프로에서 다루어 주었다. 우리 나라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가진 분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 공간인 국립묘지. 그러나 여기에 수많은 모순과 거짓들이 숨겨져 있음을 방송은 적나라하게 알려주고 있다.
간혹 일부 매체들을 통해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 국립묘지에 묻혀 있다는 사실은 알려진 바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으며 이를 제대로 시정하거나 그들을 이장하는 경우는 시행된 바가 없다.
조금만 찾아보더라도 친일행적으로 뒤덮인 역사를 가진 자들이 국립 묘지에 안장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현충원에 있는 그들의 비석에는 친일반민족 행위만 쏙 빼놓고 친일로 얻어진 화려한 약력으로만 새겨져 있다. 이들을 애국지사로 추모하는 단순한 착각을 넘어 평생을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서도 이름없이 초야에 묻힌 수많은 애국지사를 모욕함은 물론 반만년 이어온 우리 역사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국립현충원에는 친일파 63명이 안장되어 있으며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조사를 통해 밝혀낸 국립묘지 속 친일반민족행위자는 일본군 대좌 출신인 이응준을 비롯해 악질적인 간도특설대 출신 김홍준등 총 11명. 이렇게 국립묘지에 모순이 생기게 된 까닭은 그것이 애초에 독립운동가를 위한 것이 아닌 ‘군인들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일제시대에 친일했던 군인들이 해방 이후 가장 좋은 묘역에 안장된 것이다.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은 이들을 쉽게 말하면 "일제시대에 우리 독립투사를 때려잡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물론 한국전쟁 때는 희생을 했지만, 근데 "이분들이 우리 국가를 위했다. 이게 앞뒤가 안맞다"면서 "우리 국가를 위한 (국립)묘지에 모시고 국가에서 연례 행사를 한다"고 개탄했다.
국립서울현충원 묘지 번호 181번 김정수는 김정범 애국지사의 공적을 가로챈 가짜 독립운동가이며 김정수의 공훈록에 증거로 제시된 애국활동은 모두 김정범 애국지사의 업적이었다. 애국지사 김진성 선생의 아들인 김세걸(71)씨가 20여년 만에 가짜 독립운동가임을 이번에 밝혀냈다. 김정수를 비롯한 그의 가족들의 공적이 모두 거짓이었음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파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아직 현충원에 평온하게 안치되어 있다.
일제 친일경력은 모조리 삭제된, 그중에서도 악질적인 간도특설대 경력을 지워낸 공적을 내새운 수많은 친일파가 국립현충원에 파묘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국가보훈처는 그들의 친일반민족행위가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파묘를 진행할 법적 근거는 부족하기 때문에 당장 파묘하기에는 어렵다고 전한다.
우리는 얼마나 부끄럽고 잘못된 역사를 써나가고 있었던 것인지 뉘우쳐야만 한다. 나아가 우리는 역사를 어떻게 다시 써나갈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스페인에서는 국립묘지에 묻혀있는 경우라도 잘못된 행적이 드러나면 이장 되기도 한다. 스페인 정부는 38년간 스페인의 독재자로 군림했던 프랑코의 유골을 국립묘지에서 파내 퇴출하고 이장하기로 얼마전에 승인했다. 1975년에 사망한 프랑코가 죽은지 올해로 43년이 되었지만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스페인 국민들의 치열한 노력의 결과물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립묘지격인 프랑스 영웅들이 잠들어 있는 팡테옹에 묻히는 위인들은 그들의 직위나 사회적 역할로 인해 규정되는 것이 아닌, 국민들에 의해 그 업적이 인정되어야 한다.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팡테옹에 안장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팡테옹에 안장되고 난 후에 잘못된 행적이 드러난 미라보의 사건 이후로, 팡테옹에 안장될 만한 인물인지 확인하기 위한 시간과 절차를 마련하기 위해 위인으로 인정받는 인물이 죽고난 뒤 10년의 공백을 두는 암묵적 조항이 생겨났다. 즉, 프랑스에서는 팡테옹에 위인을 안장하는 행위가 ‘그들의 죽음을 기리는 행위’라기 보다는 ‘그들의 가치를 기리는 행위’ 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런 신성한 국립묘지에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이 독립운동가들가 함께 묻어둔다는 건 국가의 치욕이 아닐 수 없으며 여기에 공적이 조작된 가짜 독립운동가가 100명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최근에는 3대에 걸쳐 5명이 독립운동가로 행세하다가 서훈이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독립운동과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 독립운동가의 공적을 가로채 국립묘지에 묻히고 훈장을 받고 그 후손들은 유족 연금과 취업 가산점 등 수많은 혜택을 받아왔던 것이다. 당장 가짜 독립운동가를 가려내는 조사에 착수해 당사자들을 찾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던 중, 서훈 공직이 거짓으로 판명된 사람들에 한해 독립유공 정부포상을 취소한다는 소식이 들려와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고 보지만 빙산의 일각일 뿐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면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낸 정운현 상지대 초빙 교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문제가 있는 게 어림잡아 100명 정도”라면서 “해방 직후 (독립유공자) 심사위원 중에 친일 경력자들이 있다든지, 돈이 오가고 그 과정에서 대상자가 바뀌는 등 비리가 제법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사법당국의 도움을 받더라도 보훈처에서 의지를 갖고 당사자들을 찾아내서 후속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민주당등 일부 발의에 의해 국립묘지에 안장된 사람들 중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밝혀진 사람들을 강제로 이장시킬 수 있는 절차를 넣은 법안이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럴때 일수록 우리는 ‘잘’ 지켜봐야만 한다. 아직은 준비 단계에 있지만, 이것이 공식적인 법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자한당을 비롯한 야당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많은 관심을 가지고 그 절차를 살펴봐야 한다.
역사는 항상 과거를 나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민족의 미래를 거짓 없이 드러낸다. 현재까지 쌓아온 그릇된 역사를 반성하고 고쳐나가지 못한다면, 민족에게 있어 주어진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보도에는 안나오고 있지만 김성태 자한당 의원(비례대표)이 지난달 27일 대표발의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은 EBS에서 제작하는 모든 종류의 보도?시사?오락 프로그램 제작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BS 시사?보도?오락 프로그램 제작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에 언론계는 "시대착오적인 방송 탄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언론노조 EBS지부(지부장 유규오, EBS지부)도 10월1일 성명을 내고 “국회 일각에서 유례없는 황당한 방송 탄압 기도가 자행되고 있다.”고 분노했다.
법안을 발의한 자한당 의원들이 표면으로 내세우는 명분은 “EBS가 설립 목적인 교육방송의 의미를 과도하게 확대 해석해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되는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등 국민 보편적 교육 콘텐츠 제공이라는 공사의 설립 목적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이유를 댔다.
자한당의 주장은 결국은 다큐 '시선'처럼 방송의 내용이 본인들 입맛에 안맞다는 취지로 그야말로 역사인식에 역행하는 반민주적 발상을 하고 있다고 본다.
친일 반민족 행위자는 그 모습을 바꾸어 버젓이 국립묘지에 안장되어 해마다 연례행사에 추모를 받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목숨까지 바쳤지만 국립묘지에 안장되지 못한 독립운동가 묘소가 전국에 3,419개(국외포함)나 쓸쓸히 흩어져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역사의 아이러니이고 그 후손들은 얼마나 통탄스럽겠는가.
ebs '시선'처럼 역사의식을 깨우치는 이런 양질의 프로그램들이 양성화 되어야 우리가 잘못된 지난 과오를 깨닫고 앞으로 민족의 번영과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임이 자명하지만 거꾸로 퇴행하는 자한당의 이번 친일사관적 발의는 참으로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친일파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