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이성계가 무학 대사에게 묻는다.
“내 눈에는 대사가 꼭 돼지처럼 보이는구려”
대사가 말을 되받아 왕에게 보낸다.
“소승에 눈에는 상감이 부처처럼 보입니다”
이 무슨 소린가. 돼지를 부처로 되받아 보내다니.
“허허 과연 대사는 다르시구려. 나를 부처로 보다니”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입니다”
이성계가 한 방 먹었다. 많이들 아는 얘기다. 과연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일까 혹시 돼지 눈에는 먹을 것만 보이는 것은 아닐까. 개 눈에는 똥만 보이듯이.
(사진출처 - 자유한국당)
감귤과 트로이 목마
어렸을 때 감귤은 그림에서만 볼 수 있는 존재였다. 한국에서 감귤이 제법 생산될 때도 값은 다락같이 비싸서 웬만한 집에서는 역시 그림의 떡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과잉생산을 걱정할 정도가 되었으니 귀하신 몸이 아니다. 왜 느닷없이 감귤타령인가. 이유가 있다. 매우 서글픈 이유다. 많은 국민들이 이유를 알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간 평양회담을 기념하여 칠보산 송이버섯 2톤을 남한에 보냈다. 김정은 위원장이 보낸 송이버섯을 시가로 따지면 약 15억 원이 된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 송이를 고향이 그립고 외로운 이산가족들에게 추석선물로 보냈다. 따뜻한 선물이다. 정이란 주고받아야 더욱 깊어지는 것. 청와대는 송이버섯 선물의 답례로 제주 감귤 200톤을 북한에 보냈다. 서로 정을 나누었으니 좋은 기억으로 끝이 나야 했다. 헌데 뒷말이 쓰다.
감귤에 초를 친 홍준표
홍준표는 남한에서 감귤 200톤을 보내는데 그냥 보냈겠느냐. 세상에 이런 트집이 있는가. 그럼 그냥 보내지 어떻게 보내는가. 홍준표는 비행기에 실어 보내는 200톤의 감귤 속에 무엇인가 숨겨 보냈으리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당이 거들었다.
감귤상자 속에 무엇을 숨겨서 북한에 보냈을까. 달라 뭉치라도 보냈는가. 금덩어리라도 보냈는가. 상상의 비약이 이 정도라면 천재가 무색하다. 물론 생각이야 자유스럽게 할 수 있다. 대학생 시절에 친구를 위해 돼지 발정제를 구해 주는 기막힌 발상을 한 홍준표다. 우정의 결정판을 몸소 실천한 홍준표다. 그러니까 한국도 북한과의 돈독한 정을 생각해 감귤상자 속에 무엇인가를 보냈을 것이라는 확신. 대단한 사람이다.
물론 감귤과 함께 보낸 것은 있을 것이다. 남한 국민들의 따뜻한 동포애와 평화, 통일에 대한 염원이다. 그걸 보냈다고 하면 틀린 말이 아니다. 대답해 보라. 그런 의미에서 홍준표는 질문했는가.
김정은 위원장은 감귤 선물을 북한의 청소년과 근로자들에게 전달하라고 했다. 한국의 기레기 언론은 감귤이 특권층의 입에만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개한테도 주지 못할 기레기 버릇이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도 감귤을 먹으면서 남한 주민들의 따뜻한 정을 반드시 느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송이버섯을 먹으면서 북한 동포들의 정을 느꼈듯이.
‘트로이의 목마’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속이 빈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그 속에 병사를 숨기고 철수했다는 위장전술을 기억해 냈을지 모르지만 왜 그런 바보 같은 상상을 해야 하는가. 역시 바보의 상상력은 바보스럽다. 이제 제발 그런 버릇은 버려라. 그래야 남은 여생 제대로 살 수 있다.
정치의 기본은 신뢰
한국에서 장사라고 하면 개성상인이다. 생명은 신용이다. 신뢰다. 일본 상인들이 개성에서 모두 망하고 떠났다. 개성상인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신용은 지킨다. 믿지 않을려야 안 믿을 도리가 없다. 성공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신뢰는 생명이다. 전에도 했던 이야기다. 여수 인근의 작은 농협에서 노무현 의원이 강연하기로 약속했다. 도착하기 전부터 갑자기 몸살이 와서 열이 뜨거웠다. 난 취소하자고 했다. 그는 강행했다. 점심도 굶은 상태에서 강연을 마친 그는 거의 실신 상태였다. 그는 약속을 지킨다.
의원 시절 대정부 질문 전 완벽한 준비를 했다. 노동위에는 이해찬·이상수·노무현 그리고 이인제가 있었다. 노의원 책상 위에 준비해 놓은 자료가 사라졌다. 얼마 후 그 자료는 다른 의원의 대정부 질문에 고스란이 담겼다. 노무현 의원은 그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다. 꼬마 민주당 때 홍준표를 영입하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 공천도 약속했고 승낙도 받았다. 그러나 한나라당에 입당하고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인간대열에서 제외됐다. 정치인에게 약속은 생명과 같다.
지금 국회가 파행이다.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에도 개원을 합의한 자유한국당이 등원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유가 무엇인가. 김성태·김관영이 조명래 환경부 장관을 낙마시켜 달라고 했다. 이유는 하나 자신들의 체면을 위해서라고 했다. 당연히 홍영표가 거부하자 이번에는 조국 민정수석을 날리라고 했다. 거부되자 등원 거부다. 말이 되는가. 합의는 약속이다. 한국당의 떼쓰기 약속파기. 이런 정당과 무슨 정치를 한단 말인가. 이제 국민이 용서하면 안 될 때가 됐다.
못된 정치의 전형이자 국민을 무시한 정치다. 단언컨대 지금 한국당은 국민의 지지를 포기했다. 한국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되는지 냉정하게 반성해 보았는가. 이 역시 단언컨대 정치를 단념해야 할 수준이라고 확신한다. 이런 정당을 지지하는 국민이라면 행복해 질 권리가 없다.
김병준과 전원책을 영입한 결과는 어떤가. 모조리 꽝이다. 이유는 서로에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언제 배신을 할지 모르는 인간끼리 무엇을 믿고 정당을 함께하고 정치를 한단 말인가.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처음 도둑질한 도둑이 다시는 도둑질 안 한다고 맹서하지만 한 번 지나 두 번 지나 중독되면 오히려 도둑질 안 하면 좀이 쑤실 지경이 된다. 양심은 오물통으로 들어갔다. 오늘 한국당의 정치가 그렇다.
한국당 의원들을 볼 때마다 측은하게 느껴진다. 배지를 달고 온갖 특권을 누리니까 국민이 혹시 존경이라도 해 주는 줄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단한 착각이다. 가장 욕 많이 먹는 직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국회의원이라고 하는 국민이 엄청날 것이다. 한 번 여론조사 해 봐라.
잘 사는 길은 남북의 평화다
전문교수들의 판단이다. 남과 북이 힘을 모아 평화와 통일을 이룩한다면 한반도의 번영은 세계의 상위권이 될 것이라고 한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한국의 평화와 통일을 미국은 좋아하는가. 일본은 환영하는가. 중국은 어떤가. 그들은 모두 한국의 통일을 두려워한다. 한국의 번영이 자신들에게 이익이라는 믿음이 없다. 한반도가 분열할 때 오히려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한국의 양심적인 지식인들도 이 같은 사실을 안다. 국민들도 안다. 지금 한 걸음 두 걸음 내디디고 있다. 한반도를 뒤덮고 있던 위기의 먹구름이 얼마나 많이 걷혔는가. 과거의 이런 때가 있었는가. 만족할 수는 없어도 문재인 정권에 들어서서 평화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이 평양에서 15만 북한 주민을 앞에 두고 “우리는 하나”라고 할 줄 꿈이나 꾸었던가. 그러나 그것은 현실이 됐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한라산에 올라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칠 날이 머지않았다고 믿는다.
이제 정치인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 여야를 막론하고 조국의 평화와 번영을 외면하지 말라.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다. 국민이 하늘이라고 하지 않던가.
남과 북이 서로 정을 나누는 송이버섯과 감귤에 흠집을 내야 속이 풀리는 그 심보를 버려야 한다. 국민이 가슴을 친다. 한국당과 미래당이 예산안을 가지고 몽니를 부린다. 그러면서도 지역구 예산 달라고 뒷구멍으로 온갖 주접을 다 떤다. 이런 정치를 언제까지 국민이 견뎌야 한단 말인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오늘의 정치를 보면서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무슨 방법이 있는가. 있다. 국민의 힘이다. 국민은 박근혜의 국정농단도 무너뜨리고 국민의 정부를 세웠다. 이제 국민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다. 정치를 바꿔야 한다.
다음 총선에서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못된 의원들을 모조리 낙선시켜야 한다. 그 무서운 힘을 가진 국민들이 왜 더러운 정치를 보고 살아야 한단 말인가. 지금 송이버섯과 감귤의 눈물이 보이지 않는가. 정치인들은 거창하게 나라를 위한다는 헛소리 말고 우선 인간부터 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은 자신들을 부처로 보는지 돼지로 보는지 잘 판단해야 한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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