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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은 인정 의리 선악이 없다.

“소인과는 어떤 일이든 함께 도모해서는 안 된다”

이정랑 칼럼 | 기사입력 2018/12/16 [23:01]

소인은 인정 의리 선악이 없다.

“소인과는 어떤 일이든 함께 도모해서는 안 된다”

이정랑 칼럼 | 입력 : 2018/12/16 [23:01]

이정랑의 고전소통•소인지배(小人之輩)

 

이정랑 언론인(중국 고전 연구가)

방몽(逄夢)은 후예(后羿)의 제자다, 그는 후예에게서 활쏘기를 배웠다. 하지만 후예의 기술을 완전히 습득한 이후에는 스승인 후예를 죽였다. 천하에서 후예만이 그보다 실력이 나았기 때문이다.

 

맹자는 이를 들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기에는 후예의 잘못도 있다. 다만, 방몽과 비교해볼 때 조금 작을 뿐이다.”

 

맹자가 이렇게 말한 데에는 그만한 까닭이 있었다. 다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정(鄭)나라가 자탁유자(子濯孺子)를 보내어 위(衛)나라를 공격하다. 패하여 달아났다. 위나라는 유공지사(庾公之斯)를 보내어 그를 추격하게 했다. 도망자가 되어 달아나는 자신의 모습을 한탄해하며 자탁유자가 말했다.

“오늘 나의 병이 발작하여 활을 당길 수 없으니 내가 더 이상 살지 못하겠구나.”

 

자탁유자는 수레를 모는 마부에게 물었다.

“지금 나를 추격하고 있는 자가 누구인가?”

 

마부가 답했다.

“유공지사입니다.”

 

마부의 답을 들은 자탁유자의 목소리에 갑자기 생기가 돌았다.

“그래? 유공지사란 말이지. 허허, 나는 살았구나, 살았어,”

 

마부는 백팔십도로 달라진 그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아서 물었다.

“유공지사는 위나라의 명사수입니다. 그런 그가 당신을 추격하고 있는데 당신은 오히려 살았다고 말하다니요.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습니다.”

 

자탁유자가 말했다.

“유공지사는 윤공지타(尹公之他)에게서 가르침을 배웠고, 윤공지타는 나에게서 배운 자이다. 윤공지타는 바른 사람이니 그가 택한 제자나 친구도 틀림없이 바른 사람일 것이다.”

 

유공지사가 추격하여 이르렀다. 유공지사는 자탁유자가 단정히 앉아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서 물었다.

“선생은 어째서 활을 잡지 않으십니까?”

 

자탁유자가 답했다.

“나는 지금 병이 발작하여 더 이상 활을 잡을 수 없다네.”

 

잠시 말없이 생각에 잠겼던 유공지사가 말했다.

“저는 당신에게 가르침을 받은 윤공지타에게서 활쏘기를 배웠습니다. 차마 당신의 기술로 당신을 죽일 수 없군요. 그러나 오늘의 일은 나라의 일이니 완전히 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고는 화살을 꺼내어 수레바퀴에 쳐서 화살촉을 제거하고 네 대의 화살을 자탁유자에게 쏜 다음 돌아갔다.

 

사람은 복잡다양하다. 백 명 이상만 되어도 형형색색이다. 이 중에는 성인군자도 있고 몰염치한 소인배도 있다. 몰염치한 소인배는 마음이 악랄하여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서슴지 않는다.

 

그는 선악에 대한 식별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서라면 심지어 자신을 낳아준 부모까지 죽인다. 소인일수록 위장을 잘하여 사람들을 꾐에 빠지게 한다. 비록 그 위장과 가면은 오래 가지 않아 벗겨지지만, 우리들이 그 진면목을 알아보게 될 때에는 너무 늦어버린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므로 다음의 말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소인과는 어떤 일이든 함께 도모해서는 안 된다.”

 

천하의 명검이라도 녹슨 칼집에 넣으면 금방 무뎌지게 된다. 명검이 녹슨 칼집을 빛나게 하는 것보다 녹슨 칼집이 명검의 날을 부식시키는 힘이 강하기 때문이다. 흰색은 검은색과 어울리지 못한다. 흰색이 아무리 눈부시다 해도 검은색을 흰색으로 만들지는 못한다. 그러나 검은색은 흰색의 눈부심을 금방 빼앗을 수 있다.

 

죄가 없는 사람을 죄수들이 우글거리는 감방에 가두어 두면 끝내 그 구분이 모호하게 된다. 세상사의 이치는 이와 같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말처럼 그릇된 것들의 행태는 그 기세가 날카로워 바른 것의 기품을 빼앗아버린다. 그럼으로 군자는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도 올바르지 않은 소인배와는 교분을 맺지 않는다.

 

소인배는 사실 눈에 잘 드러나 식별이 어렵지 않다. 그러므로 능히 조심할 수 있으리라 안심을 한다. 하지만 잘 알기에 대처할 수 있다는 마음을 교묘하게 비집고 들어오는 게 또한 소인배들의 능력이다. 마치 사람들이 큰 병을 이겼으되 작은 병에 허무하게 쓰러지는 것과 같다. 소인배와는 아예 친분을 가져서도 안 된다.

 

소인배들이 저지르는 가장 몹쓸 행동은 상대방의 총기(聰氣)를 빼앗아 이후에도 회복이 어렵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칼도 한번 녹이 슬면 영원히 강건함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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