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립쇼에 얼룩진 한국 정치
동물을 사랑하는 친구가 있다. 특히 개를 사랑한다. 언젠가 그 친구 집에 갔는데 개의 행동이 아무래도 요상하다. 이유를 물었다. 친구가 웃으며 대답했다. 잘못을 저질러서 그런다는 것이다. 무슨 죄를 지었을까.
‘글쎄 저 녀석이 화장실이 아닌 곳에다 응가를 하지 않았겠나.’
사연인즉 대소변은 꼭 마련해 준 화장실에서 보는데 무슨 귀신에 씌었는지 집안에다 했다는 것이다.
‘짐승이라고 함부로 볼 게 아니네. 어떤 때는 사람보다 훨씬 나을 때가 있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인간이 못된 것은 짐승만도 못하다고 하지 않는가. 왜 갑자기 친구 집 개가 생각났는가. 며칠 전 국회에서 어떤 의원이 기자 회견인지 뭔지를 하는 데 정말 가관이었다. 자기가 간 곳은 여자들이 벌거벗고 춤추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다들 무슨 얘긴지 알 것이다.
자유한국당에 최교일(문경·예천·영주)이란 의원이 있다. 명절 연휴 동안 많은 안줏거리로 등장했을 것이다. 이유도 전 국민이 다들 알겠기에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겠지만 미국에 출장을 가서 스트립바라는 곳에 갔다는 것이다. 아직 미국 구경을 못 해서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모르지만, 경험자의 설명을 들으면 여성들이 벌거벗고 춤을 추는 술집이라는 것이다.
최교일 의원이 미국출장을 갔는데 출장 이유가 ‘선비정신 세계화’라는 것이다.
스트립바에서 선비정신을 어떻게 세계화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매타작은 당연하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해외 출장을 갔는데 스트립바 경비는 최 의원 개인이 부담했는지 영수증 한번 보고 싶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최 의원은 여자들이 벌거벗고 춤추는 곳은 아니라고 강변했고 국민들은 웃었다. 그냥 잘못했다 죄송하다 사죄하면 욕먹는 것으로 끝날 것을 긁어 부스럼으로 키웠으니 지금 와서 후회해 봤자 꼴만 더 초라해진다. 최교일이 ‘선비정신 세계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몰라도 의원들의 신뢰는 다시 한번 추락했다.
최교일이 누군가. 대학재학 중에 고시에 합격해서 그야말로 소년 급제 한 인재다. 검사로 임용이 되어 지방검찰청에 차장검사로까지 승진하고 옷 벗은 후 금배지를 달았다.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모두가 선망의 눈으로 부러워했을 것이다. 혹자는 출장 중에 스트립바쯤 갔기로 웬 야단법석이냐고 할지 모르나 그게 아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열과 성을 다해 분골쇄신하겠다고 열두 번도 더 맹세하고 국회의원에 당선되지 않았겠는가.
최교일은 아마 이렇게 툴툴거릴지도 모른다. 국회의원 모두 전수조사를 해 보자. 나보다 깨끗한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한번 보자. 가슴이 뜨끔한 의원이 제법 있을 것이다. 하긴 제수씨와의 스캔들도 있으니.
국회의원은 정직하면 안 되는가
거짓이 하도 판을 치니까 이 세상에 정직이란 단어조차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될 정도다. 하지만 아무리 거짓이 많다고 해도 세상에는 정직한 사람도 많고 그들에 의해 세상은 돌아간다. 정직하면 우선 마음이 편하다. 자신이 한 거짓말을 모두 기억할 수도 없고 거짓말을 하도 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뭐가 거짓인지조차도 모를 지경이 되어 버린다.
정말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목숨이 위기에 처하거나 나라의 운명이 좌우되는 문제가 생기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되도록 거짓말은 안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지도자급에 있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면 사회의 기강과 질서가 무너진다.
국회의원을 직업으로 생각하는 의원은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버릴 수 없는 버려서는 안 될 사명감이 있다. 국민과 나라를 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물어보면 정치인의 말을 믿지 못하고 특히 국회의원의 말을 믿지 못한다는 국민이 태반이다. 엄청난 불행이다. 한데 믿지 못하는 당사자인 국민이 도장 찍어 뽑았으니 이 또한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그러니까 자기들이 뽑아놓고 자기들이 욕을 하는 바로 북 치고 장구 치고 잘 들 노는 것이다. 국회의원들 역시 국민 알기를 개떡으로 안다. 국민은 선거 때만 상전이다.
예천군의회 군의원들이 저지른 망동도 국회의원 뺨친다. 결국 못 된 의원들을 만들어 내는 것은 국민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최교일의 경우 더욱 용서치 못할 것은 죄를 빌기는커녕 스트립바에 간 것이 마치 남에게 끌려간 것처럼 수작을 부리고 들통나자 가이드 탓으로 돌린 것이다. 교활의 극치라 아니 할 수가 없다. 한국당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이런 인간은 쫓아내야 한다. 머리만 좋고 도덕심이 없으면 더 큰 사고를 저지른다. 우병우·김기춘의 경우도 그렇지 않은가.
자신의 잘못은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한다. 묶은 걸 푼다는 뜻이다. 최교일이 잘못했으니 자신이 풀 수밖에 없다. 누가 안내를 했느니 여성이 전부 벗지 않았느니 따위 바보 같은 소리는 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에게 빌어야 한다. 명색이 국회의원 아닌가. 문경·예천·영주 주민들에게는 무릎 꿇고 빌어야 한다. 국회의원 출마는 하지 않는다고 해야 사람이다.
곽상도, 그게 무슨 짓인가
곽상도라는 국회의원이 있다. 대구 남·중구가 지역구로 검사 출신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민정수석이다. 국민들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는 1991년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 때 담당 검사로 참여한 바가 있다. 김기설이 분신 투신자살을 했는데 강기훈이 유서를 대필해 줬다는 사건이다. 그러나 조작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그 사건에 대해서 곽상도가 무슨 말을 했는가. 듣지 못했다.
다시 유명해지고 싶어서인가. 곽상도는 대통령 딸 가족의 해외 이주 의혹이 있다며 9살 외손주의 학적까지 뒤져 공개했다. 인간 포기가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왜들 이러는가. 군사독재 시절 검사의 DNA가 아직도 꿈틀거리고 있는가. 이제 그따위 짓거리에 시간을 소비하기에는 국회의원으로 할 일이 너무나 많다. 모르는가. 다시 한번 국민이 불쌍해진다. 국민이 불쌍한 것은 그뿐이 아니다. 정치 좀 잘하라고 국민이 뽑아서 국회로 보내 그 많은 특권을 주고 돈 많이 주고 이루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대우를 해 준다. 그럼 제대로 해야 할 것 아닌가. 국민 마음에 쏙 들도록 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그 절반은 해야지. 아니 국민들의 속은 썩이지 말아야 할 것 아니냐. 곽상도의 9살짜리 어린이 학적 뒤지기는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짓이 아니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면 누가 할 짓인가. 짐작할 것이다.
국회에 묶여있는 법안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이건 법안을 심의 통과시키기 위한 국회가 아니라 묶어두자는 국회다. 툭하면 단식이요 농성이다. 기네스북에 오를 ‘5시간 30분’의 릴레이 단식은 무슨 미친 짓인가. 지나가는 개가 웃을 노릇이다. 부끄러움도 본능인데 한국당 국회의원들은 본능도 없단 말인가. 이러면서 국민에게 집권하겠다고 표 달라고 할 염치가 있는가. 하도 기가 막혀서 하는 소리다.
개가 부끄럽다는 말이 있다. 국회의원들 집에 개가 있거든 물어봐라. 딱 한마디 대답할 것이다. ‘정신 차려라. 개가 부끄럽지 않은가'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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