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두환 구형과 '991억' 남아도 재산목록 다시 볼 필요없다는 법원검찰, 조비오 신부 '사자 명예훼손혐의' 징역 1년 6개월 구형..이재명 '법정 최고형 단죄' 촉구2003년 확인 뒤 오랜 시간 지나..법원 "전두환, 새 재산 취득했다 볼 자료 부족" 이재명 "전두환의 건재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전두환 씨에게 검찰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전 씨는 고 조비오 신부를 자신의 회고록에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5일 광주지방법원 형사8단독 재판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전두환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은 5.18 직후의 군 기록과 목격자들의 증언, 무엇보다 피고인 전 씨가 5.18 당시 발포허가의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며 이번 사건을 통해 역사적 정의를 바로세워달라며 이같이 요청했다.
이날 검찰 구형과 관련해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오늘 전두환의 사자명예훼손 재판에서 검찰이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법정 최고형인 2년에 미치지 못한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사자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 지사는 전두환 씨에 대한 결심공판 소식이 알려진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두환이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민정당 후예들이 5·18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라며 "전두환의 건재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지사는 "참혹했던 80년 이후 5.18 피해자들 중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들만 마흔 분이 넘는다"라며 "도청에서의 최후항쟁 이래 80년대 내내 진실을 알리려 산화한 열사들과 아울러, 이분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명백하게 역사를 제대로 세우지 못한 결과다. 백주대로에 전두환이 활보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에서의 정의의 실종이자, 불의한 세력을 단죄하지 못한 민족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곧 있을 선고공판을 통해 전두환의 역사왜곡과 5.18 영령들에 대한 모독이 엄중히 처벌받기를 바란다"라며 "그래야 민정당 후예들과 망언세력들이 자신들 이익을 위해 감히 5.18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전 씨에 대한 단죄를 거듭 촉구했다.
이 지사는 아울러 "반드시 전두환에 대한 직접조사, 특검 등 가용 수단을 모두 동원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전두환을 단죄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두환 씨의 미납 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해 재산목록을 다시 확인하겠다는 검찰의 요청을 법원이 기각했다. 법조계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3부(재판장 박병태)는 지난달 28일 검찰이 전 씨를 상대로 낸 재산명시 신청 항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2003년 전 씨의 재산목록이 이미 제출됐으며, 전 씨가 이 밖에 쉽게 찾을 수 없는 새로운 재산을 취득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미 제출된 재산목록이 허위라면 민사집행법위반 등 형사 절차를 통하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재산명시 신청은 재산이 있으면서도 빚을 갚지 않는 채무자의 재산을 공개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제도인데, 재산을 숨기거나 속인 경우 민사집행법상 거짓의 재산목록 제출죄로 봐서 처벌할 수 있다.
지난해 4월12일 검찰은 2003년 처음 전 씨의 재산목록을 확인한 뒤 오랜 시간이 흘렀고 전 씨가 자발적으로 납부한 추징금 액수도 미미한 점 등을 들어 재산명시를 신청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법원이 같은 이유로 기각하자 항고한 것이다.
앞서 전 씨는 반란수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당시 법원은 전씨가 뇌물로 받은 돈 등 2205억원 추징을 명령했지만, 전씨는 납부를 미루다가 추징 시효를 한달 앞두고 314억원만 납부했다. 이후 검찰은 2003년 재산명시를 신청해 법원이 받아들였다. 전 씨는 당시 29만1천원의 예금과 채권 등을 재산목록으로 제출했다. 현재 전 씨는 991억원의 추징금을 미납한 상태다.
검찰이 지난 4일 재항고장을 제출했지만, 이미 두차례 기각된 만큼 새롭게 인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2003년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그동안 전 씨가 자발적으로 납부한 적도 거의 없고, 실제 생활은 (재산에 견줘) 어느 정도 수준이 돼 보이기 때문에 재산목록을 확인해볼 만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 입장문 전문]
오늘 전두환의 사자명예훼손 재판에서 검찰이 1년 6개월을 구형했습니다. 법정 최고형인 2년에 미치지 못합니다.
참혹했던 80년 이후 5·18 피해자들 중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들만 마흔 분이 넘습니다. 도청에서의 최후항쟁 이래 80년대 내내 진실을 알리려 산화한 열사들과 아울러, 이분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명백하게 역사를 제대로 세우지 못한 결과입니다. 백주대로에 전두환이 활보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에서의 정의의 실종이자, 불의한 세력을 단죄하지 못한 민족의 부끄러운 자화상입니다.
곧 있을 선고 공판을 통해 전두환의 역사 왜곡과 5·18 영령들에 대한 모독이 엄중히 처벌받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민정당 후예들과 망언세력들이 자신들 이익을 위해 감히 5·18을 부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번 사자명예훼손뿐 아니라, 전두환에게는 벌하지 못한 여죄가 많습니다. 집단발포명령 지휘계통을 밝히지 못한 5월 21일부터 26일까지의 수많은 내란목적살인, 그 의도조차도 불명확한 양민학살(주남마을 사건 등), 헬기 기총소사 등 일일이 열거하기 버겁습니다. 이 사건들은 단죄받지 않았기에 당연히 사면도 이뤄지지 않은 것들입니다.
다행히도 현 정부 들어 어렵게 만들어진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지난 5월부터 조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반드시 전두환에 대한 직접조사, 특검 등 가용 수단을 모두 동원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전두환을 단죄해야 할 것입니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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