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인수위는 MB아바타인가?
16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이 무산된 가운데, 윤석열이 일행을 이끌고 마치 보란 듯이 사내를 걸으며 점심 식사를 하러 갔는데, 마치 그 모습이 오래 전에 본 영화 포스터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경주 최씨 역할을 했던 최민식과 그에 속은 건달 하정우의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하정우가 감옥에서 나와 호텔에서 손자 돌 기념식을 하고 있는 최민식을 향해 “회장님...”하고 나타난 장면은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특정 가문 위주로 형성된 권력이 얼마나 허망하고 기만적인지 잘 보여준 수작이다. 특히 검찰의 비호 아래 커 간 최민식의 말로는 매우 상징적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윤석열 선대위 명단을 보고 문득 그 영화를 떠올린 것은 우연일까? 현재까지 발표된 인수위 구성에 과거 ‘친이계’가 대거 포함된 것을 두고 보수신문까지 비판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친이계의 부활’이라는 말도 돌고 있다.
인수위의 구성을 보면 그 정부의 특징을 대충 짐작해 볼 수 있는데, 확실한 것은 ‘친이계’가 인수위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출범도 하기 전에 이명박 사면이 거론된 것도 이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장제원은 대표적인 친이계로 아들이 음주운전과 경찰관 폭행으로 감옥에 있지만 비서실장으로 발탁되었다. 장제원은 권선동, 윤한흥과 함께 이른바 ‘윤핵관’ 중 한 사람이다. 아들의 음주운전과 경찰관 폭행 문제로 윤석열 선대위에서 나가 백의종군하겠다던 장제원은 안철수와의 단일화를 이끌었고, 선대위에 여전히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장제원은 부산 동서대학 설립자의 아들로 이른바 사학재벌 가문인데, 법사위에 속해 거친 언어로 맹위를 떨쳤다.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 청문회 때도 ‘장모의 비리’를 언급해 윤석열이 “이거 정말 너무한 거 아닙니까?” 하는 반박을 당하기도 하였다. 그랬던 장제원이 윤석열이 국힘당 대선 후보가 되자 180도 돌아선 것은 그가 얼마나 권력 지향적이란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윤핵관’의 한 사람인 권선동은 인수위에서 빠졌는데, 아마도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한 것 같다. 그러나 권선동이 법사위원장을 했던 것을 고려하면 나중에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될 것으로 보인다. 권선동은 윤석열과 함께 서울대 법대 동문으로 윤석열이 국힘당 대선 후보가 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충청도 친구라는 정진석은 현재 국회부의장으로 나중에 총리로 기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권선동이 만약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될 경우 인사 청문회 때 강원랜드 부정 채용 건이 다시 부각되어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이다. 권선동은 최종 무혐의를 받았지만, 그가 서울대 법대 출신에 국회 법사위원장이었다는 점에서 과연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당시 강원랜드는 직원 90% 이상이 부정 채용되어 논란이 되었지만 곁가지들만 처벌되었다.
윤핵관의 한 사람인 윤한흥은 인수위에서 청와대 개혁 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있고,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에서 대변인을 했던 김은혜는 대변인을 맡고 있다. 김은혜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2의 나경원 출연’이란 비판이 터져 나왔는데, 나경원의 말로가 안 좋았듯 김은혜가 지금처럼 독설만 퍼부을 경우 반드시 정치적 응징을 당할 날이 올 것이다. 한때 조수진이 나경원 역할을 하다가 이준석과 마찰해 지금은 잠수중이다. 독설가는 언제고 그 대가를 받는다.
김은혜는 공교롭게도 성남 분당 지역구에서 당선된 사람으로 이재명 후보가 성남 출신이란 점에서 차기 총선 때는 당선에 애 좀 먹을 것이다. 김은혜는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에서 대변인을 했고, 대선 때도 윤석열 선대위에서 대변인 역할을 했다.
김은혜는 권선동이 강릉 술집에서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이 일었을 때, 현장에 있었던 장본인이다. 이 사건은 나중에라도 반드시 진상이 규명되어야 한다. 만약 이재명 후보 측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아마 수구 언론들이 하루 종일 도배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건은 열린공감TV에서 잠시 보도했을 뿐, 기존 언론들은 침묵했다. 여기 저기 술집이나 들락거리며 기자들과 어울리는 것이 과연 대선 후보와 대변인이 할 일인지 묻고 싶다. 아울러 당시 술값 계산은 누가 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윤석열의 ‘입과 귀’가 모두 친이계로 채워진 것은 윤석열이 이명박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이명박 특검 때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았다. 그후 윤석열은 승승장구했다. 윤석열은 검찰총장 인사 청문회 때 “MB정부가 제일 깔끔했다.”라고 말해 자신이 친이계임을 은연중 고백했다.
인수위 24명 중 지금까지 12명이 임명되었는데 대부분 친이계로 알려져 윤석열 정부가 MB아바타 정부가 아니냐는 비아냥이 보수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대 출신, 남성으로 구성되어 ‘친남친’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과거 이명박은 ‘고소영 내각’으로 유명했다.
인수위 외교안보 분야 간사를 맡은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을 비롯해 위원으로 선임된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이종섭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이 모두 MB 정부 출신이다. 정무2팀장을 맡은 이상휘 전 방송통신심의위원도 MB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냈다.
이중 김태효는 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댓글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밀실 처리 논란으로 사퇴한 점 등을 들어 부적절한 인사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특별고문 명단에도 MB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통령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실장과 이동관 전 MB 청와대 홍보수석의 이름이 올랐다. 같은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책실장을 지낸 윤진식 전 의원도 포함됐다.
인수위원장으로 한때 ‘MB아바타’로 통했던 안철수가 지명된 것부터 윤석열 정부가 사실상 MB아바타 정부라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주지하다시피 안철수를 키운 사람은 이명박이다. 안철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각종 특위에 참여했고, 포스코 이사 역할도 했다. 초중고 교과서에 실려 ‘안철수 신화’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신화’로 통했던 안철수가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 정치에 끼친 패악을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린다. 특히 호남을 팔아 국민당을 창당해 놓고 배신한 것은 두고두고 원죄가 되어 안철수 정치 인생에 발목을 잡을 것이다.
윤석열은 호남을 배려한답시고 박주선을 취임준비위원장으로, 장성민을 정무특보로, 전북 남원·임실·순창을 지역구로 둔 이용호를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로 임명했다. 박주선과 장성민은 김대중 대통령이 발탁한 인사들인데, 그들이 수구들의 본거지로 들어갔으니 정치의 허망함을 다시 느낀다. 하지만 그들의 말로가 좋을지는 두고 보겠다. 배신자는 다시 배신하기 때문이다.
당선자 첫 일성이 이명박 사면인 것은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지우려는 윤석열 측의 꼼수로 읽힌다. 거기에다 윤석열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까지 개입했다. 스스로 검찰의 독립을 주장해 놓고 김오수 검찰 총장에게 물러나라는 말은 왜 하는가? 이제 우리는 MB의 망령을 보게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한계가 벌써부터 노출된 셈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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