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통은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
윤석열이 기자들 앞에서 조감도(鳥瞰圖)를 펼쳐놓고 한 설명이 논란이되고 있다. 조감도란, 투시도의 하나로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을 때의 모양을 그린 그림이나 지도를 말한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으로 논란이 일자 윤석열은 직접 조감도를 펼쳐놓고 기자들 앞에서 브리핑을 했다. 프롬프터 없이는 단 3분도 얘기를 못한 것으로 유명한 윤석열이 직접 지휘봉을 들고 30분 넘게 브리핑을 하는 이색적인 모습이 연출되자 기자들도 고개를 갸웃했다.
주지하다시피 윤석열은 국방 전문가가 아니다. 부동시로 군복무까지 면제된 사람이 바로 윤석열이다. 그런데 검사로 임용될 때는 시력이 정상이었다. 그런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하필 국방부를 다른 데로 보내고 그 자리에서 대통령 업무를 보겠다고 하자 안보를 중요시 여기는 보수층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높다. 실제로 전직 함창의장 출신 11명이 윤석열에게 결정을 유보하라고 경고했고, 국힘당 내에서도 반대하는 여론이 서서히 늘고 있다.
웃기는 것은 윤석열이 지휘봉을 들고 여기 저기 가리키며 “여기가 지하 벙커이고, 여기가 합참으로 통하는 복도이고...” 하며 사실상 국가 기밀을 노출했다는 점이다. 시민단체가 윤석열을 이점을 들어 고발한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가장 궁금한 것은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이 왜 용산을 고집하느냐인데, 벌써부터 여러 추측이 나돌고 있다. 그중 가장 유력한 것이 무속인의 권유인데, 고발사주를 터트린 조은성 씨와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이 21일에 관련 증거를 내놓았다.
두 사람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천공이 3년 전에 용산을 강조하며 “용이 여의주를 물고 온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말과 윤석열이 한 말이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 용이란 윤석열이고 여의주란 대권을 의미할 것이다. 이것은 윤석열이 중앙지검장 시절 언론사 사주와 만나 대호프로젝트를 구상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시 무속인이 동행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윤석열이 “청와대엔 단 하루도 살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의 표현이자, 동시에 국민소통을 빙자로 하여 집무실을 터가 좋은 용산으로 옮기려는 사전 포석으로 읽힌다. 즉 윤석열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머문 곳에 단 하루라도 있으면 부정을 탄다, 라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집기나 침대 같은 것을 바꿀 수는 있지만, 청와대 자체의 공간을 거부한 것은 무속이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다.
청와대를 현재의 위치에 세울 때도 수많은 역술가나 풍수가들의 조언을 들었을 터, 왜 지금은 그곳이 터가 안 좋은 곳이 되었는지 궁금하고, 정말 터가 안 좋았다면 나라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는지도 묻고 싶다. 북한산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청와대는 누가 봐도 명당 중 명당인데 말이다. 아마도 거기에는 김건희 식 지나친 결백성이 반영된 것 같다. 실제로 김건희는 7시간 녹취록을 통해 자신의 영적 수준과 풍수가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문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일반 집 이사와 다르다는 점이다. 일반 집 이사도 계획을 실행하려면 최소 몇 달이 걸리는데 국가 대사인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졸속으로 이루어진다면 누가 이에 공감하겠는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작은 천도’에 해당한다. 더구나 이전해갈 자리가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국방부 건물이니 더욱 우려가 깊은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이 부를 재앙
(1) 국방부와 합참 이전으로 인한 혼란과 안보 공백 (2) 주변 시민들의 불편과 사적 재산 피해 (3) 유사시 국방부와 합참이 동시에 타격 (4) 소통 공원이 아닌 불통 공원으로 남을 가능성 (5) 천문학적인 이전 비용과 불통 이미지 고착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무속이 국정에 개입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윤석열은 국힘당 후보 경선 때 손바닥에 왕자를 새기고 나와 무속 논란이 일었고, 건진법사가 국힘당 선대위에서 활동하다가 문제가 되자 사퇴했다.
용산에서는 벌써부터 “찍어 주니 폭탄 먼저 터트렸다.”며 연일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 시위를 하고 있다. 그 과정 중에서 불상사라도 일어나면 윤석열은 조기 레임덕에 처해질 수 있다. 규제권에 속하는 용산구와 강남구가 등을 돌리면 당장 6월 서울시장도 위험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이 직접 조감도를 펼쳐놓고 대국민 브리핑을 한 것은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과 함께, 한편으론 누군가 용산을 강제하고 있다는 추측을 할 수밖에 없다. 바로 무속인 말이다.
지금 국방부 건물은 현재의 청와대보다 국민들이 접근하기 더 어려운 구조이다. 따라서 국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용산을 선택했다는 윤석열의 주장은 출발부터 틀렸다.
행정수반이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근무하는 곳은 국가 안보의 콘트럴타워로 단순히 아파트를 이사하는 일반 이사와 그 성격이 다르다. 그런데도 윤석열은 마치 검찰총장 때 하던 식으로 이전을 밀어붙였고, 직접 브리핑까지 했다. 오죽했으면 그 모습이 무슨 부동산 회사 홍보 탐장 같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설령 국방부로 집무실을 이전한다고 해도 주변 공원 조성과 활용 방안은 더 많은 여론을 들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조감도까지 만들어 온 것은 윤석열 식 불통 이미지의 한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내가 주장하는데 누가 감히 반대하느냐 식의 사고는 조기 레임덕을 가져오게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탄핵을 불러오게 할 수 있다.
지금 국힘당이 윤석열 정부를 5년 내내 지지할 거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국힘당도 윤석열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폭락하고 덩달아 국힘당 지지율도 폭락하면 윤석열에게 탈당할 것을 권유할 것이다. 그런 사례가 많고 그것이 바로 정치다. 정치엔 영원한 우군도 적군도 없다.
대선 기간 윤석열을 밀었던 조중동도 윤석열의 불통을 염려하기 시작했고, 국힘당 내부에서도 윤석열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천하의 이명박근혜도 감옥에 보낸 우리 국민이다. 불통과 안하무인의 대가는 참혹할 것이다.
국민들은 윤석열에게 묻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전국민적 고통 속에서 도대체 뭐가 중한데 용산에 집착하느냐고 말이다. 국민과의 소통을 주장하려면 청와대로 가서 담장 먼저 허물라. 소통은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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