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둘러싼 '짤짤이 파동' 어이없네..이건 코미디""호불호 떠나서 어처구니 없이 동료가 당하면 '이건 아니잖아?'라고 목소리 내주는 정치인을 소망"
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온라인회의에서 한 말이 '짤짤이'일 것이라는 본인 설명에 더 개연성을 두고 말씀드립니다.
이런 걸 설명까지 해줘야 하나 싶지만 비난 논평에 자당에서 징계 얘기까지 나오니 정리해보겠습니다.
짤짤이는 20세기 후반 한국에 존재했던 '전통 놀이'입니다. 제가 서울에서 중고등학교 다녔던 80년대에는 분명히 존재했고, 70년대나 90년대 이후에도 잔존했을 겁니다.
일종의 동전 따먹기 놀이였구요. 80년대 물가 기준으로는 흔한 10원이나 통화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50원으로 주로 했습니다. 100원짜리 짤짤이는, 강남에 유복한 자제들 많이 다녔던 고등학교 나온 경험으로는 어마어마한 스케일.
주로 수업과 수업 사이 쉬는 시간에 2인 이상 삼삼오오 모여 이 놀이를 즐겼는데, 간혹 수업시간에 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범생들 빼고 공부에 취미 없으면 수업 시간은 굉장히 지루했으니까요. 심심풀이 시간 보내기에는 딱 이었습니다.
저는 간혹 선생님이 "뒤에 짤짤이 하는 놈들, 걸리면 죽는다"고 하는 경고를 들으며 뒷좌석에서 판이 벌어진 것을 알았습니다.
몰래 한 거죠. 짝궁끼리 책상 아래 손을 부지런히 움직여서 짤짤이를 했는데, 선생님이 모를 수가 없죠. 선생님도 학생 시절에는 이 놀이를 즐겼을 것이고, 두 손으로 동전들을 포개고 힘있게 몸을 출렁이는 이 놀이의 특성상 매의 눈을 가진 선생님이 그 이상한 진동을 모를 수가 없습니다.
몇 차례 경고에도 듣지 않는 친구들은 결국 앞으로 끌려나와 엉덩이를 맞곤 했습니다. 저요? 원체 재테크에 관심 없는 사람이고, 그것말고도 하고싶은 게 많아서 저는 안 했습니다. 그러나 짤짤이 있는, 20세기 교실 풍경은 눈에 선합니다.
최 의원의 해명대로라면, 그는 온라인 회의에서 카메라로 안 보이는 틈을 타서 일부 참가자가 짤짤이를 하는 모습을 그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가지고 "그럼 짤짤이 혼자 하는 게 가능하냐"고 묻는 분 있는데 혼자도 가능합니다. 짤짤이 재테크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본 게임에서 이기려고 혼자 '마인드컨트롤'하는 친구도 있었으니까요.
또 하나, "짤짤이 치다"라는 어법이 있냐는 논란(?)은 말의 응용력을 너무 간과한 판단이 아닌가 싶습니다.
무엇보다 최 의원이 2018년 전북일보 칼럼에 '짤짤이'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분 머리 속에 입력된 정보라는 거죠.
"그 시절 아이들의 오락거리 가운데 ‘쌈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짤짤이’라고도 했다. ‘홀짝’보다 난이도가 높고 도박성이 강해 뒷자리 아이들의 필수종목이기도 하고 쉬는 시간은 물론, 소풍 때나 수학여행지에선 큰 판이 벌어지곤 했다. 동전을 길게 쥐고 손바닥으로 세 개씩만 잡아 세어내는 솜씨도 얼마나 훌륭했던지" -2018년 6월 6일 최강욱 변호사 '전북일보' 칼럼 중-
저는 여학교의 짤짤이 실태는 모릅니다. 중3때 남녀합반학교로 전학갔는데 여학생들에게 잘보이고 싶었던 남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짤짤이하는 걸 엄청 부끄러워했던 기억은 얼핏 납니다.
'짤짤이'가 아니라 인간의 자위 행위를 뜻하는 그 단어를 쓴 것 아니냐고 반론 펼 수도 있지만 그것은 목격자-피해자가 스스로 증명할 영역이겠죠.
최 의원이 성적인 의미를 담지않은 단어를 가볍게 던진 것을 가지고 피해자가 "아냐, 난 다르게 들렸어"라고 우기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당시 온라인회의한 사람들의 기억을 재생해서 표대결이라도 하면 결과에 승복할 수 있을까요?
저는 소동의 단초가 20세기의 전통놀이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보좌진(의원 대타로 들어간)의 오해 내지 착각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저라면 그 말이 내가 아는 그 단어가 맞는지, 최 의원이 어떤 맥락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를 충분히 확인하고 대응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왜 헤럴드경제에 이 문제를 제보한 사람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까? 민주당이 신주단지처럼 받드는 '피해자중심주의'의 문제가 외화된 것이라고 봅니다.
피해자의 기분이 제일 중요하고, 그럼으로써 그런 느낌이 들면 제대로 된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피해자를 싸고도는 그 현상말입니다. 피해자가 잘못 알아들었다고 해도, 그분이 불유쾌함을 느꼈다면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피해자중심주의에 입각하면, 그런 식의 '천박한 어감'을 주는 말을 쓴 최 의원의 잘못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발언 맥락 떠나 오해 일으켜 불쾌감을 느끼게 한 점에 대해서는 참석자 여러분께 유감의 말씀 드린다”고 한 최 의원의 태도도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앞으로 짤짤이라는 말은 금칙어가 되어야할까요? 어처구니없는 '검열'이 용인되고 다들 알아서 말조심, 입조심하면 공동체의 창의력은 그만큼 좀 먹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최 의원이 왜 욕을 먹을까도 생각해봤습니다. 최 의원은 인기 없는 민주당에서 '가장 시끄러운' 의원입니다. 더구나 지금은 검수완박 정국 때문에 정치뉴스 소비자들의 신경도 많이 날카로와져있습닌다.
민주당이 고까운 분들에게 짤짤이 뉴스는 "오케이, 너 잘 걸렸다. 혼나봐라" 심정으로 소비될 겁니다. 그러나 마녀사냥은 아니라고 봅니다.
민주당에 짤짤이가 어떤 맥락으로 소비됐는지 이해하는 세대의 의원들도 꽤 있을 텐데 암소리 안하는 것도 이해합니다. 박지현 같은 2030 개딸들이 분노하고, 눈 부릅뜨며 저 꼰대 의원 입 좀 쳐닫으라고 하는데 다들 강 건너 불구경할 수밖에요. 자기 몸보신이 워낙 체화된 민주당 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이해 안 가는 것도 아닙니다.
최강욱에 대한 호불호 떠나서 어처구니 없이 동료가 당하면 "이건 아니잖아?"라고 목소리 내주는 정치인을 소망합니다.
다들 불구경하다보면 다음 차례는 바로 의원님, 당신이 될 겁니다. 내일까지 언론보도 추이와 페북 셀럽들 반응 보고 이 헛소동에 편승한 사람들 중에 깔 사람은 확실히 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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