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리.. 띠리리.. 띠리리..’
헤어진 남자친구에게서 벌써 10차례 연속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다. 3개월째 그는 영상통화, 발신자 제한 통화 등으로 계속 전화를 걸어오고 있었다. 어떤 날은 하루 4시간동안 10차례 연속으로 전화를 걸어 온 적도 있었지만 아예 받지 않았다. 그 남자의 계속되는 전화로 발생한 불안감과 두려움은 휴대폰 속 부재중 통화의 기록으로 남았다.
그러나 전 남자친구의 그런 행동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해당 사례는 실제로 지난 3월26일부터 6월3일까지 벌어졌던 전 남자친구의 반복적 전화로 인해 고통을 받아온 A 씨에 대한 것이다.
A 씨는 그런 전 남자친구를 신고했고 검찰은 그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해 재판에 넘겼지만 지난달 7일 사건을 맡은 인천지법 형사9단독 (재판장 정희영)은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스토킹법이 없었던 2005년 대법원 판례 ‘벨소리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송신된 음향이 아니다’를 근거로 전화를 계속했어도 상대방이 받지 않아 벨 소리만 울렸다면 스토킹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스토킹법 이전에는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 문언, 음향, 화상,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정보통신망법 44조7(불법 정보의 유통금지)이용 촉진 및 정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이런 반복된 전화 스토킹 등을 처벌하던 시기였다.
이 사건 이전에도 인스타그램 영상통화를 이용해 지난 21년4월부터 6월까지 총 27회 연락을 시도한 사건과 지난해 12월 하루에만 총 26차례 걸쳐 걸었던 사건 등 역시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현행 스토킹 법 2조 다항에서는 ‘반복해서 전화를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규정하고 있어 해당 판결이 스토킹 법 시행 이전의 판례를 근거로 스토킹 행위를 판단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현재 법원은 스토킹법 이전의 대법원 판단만을 근거로 해 연속적 전화통화 시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는 것일까?
꼭 그렇지도 않다. 지난 3월 남성 승무원에게 여성 승객이 지속적으로 연락을 했던 사례에서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의한 법률 위반 혐의가 인정되어 인천지법으로 부터 징역8개월에 집행유예2년과 160시간의 스토킹 재범 예방 강의 수강 처분이 내려졌다.
지난 6월 광주지법에서도 지난해 12월 늦은 밤 ‘발신자 표시 제한’ 기능을 이용해 피해자에게 총 11회 전화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는 행동을 한 남성의 스토킹 혐의가 인정되며 벌금 1000만 원과 40시간 치료강의 이수 처분이 내려졌다.
당시 재판부는 “스토킹처벌법에 규정된 ‘음향’은 전화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도달하는 모든 소리와 울림을 의미한다‘고 판시하며 현재 시행되고 있는 스토킹법을 인용했다.
결론적으로 반복되는 벨소리는 스토킹범죄가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 재판부가 스토킹법 시행 이전의 판례를 적용시키면 ‘무죄’가 되는 것이고 현행 스토킹법을 적용하면 ‘유죄’가 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스토킹법이 시행되면서 법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과도기적인 현상이지만 대법원 판례와 현행되는 스토킹법 내용이 충돌하며 나오는 오락가락한 판결에 해당 스토킹 행위를 당하는 피해자들에게는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국회에서 현행법의 미비점을 바로 잡아 줄 수 있는 개정안이 발의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 (부평갑)이 12일 대표 발의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반복된 부재중 전화 역시 스토킹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우편 전화 팩스 또는 정보 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 제1호의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 등을 도달을 시도하는 행위’로 스토킹 범위를 넓히는 조항을 신설해 연결이 되지 않았더라도 전화통화를 시도하는 행위자체를 스토킹이라고 정의하고 처벌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이 의원은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법 해석이 경직되어 있어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 했다’며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이 의원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김교흥, 김태년, 박찬대, 신동근, 유동수, 정일영, 정태호, 허종식 의원이 해당 개정안의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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