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이상해" 판사도 의심한 유동규 '골판지박스 3억'..김만배에서 끊긴 428억<이재명 기소의 변수..검찰 '428억’ 입증에 발목>
|
|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유동규씨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정치자금을 전달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김만배씨에게 천화동인 지분 절반을 받기로 약속받았다고 9일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서 진술했다.
유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공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유씨는 김용 전 부원장과 공모해 대장동 일당에게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유씨의 진술이 석방 전후로 바뀌면서 증언의 신빙성 등 변심을 하게 된 계기 등을 따져물었다.
복수의 보도를 종합하면 유씨는 이날 법정 진술에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부원장과 이재명 대표의 재선을 위해 의형제를 맺고 대장동 민간사업자 내정 후 김만배씨에게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쓰기로 하고 천화동인 1호 지분 절반을 받기로 했다. 김만배씨가 지분 절반인 700억원 중 공통비용을 제외한 428억원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로 파기환송되자 정 전 실장이 본격적인 대선 준비를 위해 김만배씨가 약속한 지분 을 받아오라고 요구했다. 유씨는 2021년 2~3월쯤 김용 전 부원장에게 20억원가량의 대선 경선자금을 구해달라고 요청받고 남욱 변호사에게 돈을 요구했다고도 주장했다.
유씨는 2021년 4월 정민용 변호사가 남욱 변호사에게 먼저 현금 1억원을 받아왔고 김용 전 부원장이 유원홀딩스 사무실에 와서 찾아갔다고 말했다. 6월에는 정 변호사가 5억원을 추가로 받아와 3억원을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결국 남 변호사에게 총 8억4700만원을 받았고 1억4000만원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썼다고 진술했다.
이날 재판부는 김용 전 부원장이 처음 1억원을 찾아간 상황을 구체적으로 따졌다. 유동규씨는 김 전 부원장이 골판지 박스가 들어있는 쇼핑백에 1억원을 외투에 숨겨서 가져갔다고 기억했는데 재판부는 "그게 좀 이상하다. 골판지가 있고 겉에 쇼핑백이 있으면 크기가 좀 된다. 그걸 구긴다고 외투 안에 들어가는가?"라고 의아해 했다.
이후 김 전 부원장이 3억원을 역시 골판지 박스 3개에 담아 쇼핑백에 넣어서 가져갔다는 증언에도 "골판지 박스 3개가 쇼핑백에 들어가느냐?"라며 그 과정을 명확히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재판부가 의심한 골판지 박스는 검찰에 의하면 붉은색 계열의 발렌티노 신발 상자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부는 또 유씨가 밝힌 ‘가짜 변호사’와 ‘검찰의 회유가능성’ 등에 대해 묻다가 검사에게 유동규씨의 자술서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재판는 유씨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자필 진술서를 좀 보여달라. (자술서가 화면에 나타나자) 이 종이는 어디서 구했나요?"라고 물었다.
유씨는 "조사받다가 제가 얘기하겠다고 종이를 달라고 했습니다."라고 답하자 이에 재판부는 "검사실에서 조사받다가 쓴 건가요?"라고 묻자 유씨는 "네"라고 답했다.
관련해 고일석 더브리핑 기자는 유씨의 이날 진술이 '횡설수설' 모순에 빠졌다며 자술서 쓰기 이틀전 검사와 4시간30분의 '비밀면담'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씨의 진술서는 줄이 그어진 편지지의 양식을 띠고 있어, 이 진술서가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르다는 점을 짚어 구치소가 아닌 검사실에서 작성됐다는 것을 (재판부가) 밝혀낸 것"이라며 '이것만으로 진술서의 신빙성이 크게 떨어진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또 반부패수사 3부 강백신 부장검사가 유동규씨에게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를 반복적으로 질문하자 조병구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 없는 부분을 묻는 것은 조율해 달라"며 제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유동규씨가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내용을 진술하게 된 배경도 따졌다. 재판부는 "신빙성에 관해 물어볼 부분이 있다"라며 "심경 변화를 일으킨 지난해 9월은 대장동 본 사건의 구속 기간 1년이 만료돼 석방 여부가 중요하던 시점인데, 태도를 바꾸게 된 구체적인 이유를 말해달라"고 했다.
당시 유씨의 추가구속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어 재판부는 "본인이 출소하는지 여부가 중요하지 않았느냐. (검찰의) 협박이나 회유 등은 없었나"라고 물었다. 이에 유씨는 민주당과 이 대표 측이 '감시' 목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주장하며 배신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또한 검찰의 협박이나 회유 등은 모두 부인했다.
유씨는 지난해 9월 26일 3회 조사 때부터 심경 변화를 일으켰다. 위례신도시와 관련해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혐의로 남욱, 김만배씨와 함께 유씨의 추가 기소가 이루어진 날이다. 유씨는 검찰에서 "김용에게 이재명 대선 경선 자금을 전달했다"라고 진술하고 한 달 뒤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유씨는 또 부패방지법 위반혐의와 별도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수사도 받고 있었다. 바로 남욱 변호사로부터 받은 8억4700만원이 ‘정치자금’으로 탈바꿈해 김용 전 부원장에 대한 기소로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씨가 검찰과의 폴리바게닝(형량거래)으로 뇌물혐의보다는 정치자금 전달자로 구형을 줄여보겠다는 꼼수로 보는 시각이다.
당초 검찰은 이재명 대표 쪽이 428억 원을 약속받고 배임 행위에 나섰다고 봤으나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는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김만배씨 진술을 돌파하는데 실패하면서, 이 대표의 구속영장에서 해당 혐의는 빠지게 됐다. 아울러 검찰의 이 대표 기소는 난맥에 빠진 상황이다. 하지만 검찰이 또 어떤 별건 수사로 기소를 밀어붙일지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