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미 전술(salami tactics)이란, ‘어떤 협상에서 한꺼번에 포괄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쟁점 이슈를 부분별로 세분화해 하나씩 해결해나가며 각각에 대한 대가를 받아냄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말한다.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협의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이 살라미 전술을 사용하고 있어 논란이다. 김건희의 주가 조작 혐의는 오래 전부터 거론되었고, 실제로 수사가 많이 진행되었는데도 경찰은 수사 결과를 일괄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김건희 내부정보 주식 거래 무혐의
김건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관련 내부 정보를 미리 알았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로 결론을 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8일 김건희의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혐의에 대해 범죄가 구성되지 않는다고 판단,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경찰의 이러한 결정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허점투성이다.
경찰 수사의 허점
(1) 김건희는 도이치모터스의 이사로 재직한 바 있으며 2013년 9월 말 기준으로 도이치모터스의 주요 주주로 등재되기도 했다. 김건희는 권오수 회장으로부터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을 장외매수했는데 권오수 회장이 7개월 뒤에 있었던 투자 유치를 몰랐을 리 없다.
(2) 김건희를 한 번도 소환하지 않고 서면조사로 끝냈다.
(3) 검찰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시세조종 범의(犯意)가 2012년 12월7일 끝났다고 봤으나, 2013년 초 다시 주가가 오르는 등 범행이 끝나지 않았다는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4)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2012~2013년에도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시세차익과 유동자금 확보를 위해 김건희를 포함한 지인들의 자금을 동원하였다.
(5) 김건희는 2011년 12월 10일 권오수 회장이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 7억5000만 원에 매입할 때 같은 날 5억 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6) 김건희는 2012년 11월 13일 권오수로부터 신주인수권 51만464주를 주당 195.9원에 장외매수하고 2013년 6월 27일 이 신주인수권을 타이코사모펀드에 주당 358원에 되팔아 약 8개월 만에 82.7%의 수익률을 거두었다.
가장 중요한 혐의 무혐의로 다른 혐의 면죄부 주려는 꼼수
이상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것만 봐도 김건희는 자본시장법 '시세조종행위 동의 금지' 규정 위반의 혐의가 있는데, 경찰은 내부정보 거래 건만 무혐의 처리를 했다. 이는 가장 중요한 혐의에 대해 무혐의를 내려 나머지 혐의도 면죄부를 내리도록 유도했다는 의심을 지을 수 없다.
김건희는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부인하며 “단순 투자를 맡겨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김건희는 2011년 서울대 인문대학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AFP)에 현직 도이치모터스(BMW코리아공식딜러사) 제품 및 디자인전략팀 이사로 재직했다고 이력을 제출한 바 있다. 유리할 땐 이력에 써먹고 불리할 땐 오리발을 내민 격이다.
김건희 모친 개입도 드러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는 김건희는 물론 김건희의 어머니도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0년 두 사람이 동일 IP, 즉 같은 인터넷 주소를 통해 동시에 주식 계좌에 접속했다는 걱은 이미 보도되었다.
동일IP거래는 시세 조종의 핵심적인 단서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던 2010년 11월 3일 최은순은 6만 2천여 주를, A씨는 2만 5천여 주를 각각 팔았고 약 9만 주, 3억여 원어치에 달하는 이 물량은 겨우 1분도 채 안 돼 김건희가 모두 사들였다.
'인위적 주가부양 기간'으로 지목한 2010년 9월에서 11월까지, 최은순 계좌 2개에서 이뤄진 물량소진·통정매매 등 수상한 거래가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최은순도 소환하지 않았다.
곁가지들만 구속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는 권오수(도이치모터스 회장), 이정필(주가조작 선수, 1차 주포) 등이 있는데, 이정필은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소개로 김건희와 2~3차례 만났으며, 김건희로부터 10억원 상당의 신한증권 계좌를 넘겨받았다.
이정필은 2022년 3월 도주 우려가 없다 하여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이후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자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가 스스로 귀국해 2021년 11월 구속기소되었다. 그런데 왜 스스로 귀국했을까? 뭔가 검찰과 소통이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밖에 김기현은 2차 주포로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고 해주셈’이란 문자를 보낸 인물로,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에서부터 김건희로 연결되는 주가조작의 시발점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마지막 연결 고리에 의해 일어난 거래가 김건희가 직접 개입한 것인지 판단하지 않았다. 핵심 중 핵심은 슬쩍 그냥 넘어간 것이다.
수사하는 척하면서 증거 인멸 가능성 커
결국 경찰은 곁가지들만 구속하고 몸통은 봐준 셈이다. 그 점은 장모의 양평공흥지구 부동산 특혜 사건도 똑 같다. 하지만 이 사건들은 정권이 바뀌면 반드시 재수사가 이루어질 것이고, 내년에 특검이 시작되면 어느 정도 진상이 규명될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 수사하는 척하면서 주요 증거를 인멸할 염려도 있다. 그 점은 박영수 수사도 마찬가지다. 검찰이 박영수를 수사하는 척하면서 주요 증거는 삭제해버릴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이다.
윤석열의 다짐 부메랑
2022년 1월 3일, 윤석열은 “주가조작을 통해 얻은 범죄 수익은 확실하게 환수하며 주가조작을 시도할 경제적 유인을 없애는 한편 이에 가담하는 자는 우리 증권시장, 더 나아가 금융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각오를 갖고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국민들이 “그럼 김건희 먼저 수사하라”고 직격탄을 쏘았지만, 검찰은 수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했고, 심지어 김건희를 소환도 하지 않고 서면 조사만 받았다. 김혜경 여사는 초밥 몇 개, 김밥 몇 개도 압수수색을 하면서 경찰과 검찰은 김건희에 대해 압수수색은커녕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서인지 소환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아주 조금씩 수사 결과를 발표해 사실상 면죄부를 주려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을 펴고 있다. 국민들을 바보로 취급한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특검 혹은 정권이 바뀌면 재수사가 되어 관련자 전원이 사법처리될 것이다. 증거를 덮은 자들도 감옥에 가게 될 것이다.
경찰과 검찰이 특검을 앞두고 미리 설레발을 쳐 김건희나 박영수나 무혐의로 처리하려 하겠지만, 야당이나 언론들도 지켜보고 있어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경찰, 검찰, 언론에 모두 윤석열 사람만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도 “이건 아니다.”하고 증거에 놀란 사람이 많다고 한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려다 그 손가락이 부러질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는 요즘 손가락 좀 만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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