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 영웅 난다(亂世之英雄)’란 말이 있다. 혼란한 세상을 평정한 사람이 영웅이 된다는 이 말을 달리 해석하면, 어려울 때일수록 용감히 싸운 사람이 권력을 잡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태평천하일 때 정치를 잘 하는 것은 별로 표시가 안 나지만, 나라가 온통 어수선할 때 누군가 나타나 이를 평정하면 그 성과가 두드러지게 마련이다. 국민들은 그를 기억했다가 나중에 큰 권력을 준다.
싸우다가 슬그머니 꼬리 감추는 민주당
민주당의 특징 중 하나가 무슨 사건이 발생하면 처음엔 분노하며 싸우는 척하다가 누군가 중도니 외연확장이니 하면, 그 싸움을 멈추어버리는 데 있다. 그 사례는 차고 넘친다.
20억 조폭 뇌물설, 변호사비 대납, 성남 FC 등도 아무런 증거가 안 나왔지만 이를 문제 삼는 의원이 없다. 김기현 울산 땅 기차 노선 변경도 용두사미가 되어버렸다. 그때마다 중도니 외연확장이니 하는 말이 민주당의 발목을 잡았다. 수구들의 농간에 속은 것이다.
사이다였을 때 더 빛난 이재명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의 대표적인 파이터였다. 처음으로 박근혜 탄핵을 용감히 외친 사람도 이재명이다. 모두 망설이고 있을 때 광화문 광장에서 이재명이 한 연설은 지금도 명연설로 남아 있고, 이재명은 그 연설로 일약 스타가 되어 오늘날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때부터 이재명 하면 ‘사이다’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매사 시원하게 말하고 행동했기 때문에 붙여진 말이다. 반면에 묵직하고 늘 신중한 문재인은 별명이 ‘고구마’였다. 고구마의 실용성과 사이다의 명쾌함 중 어느 것이 더 나은가는 구별할 수 없다. 둘 다 겸비한다면 좋겠지만.
당 대표 된 후 신중해진 이재명
이재명이 변방의 장수로 있을 때와 제1야당 대표로 있을 때의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로, 따라서 언행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 밖에 있을 때와 거대 야당 대표로 있을 때의 언행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한때 “이재명에게 사이다가 사라졌다‘라고 실망한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도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재명이라고 마음대로 말할 수 없는 현실이 좋겠는가? 아마도 사이다 본능을 발휘하지 못해 속이 탈 것이다. 그 점 이해한다.
이재명이 민주당 당대표가 되자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상황이 전개되었다. 밖에서는 검찰이 수백 군데를 압수수색하며 압박하고, 안에서는 소위 비명계 인사들이 ‘이재명 사법 리스크 운운’하며 사퇴를 종용했다.
그러나 차기 대선을 의식한 이재명은 전방위적으로 좁혀오는 검찰 수사에도, 걸핏하면 터져나오는 당내 사퇴 여론도 모두 안고 가야 하는 숙명을 안고 가야 했다. 감정대로 하면 전사가 되어 싸우고 싶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특히 언론이 왜곡 보도를 하도 많이 해 질린 상태다.
송영길의 재발견
그 와중에 전사로 등장한 한 인물이 있으니 바로 송영길이다. 대선 패배 후 외국으로 가 있던 송영길은 돈봉투 사건으로 귀국했는데, 첫 일성부터 달랐다. “검찰은 나를 잡아가고 애먼 사람들을 괴롭히지 마라.” 이게 송영길이 한 첫 번째 말이다.
송영길이 당당히 귀국해 ‘선방’을 날리며 검찰청을 찾아가 자신을 수사해 달라고 했지만 검찰은 자꾸만 머뭇거렸다. 아직까지 손영길이 돈봉투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 돈 봉투 사건은 알고 보면 별 게 아니다. 전당 대회 때 각 지역에서 올라오는 당원들의 버스 대절비, 식사비 정도다. 이 정도는 검찰도 눈감아 주는 것이 관례였다. 검찰은 그동안 당내 선거엔 별로 간섭을 하지 않았다.
국힘당이라고 전당대회 때 버스를 동원하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이 ‘피장파장 논리’는 윤석열 정권의 검찰에겐 통하지 않는다. 거긴 선택적 수사, 선택적 정의만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국힘당에선 공천 헌금 사건이 다수 터졌지만 검찰은 침묵하고 있다.
윤석열 고발한 송영길
24일, 송영길이 윤석열을 네 가지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장모의 은행 통장 잔고 위조(양평공흥지구 부동산 비리 포함),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검찰 특활비 전횡 등이 고발내용이다.
송영길 전 대표는 25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수십억의 국가 예산을 특활비란 명목으로 쌈짓돈처럼 영수증도 제대로 없이 사용했다. 검찰조직을 사실상 사조직으로 관리하는 비용으로 써서 대통령이 되는데 활용한 의혹이 크다. 이는 사실상 사전 선거운동 비용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대통령직에 있는 동안 불소추특권이 있다고 할지라도 수사는 진행돼야 한다.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평소 지론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송영길 전 대표는 검찰을 향해 "국민의힘이나 극우단체들이 고발하면 빛의 속도로 출국금지와 압수수색을 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고발하면 검찰 캐비닛에 처박아 둔다면 이것은 공권력이 아니라 사적인 조직폭력이라 할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도 과감하게 수사했던 선배 서울중앙지검장이자 선배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의 전례를 충실하게 벤치마킹해 엄정한 수사를 하라"라고 성토했다.
지지자들 몰려든 중앙지검
이처럼 민주당 사람 중 송영길처럼 윤석열과 정면으로 부딪쳐 싸우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 처음엔 조금 저항했다가 다른 사건이 터지면 슬그머니 꼬리를 말았다. 하지만 송영길은 달랐다. 송영길이 이만큼 자신만만한 것은 뒤가 구리지 않다는 방증이다.
송영길 전 대표가 윤석열을 고발할 때 중앙지검엔 수많은 유투버들과 지지자들이 몰려와 “송영길!”을 연호했다. 마치 대선 유세장 같았다. 그만큼 민주당 지지자들이 그동안 속이 탔다는 방증이다. 송영길은 돈봉투 사건이 터진 후 민주당을 탈당했으므로 민주당에서 별로도 논평이 나오지 않았지만, 일부 의원들도 속으론 시원했을 것이다.
권력은 민심이 정한다
이재명 대표가 지금처럼 ‘수동적 방어’만 하면 민심이 급격하게 송영길이나 추미애 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 조국 전 장관도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민주 진영의 여론은 유튜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각 유투브 댓글엔 온통 “송영길 화이팅!”으로 도배가 되었다.
따라서 민주당이나 이재명 대표는 수동적 방어만 하지 말고 목숨 걸고 싸우라. 이것이 당원들의 명령이다. 그렇지 않고 조금 싸우다가 슬그머니 작파하거나 중도니 외면 확장이니 하는 근거 없는 말에 현혹되어 자꾸만 투쟁에 머뭇거리면 지지층이 차츰 떠난다.
국힘당에는 공천 헌금이 수없이 터져 나와도 괜찮고, 민주당은 전당대회 때 당원들 버스 대절만 해도 문제가 되는, 이 불공평한 세상을 뒤엎는 방법은 투쟁밖에 없다. 중도층도 민주당이 선명하게 수구들과 싸울 때 더 많은 지지를 보내준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길 바란다.
지난 총선 조국수호 검찰타도가 민주당 압승 가져오게 해
지난 총선도 조국 사태로 민주당이 참패하리라 보았지만 대승을 거두었지 않은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광장으로 나와 촛불 시민들과 함께 하라. 자꾸만 망설이니까 앉아서 당하고만 사는 것이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매한가지다. 협치도 인간과 한다. 저들은 인간이 아니라, 악마 그 자체다.
그런 의미에서 송영길의 전사적 태도가 마음에 든다. 그는 말도 잘하고 논리도 정연하다. 외교적 발도 넓고 외국어도 잘 한다. 진짜 난세에 영웅이 날 수 있는 것이다. 송영길은 아직도 아주 작은 집에서 살고 있다. 그만큼 청렴하다는 뜻이다. 그게 그의 무기다, 검찰도 함부로 못 건드리는 이유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송영길, 추미애, 조국이 합세해 수구들과 전사적으로 싸우면 내년 총선에서 대승해 윤석열을 탄핵할 수 있다. 부디 모두 전사가 되어 싸우라. 뒤에 촛불 시민이 있다. 뭐가 두려운가? 윤석열 정권의 붕괴는 이미 시작되었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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