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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퓨굿맨' 박정훈 해병의 '명예로운 항명'.."약자를 지키기 위해 싸워라"

윤재식 기자 | 기사입력 2023/08/11 [15:43]

'어퓨굿맨' 박정훈 해병의 '명예로운 항명'.."약자를 지키기 위해 싸워라"

윤재식 기자 | 입력 : 2023/08/11 [15:43]

흔치 않는 군 법정 영화인 어퓨굿맨’ (A Few Good Men)은 지난 1992년 개봉 후 북미에서만 141,340달러를 벌어들이는 흥행을 하며 제6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우조연상, 편집상을 수상한 명작이다.

 

▲ 어퓨굿맨 (A Few Good Men) 포스터

 

쿠바 내의 콰타나모 미 해병대 기지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동명의 연극을 영화화 한 어퓨굿맨위계사회에서 부당한 명령에 대한 항명은 굉장히 어렵지만 항명하지 않을 시에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을 잘 보여준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미국 입장에서는 최전방인 관타나모 만 미 해군기지 내 해병대 경비중대 소속인 산티아고 이병은 부대생황에 잘 적응하지 못해 군 내외 사람들에게 편지를 써 전출을 요구하고 기지 부사령관 역시 이를 사령관인 제섭 대령에게 건의하지만 제섭 대령은 이를 묵살한다.

 

이후 계속 부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산티아고 이병이 사열 도중 총을 떨어트리는 실수를 하게된다. 이에 지휘관인 제섭 대령은 코드 레드를 부대원들에게 명령한다. ‘코드 레드란 비공식적으로 은밀히 구타와 가혹행위 등을 특정 병사에게 가하는 것을 말하는 해당 해병 부대 은어였다.

 

결국 코드 레드로 산티아고 이병은 사망하게 되고 직접 구타에 가담한 사병 2명만이 군법회의에 회부되고 책임을 지게 된다. 부대 지휘관 제섭 대령이 코드 레드를 지시했음에도 국가안보위원회로 영전이 예정되어있는 등 속칭 잘나가는 고급 군인이기에 해당 사실은 은폐된다.

 

해당 사건은 군 법정으로 가게 되고 군은 사건을 쉽게 끝내기 위해 로스쿨을 막 졸업한 별 볼일 없는 경력의 풋내기 해군 법무관인 캐피 중위에게 산티아고 이병 사망사건가해자로 지목된 해병 2명의 변호인 임무를 맡긴다.

 

변호를 맡은 캐피 중위는 사건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여러 난관에 부딪히지만 특히 최전방을 지키는 해병대 지휘관으로서 자부심이 지나쳐 해군인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를 재판과정 내내 보여주는 제섭 대령, 지휘관의 부당한 명령으로 벌어진 사건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썼음에도 죄책감보다 해병대 규율을 더 중시하는 해병대원들, 군 검찰로 캐피 중위와 첨예하게 대립하는 로스 해병 대위 등 일반 군인이 아닌 해병대의 독특한 정신과 문화 그리고 자부심이라는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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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퓨굿맨 (A Few Good Men) 포스터  

 

영화의 제목인 어퓨굿맨은 소수정예라는 뜻으로 타군보다 자부심이 강한 미 해병대의 슬로건 중 하나이다.

 

미 해병대로부터 많은 것을 차용하고 배워온 우리 해병대 역시 비슷한 해병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번 수해 현장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채수근 해병 사망 사건과 해당 사건을 조사하다 보직 해임된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사건에서도 타군과 다른 해병대만의 조직 문화가 연관되어 있다.

 

해병대가 좋아서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원한 채수근 해병, 해병대가 돋보여야 된다며 안전장비 대신 해병대 글자가 보이는 빨간 색 체육복을 상의를 입혀 위험한 상황 속 무리한 실종자 수색을 강요하고 지시한 해병대 지휘관들, 채수근 해병 사망 사고를 조사하다 억울하게 보직 해임 된 후 밝힌 입장문 마다 해병대 정신을 강조하는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등은 어퓨굿맨에 등장했던 해병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 故 채수근 해병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채수근 사건을 조사한 해병대 수사단은 해병1사단장 등 사단 최고위 인사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으며 해당 내용을 첨부한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했다.

 

그러나 국방부 등 상부는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어겼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을 보직 해임하고 집단항명의 수괴혐의로 입건했다.

 

박 대령은 11일 국방부 검찰단 수사 거부 의사를 밝히는 자리에서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대대장 이하로 책임자를 축소하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주장이 맞다면 코드 레드를 지시했던 제섭 대령은 사망 사건책임자에서 빠지고 실제 이를 실행했던 2명의 해병 병사에게 모든 책임이 지워졌던 것과 다를 것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박 대령은 해병이라는 자부심 때문에 부당한 명령에도 항명하지 않았던 어퓨굿맨2명의 해병과 다르게 보고서 경찰 이첩 보류라는 부당한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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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에 과실 혐의가 있다고 해병대 수사단에 의해 밝혀진 임성근 해병대1사단장이 지난달 2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된 故채수근 상병 안장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그는 또 자신에게 부당한 명령을 내린 상부 기관인 국방부 검찰단 수사도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며 거부했다.

 

그는 해병대라는 조직에서 한 평생 복종과 충성을 신념으로 여기던 해병으로 해병대원의 죽음으로 벌어진 사건에 해병대 상급자의 과실이 있다는 사실을 들춰낸다는 것과 이를 감추려드는 상급 기관에 대항한다는 것 모두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대한민국 해병대는 충성과 정의를 목숨처럼 생각하고 있다라면서 저는 해병대 정신으로 이를 실천했을 뿐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영화 ‘어퓨굿맨마지막 장면에서 항명대신 충성과 복종을 택해 결국 모든 책임을 지고 재판을 받은 2명의 해병은 캐피 중위의 활약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살인 혐의는 무죄를 받게 된다. 그러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 받아 불명예제대판결을 받는다.

 

이에 해당 해병 중 1명인 다우니 이병은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습니까? 우린 잘못이 없습니다며 직무유기 혐의로 인한 불명예제대 판결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다.

 

그러나 그동안 해병대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으로 해병대의 명예를 지키고자 재판과정 내내 다소 답답한 모습을 모였던 도슨 일병은 아니 우린 잘못했어, 우린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는 약자를 지키기 위해 싸웠어야 했어. 우리가 윌리(산티아고 이병)을 지켜줬어야 했어라며 부당한 명령을 항명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후회를 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캐피 중위는 두 해병에게 꼭 해병대여야만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야라며 해병대로서의 삶만이 명예로운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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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단항명' 형의로 보직해임된 박정훈 해병 수사단장이 11일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국방부 검찰 수사단의 조사를 거부하는 입장을 밝힌 후 경례하는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실까지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번 항명 사건으로 박 대령은 평생을 몸담고 그토록 자부심을 가졌던 해병대의 군복을 벗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채수근 상병의 시신 앞에서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다짐했다고 밝혔던 것처럼 끝까지 싸워 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본인 역시 해병대 출신으로 박 대령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꼭 해병대여야만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박정훈 해병은 이미 해병대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명예로운 해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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