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에 사저에서 정중동 자세를 보인 박근혜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육영수 여사의 49주기를 맞아 생가를 방문한 것이지만 정가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뭔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뜻으로 읽고 있다. 호사가들은 이걸 ‘TK목장의 결투’로 비유하고 있는데, 그만큼 대구, 경북에서 박근혜의 존재감이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박근혜의 등장이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보기로 한다.
박근혜 구속시킨 윤석열의 원죄가 변수
주지하다시피 국정농단을 수사해 박근혜를 구속시킨 사람은 윤석열이다. 그런데 윤석열이 박근혜가 만들다시피한 국힘당에 들어가 대선 후보가 되었고 공정과 상식이라는 거짓 구호로 급기야 집권까지 하였다. 윤석열이 박근혜를 찾아가 겉으로는 화해하는 척했지만 양 진영에는 아직 앙금이 남아 있다. 특히 테블릿 PC 조작설을 내세운 변희재 측의 반발이 거세고, 원조 친박인 조원진 세력도 윤석열과는 견원지간이다.
거기에다 박근혜 정부 시절 기재부 장관, 민정수석을 했던 최경환과 우병우가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밖에 흩어졌던 친박 세력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있다는 전언이다. 홍준표는 홍준표대로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최근엔 이준석의 대구 출마설도 나오고 있어 누구 말마따나 ‘TK목장의 결투’가 성사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윤핵관과 원조 친박의 대결
문제는 윤핵관들이 원조 친박 세력을 어떻게 보느냐인데, 공천 과정에서 서로 치고 받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대구와 경북에 가능한 한 친윤 후보를 많이 공천하려는 윤핵관들과 어떻게 하든지 텃밭 대구와 경북에서 일정한 지분을 확보하려는 박근혜 추종 세력 간에 보이지 않는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윤핵관들이 원조 친박들에게 공천을 주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리면 박근혜 추종 세력이 신당을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경우 위험 요소가 너무 크므로 적당히 타협할 공산이 크다. 즉 최경환과 우병우 정도를 대구와 경북에 공천해주고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친박 세력이 최경환과 우병우 외 다른 사람들의 공천도 요구할 경우 윤핵관들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국힘당으로선 당선이 확실히 보장되는 곳은 대구와 경북밖에 없기 때문에 여기서 두 세력 간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홍준표의 권토중래
대구와 경북에 일정한 지분이 있는 홍준표의 태도도 변수다. 비록 당원권 정지로 내년 총선에 직접 영형력을 내세우지는 못하지만 잠재해 있는 홍준표 지지 세력이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백전노장 홍준표도 현 시점에서 윤석열과 대결해서는 얻을 게 없고, 자신의 정치 생명도 위태롭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므로 타협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만약 윤핵관들이 홍준표를 끝까지 외면하면 홍준표의 성격상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토착 세력과 친윤의 싸움
대구, 경북의 토착 세력과 윤심을 바탕으로 대구와 경북을 장악하려는 윤핵관들과의 싸움도 볼 만할 것이다. 현재 국회의원을 하고 있는 대구와 경북 국힘당 의원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면 이들이 신당을 만들어 연합하려 들 것이고, 박근혜가 그때 움직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대구의 경우 친윤, 친박, 홍준표 세력이 3파전을 벌여 한 두 군데서 민주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도 있다. 19대 총선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두 명이나 당선된 바 있다. 김부겸 전 총리가 대선을 겨냥하고 다시 출마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이준석의 선택
이준석의 선택도 변수다. 이준석은 “박근혜의 탄핵을 인정하자”라고 호소해 대구에서 많은 지지를 받은 바 있다. 특히 2030의 지지는 절대적이다. 따라서 이준석이 서울 노원구에서 공천을 받아 얌전하게 있느냐, 아니면 윤핵관들에게 배척받아 공천도 받지 못 하느냐에 따라 대구와 2030의 표 향방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이준석은 윤석열의 노여움에다 윤핵관들의 경계로 공천을 받기가 힘들 것이다. 그러나 위기에는 워낙 잘 뭉치는 국힘당이다 보니 전격적으로 이준석에게 공천을 줘 달랠 수도 있다. 만약 이준석이 당의 공천을 받아 노원구에 출마했는데도 또 낙선하면 이준석의 정치생명은 사실상 끝난다. 안철수 지역구에 김은혜가 공천을 받으면 안철수가 다시 노원구로 올 수 있어 변수도 많다.
유승민의 선택
유승민의 선택도 변수다. 지난 지자체 선거 때 경기도 지사 경선에 나섰다가 자객 김은혜에게 패한 유승민은 당선 가능성이 낮은 대구보다 수도권에서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윤핵관들이 이준석은 몰라도 유승민에겐 공천을 주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걸 알고 있을 유승민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중도 표심이 달라질 수 있다.
보수 신당 창당 가능성
만약 이준석, 유승민, 안철수, 나경원이 신당을 만들고 거기에 원조 친박 세력이 연합하면 보수는 사실상 분열되어 총선에서 참패할 것이다. 그나마 국힘당을 지지하던 중도 세력이 모두 신당으로 가버리면 국힘당은 그야말로 보수만 남아 30%를 넘기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대선도 그랬듯 보수는 위기에는 서로 잘 뭉친다. 따라서 적당한 거래 속에 각각 지분을 받고 단일팀으로 나설 것이다. 지금 민심으로 보면 보수가 단일 대오를 갖추어도 민주당에 이긴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만큼 윤석열 정권의 실정에 국민들이 이미 등을 돌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겉으론 태연, 속으론 속타는 국힘당
국힘당은 겉으로는 윤석열의 지시를 따른 척하지만 속으론 침이 마르고 있다고 한다. 신평이 말했듯 자체 여론조사에서 수도권에서 전멸한다는 여론조사가 여럿 나왔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텃밭인 대구, 경북도 ‘TK목장의 결투’로 언제 분열될지 모르고, PK(부산, 울산, 경남)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민심이 흉흉하다. 모두 65석이 걸려 있는 영남에서 국힘당이 10석 이상을 민주당에 내주면 참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남은 물론 충청, 강원, 제주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동훈, 원희룡 나오면 민주당은 “쌩큐!”
혹자는 한동훈과 원희룡이 총선에 등판해 전체를 지휘할 거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보수 언론들이 한 말에 불과하다.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이미 중도층에서 부정적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동훈의 가벼운 입과 오만불손한 태도는 보수는 결집시킬지 모르지만 중도층을 떠나게 했고,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두고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난 원희룡은 보수층에서마저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만약 두 사람이 총선에 차출되어 당선이 보장된 강남이나 서초에 출마한다면 그 효과는 전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당선이 불확실한 강북에 출마할 배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강북에 출마했다가 낙선하면 그것으로 정치생명이 끝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
윤석열 정권 들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안보 외교 국방 환경 교육 등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지만, 총선에서 가장 영향력을 많이 미치는 것은 역시 경제다. 곳간이 차야 예절을 안다라는 속담도 있듯 국민들이 먹고 살기에 곤란해지면 집권 여당은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경제가 나아질 조짐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25년 동안 우리보다 경제 성장률이 낮은 일본의 경제 성장률이 1.6%인 반면에 윤석열 정권의 경제 성장률은 겨우 0.6%다. GDP도 이미 대만에 따라잡혔고, 한때 G8에 거론되던 한국 경제가 윤석열 정권 들어 13위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고 나니 후진국 한탄
오죽했으면 네티즌들이 “자고 나니 선진국이었는데, 자고 나니 다시 후진국이 되었다.”라고 윤석열 정권을 조롱했겠는가? 거기에다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도 책임자 한 명 처벌하지 않고, 노조 탄압, 언론 탄압, 야당 탄압만 하고, 본부장 비리는 덮고 있으니 어떤 국민이 총선에서 국힘당을 지지하고 싶겠는가?
그것도 모자라 이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까지 마시고 저러니 이런 친일매국 정권이 또 있을까? 국힘당은 어쩌면 대구와 경북 당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또 한미일 정상 회담으로 호들갑을 떨겠지만 해묵은 동맹 운운하고 확장성 억제란 말만 되풀이 할 것이다.
미국이 언제 우리의 동맹이 아닌 적이 있으며, 북핵 문제가 그런다고 사라지는가? 역사상 이토록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거기에다 비열하기까지 한 정권은 없었다. 탄핵만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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