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이승만을 바라보는 배우 조진웅·이영애의 인식홍범도 논란에 조진웅 “답한다는 자체가 처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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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씨가 지난 2021년 8월 14일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홍범도 장군 묘역에서 열린 추모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가보훈처
배우 조진웅씨와 이영애씨가 12일 오전 포털을 장식하면서 화제로 떠올랐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와 관련한 조진웅씨 인터뷰 내용과 이영애씨가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기부 의사를 밝힌 이야기다.
조진웅씨는 전날 인터넷 언론매체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웃을란다”라는 한 마디로 속내를 전했다. 조씨는 영화 ‘암살’ 등에서 독립운동가 역할로 출연한 것을 계기로 홍 장군 기념사업회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지난 2021년에는 국민특사 자격으로 카자흐스탄에서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모셔왔다.
조씨는 인터뷰에서 "사람이 어떤 상황에 대한 의견이나 생각을 말할 때, 혹은 어떤 질문이나 의구심과 논란으로 말미암아 회자되어 구설이 될 때, 논제가 정확하고 보편 타당해야 한다”라 “그러나 이 상황은 정상 범주에서 논리 준함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내 스스로가 이 질문에 답을 한다는 자체가 너무나도 처참하다”라는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의 논란을 만들어낸 정권의 책임자들을 겨냥했다. 조씨는 “질문의 발생자들이여, 진정 그대들은 목숨 걸고 이 나라를 일구게 한 선조 선배들의 큰 뜻을 헤아려나 보았는가”라며 “목숨을 담보로 지켜낸 이 땅에 우리는 당당하고 있는가, 이런 감정적 호소가 지금 이 시기에 마땅한 읍소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난 가슴 아프지도, 주먹으로 맨땅을 치는 일도, 술을 먹고 한탄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그저 웃을란다. 어이가 없어 웃을란다. 참 웃퍼서(웃기고 슬퍼서) 고개를 들 수 없어 웃을란다”라는 헛웃음으로 대신했다.
뉴스토마토는 마지막으로 "홍범도 장군의 위대한 업적을 담아낸 영화 '봉오동 전투'. 이 영화의 감독을 비롯한 배우진은 이번 논란에 대해 침묵을 선택했다"라며 "장군 역할을 맡았던 배우 최민식을 비롯해 류준열, 유해진 등 주연 배우들과 연출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라고 했다.
매체는 이어 "모두가 정부 눈치를 보며 침묵을 택한 가운데 홍범도 장군 논란에 대중문화계 최초로 입장을 밝힌 조진웅의 용기에 응원을 보낸다"라며 "'침묵하는 순간 공범이 된다'는 말이 있다. 공범이 될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비겁함 역시 그들의 몫이며, 그들은 공인이다"라고 침묵의 장본인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이영애는 뉴라이트?
12일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재단법인을 통해 모금 운동을 시작했는데 이영애씨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특히 이씨는 추진위 발족 소식이 알려진 직후, 후원 계좌가 열리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먼저 기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재단관계자는 “당시 이씨는 지인을 통해 ‘기념관 건립 취지에 동의한다’는 의사와 함께 기부 뜻을 전해왔다”라고 말했다.
이영애씨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소외 이웃과 재난 사태에도 각별한 관심을 보이면서 기부에 앞장 서왔다. 문제는 이번 '이승만 기념관' 기부 건에 앞장 선 이영애씨의 인식이다. 일각에서는 이씨가 '뉴라이트'를 스스로 인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씨의 남편 정호영씨는 재산이 2조원에 달하는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졌다. 정호영씨는 1980년대 케이원전자와 한국벨통신, 한국에스티 등을 거쳐 방위산업체인 한국레이컴 회장직을 맡았다. 한국레이컴은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레이더, 특수전자 통신장비, 무선전화기, 컴퓨터 네트워크 통신장비 등 군수 관련 장비를 개발·생산하고 있는 업체다.
이영애, 정호영씨 부부
이영애씨가 기부 의사를 밝힌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48년부터 1960년까지 12년간 불법적인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한 독재자로 국민에 의해 쫓겨난 대통령이다. 그는 부통령 선거에서 득표수 조작, 투표함 바꿔치기 등의 부정선거(1960년 3.15 부정선거)를 했다. 이러한 부정선거는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고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시민을 향해 발포하던 계엄군조차 시위대에 동조하고, 심지어 서울 시내의 대학교수단도 학생들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반미 분위기로 이어질 것을 염려한 미국은 이승만에게서 등을 돌렸고, 비공식적으로 이승만 대통령의 지지를 철회하였다. 미국이라는 배후를 잃은 그는 결국 대국민 하야성명을 발표하고, 하와이로 망명해 생을 마감했다.
현재 윤석열 정권은 뉴라이트에 경도돼 부정한 정치가로 쫓겨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신봉하면서 동상을 세우고 기념관을 짓고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작업에 몰두하는 상황이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지난 8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뉴라이트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정신세계를 뉴라이트가 잡아먹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4.19라는 것은 이승만 정부를 타도한 것이다. 그게 우리 헌법정신인데, 다시 끌어내 동상을 세우겠다는 것도 헌법 위반"이라며 "그런 점에서 (뉴라이트) 이 사람들은 보수 내에서도 이단"이라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그런데 주변에 있던 이단, 이 사람들이 어느새 들어와서 중앙에 진출해 지금 대통령의 (정신) 세계까지 점령해버린 것, 대통령의 정신세계까지 잡아먹어버린 것, 이게 지금 모든 불행의 근원이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