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정치가는 말로 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만큼 정치가에게 언어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정치가가 한 말은 일반인이 한 말과 그 무게감이 다르다. 정치가의 말에 따라서 국가 주요 정책이 바뀔 수 있고, 심지어는 국가 간의 외교 관계가 바뀌기도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정치가가 한 말 때문에 나라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만큼 정치가는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유는 인류 보편적인 가치입니다.”
윤석열이 각종 기념사에서 한 말이다. 은유법 형식을 띤 이 명제는 겉으로는 틀린 게 없다. 이 문장에서 중요한 단어는 ‘자유’, ‘보편적’, ‘가치’이다. 그렇다면 윤석열은 이 세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누군가 써준 원고를 읽었을 뿐이다. 그 증거는 차고 넘친다.
‘자유’의 사전적 의미는 ‘남에게 구속을 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뜻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자유의 법률적 의미는 ’법률의 범위 안에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며, 철학적으로는 ’소극적으로는 외부의 모든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뜻하고, 적극적으로 자기의 본성을 쫓아서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뜻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윤석열은 위의 의미를 알고 자유를 강조했을까? 아니다. 윤석열에게 자유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다. 따라서 자신의 말에 부정적인 세력은 모두 ‘반국가 세력’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언론이 ‘바이든’이라 한 것을 ‘날리면’으로 바꾸어버릴 수 있는 자유, 그래도 까불면 해당 언론사 기자를 전용기에 못 타게 하는 자유, 세무 조사를 실시해 거액을 납부하도록 하는 자유인 것이다. 윤석열에게 자유란 대선 때 제기한 의혹을 ‘가짜뉴스’로 규정해 탄압하는 자유이며, 경제지표마저 왜곡해 여론을 호도하는 자유이며, 자기 가족 비리는 덮어주고 정적의 작은 티끌은 침소봉대해 구속해 버리는 자유다.
보편적(普遍的)이란, ‘모든 것에 두루 다 미치거나 통하는 성질을 띤 것’을 말한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가장 보편적인 사랑이다. 자유와 평등은 인류 사회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 이념이다. 이럴 때 사용된다. 그러나 윤석열은 자유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고 말해놓고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비판 세력을 모두 반국가 세력으로 매도해 처벌하려 한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가치(價値)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이 지니고 있는 값이나 쓸모’를 말한다. 철학적으로는 ‘인간이 대상과의 관계에 의해 지니게 되는 중요성’을 이르는 말이다. 경제적으로는 ‘상품이나 재화의 효용’을 말한다. 한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는 그 사회의 가치 체계를 반영한다. 이럴 때 사용한다. 그런데 윤석열은 자신을 비판하는 세력을 억압하고 구속하려 하니 이만한 모순이 없다.
윤석열 언어 연구 학파 생길 듯
최근에 윤석열의 언어를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이 늘고 있다. 심리학에서 언어를 다루는 게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사고가 언어로 표현되기 때문에 언어는 심리학 연구의 주요 대상이 된다. 이런 걸 인지심리학이라 한다. 언어학자는 언어 자체를 연구하지만 심리학자는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언어에 관심을 가진다.
언어는 하나의 상징이다. 김대중은 민주화 투쟁의 상징이다. 이 말이 성립하려면 실제로 김대중이 민주화 투쟁의 역사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모든 사람이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의 상징은 자유다, 하면 과연 누가 이 말을 인정해 줄까? 정치가에게 말은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말에 대한 진정성과 실천이다. 언어의 수사는 화려할 수 있지만 실제 행동에 따라 거짓일 수도 있고 참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인생관이 다르고 역사관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생각과 관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관점이 보편적이지 않고 특정 이념에 종속되어 구현될 때 히틀러 같은 사람이 탄생하는 것이다. 윤석열은 사용하는 언어나 행동이 히틀러와 유사하다는 연구도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이 외친 자유, 자유민주주의, 공산전체주의, 반국가 세력이란 말 속에는 히틀러의 부하인 괴벨스의 선동이 다분하다. 이러다간 윤석열 언어를 연구하는 학파가 새로 생길 판이다.
윤석열의 언어는 반어도 역설도 아닌 사기 그 자체!
반어(反語)는 ‘표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뜻하고자 하는 것과는 반대로 말이나 글 등을 표현하는 표현법’을 말한다. 가령 국어 시험에서 50점을 받아온 아이에게 엄마가 “잘 한다, 서울대 가겠다.”하고 말하면 겉으로는 잘한다하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죽일 놈”이란 비난이 묻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학에서 반어는 청자(聽者)나 독자(讀者)가 겉으로 드러난 의미와 진정으로 의도하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드러난 의미를 통하여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과 조건 아래에서 사용하는 것이므로 절대로 속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뜻하고자 하는 것을 반대로 표현함으로써 강조하는 효과를 거둔다. 반어는 풍자로 쓰이기도 한다. 가령 남의 돈을 훔치는 소매치기가 다른 소매치기에 의해 그동안 훔친 돈을 소매치기 당하는 모습은 반어적 정경으로 거기에는 ‘점쟁이 저 죽을 날 모른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라는 풍자가 숨어 있다. 그러나 윤석열의 반어는 강조를 위한 반어가 아니라 상대를 속이기 위한 반어다. 윤석열은 “정부는 독립유공자들을 끝까지 영웅으로 대우할 것입니다.”라고 말해놓고 봉오동 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에게 공산당 딱지를 붙여 육사에서 흉상을 철거하려 했다. 이건 반어법이 아니라 사기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고 건전 재정 기조로 확실히 전환했다"고 주장하지만 재정 건전성과 경기 진작은 상호 모순되는 말이다. 윤석열 정권이 확정한 내년 예산안은 올해 보다 2.8% 늘어난 656조 9천억 원이다. 수구 언론들은 이걸 “19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라고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감세를 던져 놓고 예산을 맞추려다 보니 쓸 돈이 없는 것이다. 상반기 세수 손실만 59조인데, 그 대부분이 대기업 법인세 인하, 부자들 종부세 인하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놓고 재정 건전성 운운한다. 이것은 반어가 아니라 사기다.
윤석열 정권은 해병대 사망 사고가 나자 “공정하게 수사해라” 해놓고 정작 수사에 개입해 자신이 비호하는 사단장을 범죄 혐의에서 빼라고 지시했다. 이것은 반어도 역설도 아닌 그냥 사기다. 윤석열은 전북에 방문해 “세만금에 6조를 투입하겠다.”라고 약속해 놓고 세계 잼버리 대회가 파행으로 끝나자 새만금 예산을 6626억 원에서 1479억 원으로 크게 깎았다. 이것 역시 반어도 역설도 아닌 그냥 사기다.
윤석열은 대선 때 공정과 상식을 주장하며 “제 장모는 남에게 사기를 당했을망정 남에게 십 원짜리 피해 한 장 준적 없다.”라고 말했으나, 장모는 현재 법정 구속 중이다. 윤석열은 언론의 공정한 보도를 역설해놓고 언론 장악의 대명사 이동관을 방통위원장으로 임명했으며,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해놓고 거짓말의 대명사 김행을 여가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안보를 강조해 놓고 전두환이 일으킨 군사 쿠데타를 구국의 결단이라고 말한 신원식을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이것 역시 반어도 역설도 아닌 그냥 사기다.
윤석열은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왔다." 라고 말하며 시민단체의 보조금을 깎겠다고 말해놓고 관변단체인 자유총연맹에는 보조금을 더 주겠다고 약속했다.
무식하면 겸손이라도 해야
오죽했으면 “박정희는 총칼로 국민을 억압하고, 윤석열은 주둥이로 국민을 억압한다.”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겠는가? 정치가가 한 말이 언어의 수사학이 아니라 사기일 때, 국민은 그 정권을 반드시 응징한다. 수십 가지나 되는 본부장 비리는 덮어두고 정적 이재명만 죽이려는 모습을 보라. 언어의 개념도 모르고 그저 누군가 써준 원고를 앵무새처럼 읊어대는 윤석열을 보자니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무식하면 겸손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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