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든지 내년 총선에서 이겨 보려는 국힘당의 몸부림이 측은해 보인다. 국힘당이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참패하자 한중 축구 댓글 조작, 국정원 선관위 해킹 가능성, ARS여론조사 금지를 주장하더니, 이번에는 엉뚱하게 김포시를 서울시로 편입시킨다는 당론을 들고 나왔다. 그야말로 ‘뜬금포’다.
그 정도의 정책은 오랜 기간 야당과도 협의해야 하고, 서울시와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국힘당은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 발표 먼저 했다. 그러자 국힘당 내부에서도 좋지 않은 선거 전략이라며 서울 출마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수구 언론들은 김포시를 서울시로 편입하는 것이 ‘신의 한수’니 뭐니 떠들어대지만,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무지의 소치다.
국힘당의 전략이 패착 중 패착인 10가지 이유
(1) 선거 승리만을 위한 졸속 정책
그동안에도 행정 체제 개편은 수없이 거론되었지만 지역 이기주의와 선거 지역구 개편 때문에 번번이 무산되었다. 그런데 국힘당은 김포 서울 편입을 야당과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수도권 참패론이 현실화되자 꺼내든 졸속 정책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국힘당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진 이유다.
(2) 부동산 가격 상승 부추겨 지역 갈라치기
국힘당의 이러한 정책은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켜 지역을 갈라치기 하려는 꼼수로 윤석열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도 상충된다. 김포를 서울로 편입시키면 김포 땅값이 올라 김포 시민들이 국힘당을 지지해줄 거라는 얄팍한 계산은 치졸하다 못해 비겁해 보이기도 한다.
(3) 서울시민의 반발
경기도 일부 도시를 서울로 편입시키면 서울시민이 좋아할까? 경제는 희소생의 원칙이 적용되는데, 서울시 면적이 넓어져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데 서울 시민이 이걸 받아들일까? 서울시의 부동산 가격과 김포의 부동산 가격은 천양지차다. 김포의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보장도 없다.
(4) 자존심 중요시 여기는 심리에 역행
한국인은 자신이 어디에 산다는 자존심이 강한 민족이다. 누가 어디에 사느냐고 물으면 서울에 산다 하지 않고 “압구정에 산다”하고 대답하고, 성남에 살면서도 “분당에 산다”라고 대답한다. 그만큼 압구정과 분당에 산다는 자존심을 내세우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김포가 서울로 편입되면 사람들은 “서울시 김포에 산다”라고 대답할 까? 서울은 같은 공간에서도 강남, 강북 사이에 사는 사람들의 자존심이 다르다.
(5) 지역 균형 발전에 역행
국힘당의 이러한 정책은 윤석열이 걸핏하면 강조했던 지역 균형 발전에도 상충되어 그동안 윤석열이 한 말이 국민 기만이 되어 버린다. 야당이 그동안 윤석열이 한 말을 영상으로 제시하며 역공을 펴면 국힘당은 방어에 쩔쩔매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일부 도시를 서울로 편입시키려 하면 자방에서 대반란이 일어나 오히려 표가 떨어질 것이다. 특히 충청 지역의 반발이 가장 거셀 것이다.
(6) 서울로 편입되면 교부금 절반으로 줄어
독립된 도시와 서울시에 한 구로 편입된 지자체는 정부 교부금부터 차이가 난다. 김포시의 올해 예산은 1조 4000억 정도인데, 서울시로 편입되면 예산이 8000억으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런 사실이 널리 공유되면 과연 김포시민이 서울 편입에 찬성할까?
(7) 김포가 서울시 변두리로 전락할 가능성
서울은 같은 공간임에도 강남과 강북의 차이가 심하다. 만약 김포가 서울로 편입되면 김포는 졸지에 서울시의 변두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김포도 서울시로 출근하는 사람이 많아 교통이 불편할 뿐 주거 환경은 나쁘지 않은데, 김포시민들이 구태여 “나 서울시 김포구에 산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까? 김포시의 현안 문제는 서울로 출근하는 시민들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 서울 편입이 능사가 아닌 것이다.
(8) 다른 도시들의 반발
주지하다시피 서울 주변에는 위성 도시들이 수십 개로 만약 김포만 서울시로 편입되면 다른 도시들이 강력 반발해 오히려 국힘당 후보가 내년 총선에서 쓴잔을 마실 수 있다. 국힘당도 그걸 알고 하남, 광명, 구리시 등을 서울로 편입하겠다고 하지만 그럼 그밖에 도시는 가만히 있겠는가?
리얼미터가 2일에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포시의 서울특별시 편입 추진에 반대가 58.6%, 찬성은 31.5%에 그쳤다. 특히 수도권에서 '반대' 의견이 높았다. 인천경기 지역에서는 '반대'가 65.8%, '찬성'이 23.7%, 서울에서는 '반대'가 60.6%, '찬성'이 32.6%였다.
연령별로 7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에서 '반대' 응답률이 절반을 넘어섰다. 김포 서울 편입 추진 배경을 묻는 질문에는 '정치적 이해에 따른 것'이라는 응답률이 58.8%였고, '해당 지역 주민의 필요에 따른 것'이라는 응답률은 27.3%였다. '잘 모르겠다'는 13.9%였다. (자세한 것은 중앙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9) 김포에 혐오시설 집중 불신
한편 김포시가 서울로 편입되면 서울시에 있는 혐오시설이 김포로 집중될 거라는 여론도 퍼지고 있다. 만약 이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면 김포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역효과가 날 것이다. 서울시는 이미 포화 상태라 쓰레기 매립장이나 소각장을 지을 수 있는 공간이 없다. 하지만 김포는 아직 땅이 여유가 있어 혐오시설이 김포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김포시의 땅값이 오히려 떨어질 것이다.
(10)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에 대한 불신 커질 수도
국힘당은 김포시뿐만 아니라 광명, 구리, 하남시도 서울시로 편입한다고 발표했는데, 이 경우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이 다시 부각되어 야당의 맹공이 퍼부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하남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 사이에 “양평 땅값 올리려고 그러는 거 아냐?” 하고 의심할 수 있다. 이 여론이 확산되면 오히려 국힘당이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
본질은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오만한 태도
병도 그렇듯 본질적인 것은 치료하지 않고 파스나 붙이면 더 악화되듯 정부의 정책도 마찬가지다. 그저 총선에서 이겨보려고 행정 체제 개편이라는 거대한 어젠다를 야당과 아무런 협의 없이 진행하다 보면 얻을 것보다 잃을 게 더 많다. 국민이 윤석열 정권에 등을 돌린 이유는 내 지역을 서울로 편입시키지 못해서가 아니라, 경제 파탄에 있다. ‘곳간이 차야 예절을 안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국민들은 일단 먹고 살기 힘들면 정부를 규탄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권과 국힘당이 가장 시급해야 할 것은 지역 이기주의를 이용한 갈라치기 전략이 아니라, 우선 경제를 회복시켜 국민들의 고통을 감소시키는 일이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지금, 누가 이념이나 지역 이기주의에 편승해 투표하겠는가?
아울러 굴욕적인 대일 외교, 즉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 투기 허용, 일제 강제 징용자 우리 기업이 배상, 동해를 일본해라 표기,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 개입 허용, 독도 일본 땅 주장,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가 될 것이다.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해놓고 표를 달라고 하면 되겠는가?
또한 수직적 당정관계, 야당과의 협치, 무너진 공정과 상식, 퍼주기만 한 외교, 안보 불안, 오만불손한 태도, 노조탄압, 언론탄압, 야당탄압 등이 해결되지 않고 얄팍한 수로 총선을 치르려 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나타날 것이다. 강서구청선거 때도 국힘당이 수많은 개발 공약을 쏟아냈지만 통하지 않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 가격을 부추겨 선거를 하려는 국힘당의 태도가 역겹다 못해 분노가 인다. 국민이 바보로 보이는가?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