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한 개인이 경험과 사회적 학습으로 쌓아온 세계관의 표현이다. 윤석열의 잦은 망언은 정치 신인인 탓에 정치언어와 공감능력이 미숙해서 생긴 해프닝이라기보다, 그의 세계관이 그 정도일 뿐이라는 데 생각이 머문다. 언어와 앎의 관계를 고찰한 언어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명제를 빌려오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윤석열에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말라고.
윤석열과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들의 말하기와 관련한 윤석열에 대한 평가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다변가'와 '달변가'다. 그에 대한 호감 여부를 걷어내면 사실상 동일한 평가다. '말이 많다'는 것이다. 말이 많다는 것과 잘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하지만 그의 말주변에 대해 말하기를 '촌철살인'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드디어, 윤석열이 스스로 ‘탄핵’을 언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에 대한 탄핵시도가 있었으나 헌재에서 기각된 바가 있었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 논의는 있었으나 대통령 본인에 대한 탄핵은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한 차례 언급한 것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논의된 적은 없었다. 촛불행동 등 재야 시민사회,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에서 줄기차게 요구되어 왔지만 정치권에서는 수면 아래에 있던 ‘탄핵’ 이슈를 윤석열이 직접 꺼내 든 것이다.
윤석열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북카페에서 열린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 국민 60여 명이 참석해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발언을 언급한 것이다. ‘탄핵할 테면 해보라’는 발언이었다.
이런 비슷한 상황이 김건희에게도 있었다. 과거 대선국면에서 김건희는 스스로 쥴리를 언급했다가 자신이 쥴리라는 가명으로 접대부 생활을 했다는 논란을 확산시켜버린 것이다. 당시 뉴스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바빠서 쥴리할 시간이 없었다’고 묻지도 않은 질문에 스스로 답변한 바 있다. 당시 쥴리에 관한 논란은 ‘서울의소리’와 ‘열린공감TV’ 시청자 등 극히 일부만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으로 김건희는 자신을 향한 접대부논란을 대중들에게 확산시켜 버림으로써 국내는 물론 해외언론에까지 자신을 접대부 출신으로 소개해 버린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이후, 김건희 접대부설을 증언할 몇몇 목격자가 등장하면서 김건희 접대부설은 단순한 ‘설’이 아닌 사실로 굳어져버린 모양새다.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다. 윤석열이 2021년 6월 대선출마에 도전할 즈음이었다. 김건희의 모친이자 그의 장모인 최은순의 사기행각이 몇몇 유튜브 매체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사기행각이 몇몇 열혈 시청자들만 알고 있었던 사실일 뿐 국민적인 논란이 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한 논란에 대해 측근을 통해 윤석열은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장 피해준 적이 없다"고 발언한 것이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오히려 논란이 더욱 확산돼 버렸다. 십원권 지폐에 윤석열과 최은순을 삽입한 패러디 물이 공유되는가 하면, 윤십원이라는 별칭이 생기기도 했다. 당시 최은순의 사기행각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며 결국 그녀는 이러한 이런 저런 혐의로 법정구속되어 실형을 살고 있는 중이다.
촛불시민들 중심으로 매주 윤석열 퇴진 집회가 진행중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집회가 이루어지고 있다. 윤석열 일가의 차고 넘치는 비리와 부정부패 그리고 정부 정책의 문제로 인한 민생고와 굴욕외교 등 그가 퇴진해야 할 사유는 이미 차고 넘친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퇴진할 인물은 아니다. 스스로 퇴진할 정도의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통령에 출마하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 이제 윤석열이 스스로 언급한 탄핵 발언을 현실화시킬 일만 남은 셈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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