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고민' 토크 콘서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대구·경북에서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심판론을 꺼내들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영국 방문 때 찰스 3세 국왕의 황금마차를 탄 것이 ‘내실’이 없는 '허례'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과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26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경북) 구미의 산업단지가 쇠퇴하고 대기업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할 때, (대통령이 외국 순방을 나가) 기업의 수십조원 해외투자를 약속하고 좋은 만찬을 대접받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 대구·경북이 바라는 방향이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주변국과 외교를 정상화하는 것은 그 자체가 목표라기보다 수단이어야 한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또한 “미국의 안보이익에 동참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전기차 배터리 문제 하나 풀어내지 못해, 수십조원의 투자를 해외에 약속하고 외견상 후한 대접을 받고 돌아오는 외교는 한계가 명확하다”라며 “(윤 대통령이) 해외에 약속한 수십조원의 투자는, 사실은 구미의 엘시디(LCD) 공장이 빠져나간 자리에 배터리 산업으로 투자됐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안보 이익에 동참했지만, 윤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우리의 경제적 이익은 찾아오지 못했다”라며 “더는 우리 외교가 해외에 수십조 투자를 약정하고, 반대급부로 황금마차를 타는 외교가 돼서는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유사시에 가장 선봉에서 상륙작전을 펼쳐야 할 해병대 장병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다잡지 못하면 어떻게 나라를 지킨단 말이냐?”라며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사하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국방부가 항명·상관 명예훼손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긴 것을 비판했다.

그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전에서 희생된 우리 병사들의 아픔을 입 밖으로 내어 추모하는 사람들이 채 상병과 박정훈 대령의 억울함을 푸는 데 인색한 것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전은 (더불어)민주당 계열의 일부 인사가 부적절한 언급을 하기 때문이고, 채수근 상병과 박정훈 대령의 억울함은 현 정권의 책임이 있기 때문 아니냐”라고 따졌다.

이 전 대표는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할 때마다 항상 듣는 이야기가 ‘大를 위해 小를 희생하라’는 이야기”라며 “해외에 수십조원 투자를 약속하고 황금마차를 타는 게 大냐, 아니면 일자리가 사라지는 구미의 산업단지에 그 투자가 집중될 수 있도록 먼저 챙기는 게 大냐. 박정훈 대령이 채 상병 억울함을 풀어내는 것과, 해병대 지휘부가 알량한 자리를 지켜는 것 중 어느 것이 大고, 어느 것이 小냐?”라고 거듭 따져 물었다.

앞서 홍기웅 진보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의 황금마차 외교와 관련해 벼랑끝 한국 경제를 들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이 황금마차를 타고 다닐때, 3분기 가계부채가 발표됐다. 무려 1875조에 달하는 가계부채로 역대최고치를 기록했다"라고 했다.

이어 "이중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453만 명에 달했다"라며 "빚을 내서 빚을 돌려 막고 있는 벼랑 끝에 서있는 국민들이다. 국가가 감내할 수 있는 가계부채율은 GDP대피 85%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00.2%로 가계부채율은 이미 세계 1위다. 나라가 부도가 났던 97년 IMF 때도 가계부채율은 46%밖에 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망하기 직전의 나라에서 국민들이 대출로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은행은 이자장사로, 부자들은 세금감세로 주머니를 채우고 있다. 물가도 오르고 대출금리, 공공요금도 오르고 있는데 실질임금은 떨어지고 있다. 서민예산마저도 삭감되니 결국 국민들은 또다시 대출로 생계를 이어가 능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뜩이나 지난해 난방비 폭탄을 맞고 올겨울 단단히 준비하고 있는 국민들"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빚더미 위에 앉있는 국민들이 해외 나가서 황금마차를 타고 돌아다니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속에서 열불날 지경이라고 한다. 계속 그렇게 하고 싶거든 보는 국민 속 터지게 하지 말고 차라리 그 자리에 내려와서 마음 편히 즐기길 바란다"라고 쏘아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호스가즈 광장에서 영국 국왕 찰스 3세와 함께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황금마차 속 카밀라 영국 왕비와 김건희 한국 대통령 부인. 2023년 11월 21일. 영국 왕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