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전 총무원장 죽음에 있어서 어느 입장이라도 수용하려 한다.
이틀 전 언론사 불러서 10년 포교를 강조하고 정치인들도 만났으며, 마침 동안거 시작해 현행범이건 교사범이건 숨기 좋은 시점이고, 굳이 소방 인원 63명과 장비 18대를 동원시켜야 하는 집 안에서, 또한 그 정도 계획했다면 유서나 CCTV 등 얼마든지 장난할 수도 있지만... 흐린 날 돌아가셨음에도 쌍무지개가 찬란했다는 등, 독살 당한 교황임에도 조용히 선종하셨다는 등,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은 어차피 종교 집단의 공개된 영업 비밀이다. 그런 상황 아는 입장에서 앞으로 이번 사건이 어떻게 정리되더라도 굳이 이런저런 말할 생각없다.
그러나 불교의 기본 가치를 훼손시키는 것은 분명히 언급하자. 자승 승려의 죽음은 자살(타살은 일단 제쳐두자)이지, 소신공양이 아니다.
이는 종단이 대표적 소신공양인 문수스님을 두번 욕 보이는 것이다. 이를 두 유서가 분명히 보여 준다. 한 쪽은 죽음 정황을 살필 지점에 대한 개인 우려와 함께 돈상자에 익숙한 탓인지 상좌도 상자로 쓰면서 굳이 건물안에서 불을 붙였다. 다른 한 쪽은 생명 파괴 사업의 중지와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기원을 남겼다.
저런 유서를 남기고 '집안에서' 불 붙인 이를 소신공양이라 하면, 불교의 소신공양 자체를 욕보이는 셈이다. 월남전 때 생명 존중과 전쟁반대 및 세계평화를 요구하며 광장에서 소신공양한 베트남 스님들에게 넘 부끄러워 진다. 종단 스스로 불교를 훼손하지 말라.
(그가 총무원장일 때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사회 불만이 있는 승려의 분신 자살로 만들더니, 불가의 인과련가 그가 분신자살을 했단다. 훗날 불교 인연 설화로서 '문수와 자승 편'이 등장할 듯.)
"박정희 죽고 서울의 봄이 왔었다지만 박정희보다 더한 놈 나타나 만백성을 짓밟았으니, 잠깐 온 봄은 봄이 아니라 긴 겨울의 시작일 뿐이었다. 자승 죽고 조계종의 봄이 올 수도 있지만 자승보다 더한 놈 나타나 백성의 신앙을 짓밟을 수 있으니 (이미 그 조짐이 보임. 소신공양이 아닌 것을 소신공양이라고 미화하는 짓은 자승의 추한 권력을 그대로 인수하여 행사하고자 하는 사악한 욕망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것) 봄이 오더라도 겨울 채비를 해야 한다. 사이비 목사들이 다 죽고 네가 너를 다 뒤집어도 기독교의 봄이 오긴 아직은 멀었으니 긴 겨울을 걸어가는 얼어붙은 발들이 불쌍할 뿐이다" - 김주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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