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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프로젝트 동해 유전 미스터리 사기극

국제신용평가사 S&P “성공률 낮은 프로젝트”평가절하

선데이저널 | 기사입력 2024/06/09 [23:36]

대왕고래 프로젝트 동해 유전 미스터리 사기극

국제신용평가사 S&P “성공률 낮은 프로젝트”평가절하

선데이저널 | 입력 : 2024/06/09 [23:36]
 
◼ 1975년 박정희의 포항 유전 허위 발표극과 빼다 박아
◼ 채상병·김건희 속보 나오면서 위기 빠지자 직접브리핑
◼ 국제신용평가사 S&P “성공률 낮은 프로젝트”평가절하
◼ 우연 계속되면 필연…왜 모든 일마다 천공이 등장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본국 동해 바다에 삼성전자 시가총액 450조에 5배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는 흡사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포항 유전 사건이나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평화의 댐 모금 운동과 같은 정권 차원의 사기 사건이란 의혹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를 해명하기 위해 미국 기업 담당자가 방한해 사업에 대해 설명한다고 했으나 이 기업이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대한민국이 산유국이 될 것이라는 천공의 몇달 전 유튜브 내용까지 알려지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관련주는 발표 당일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그 다음날부터 다시 하락하는 테마주로 전락하는 등 한 나라 대통령의 발표가 주식시장 협잡꾼의 발언처럼 받아들여지는 형국이다. 실제 매장량은 아직은 알 수도 없는 상황이고, 실제 매장이 됐다고 하더라도 시추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프로젝트여서 아직까지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기는 이르다. 문제는 이 프로젝트를 발표하기까지 과정이 석연치 않고, 무엇보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점이다. 이번 정부 발표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선데이저널이 추적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지난 한 주 본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채상병 수사 외압 사건과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가 알려진 것이었다. 본지도 보도한 것처럼 새로운 사실들이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면서 대통령의 개입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이종섭 전 장관과 당시 국민의힘 국방위 여당 간사였던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십 수 차례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번 사건이 대통령실과 정부 그리고 여당 간 긴밀한 소통 속에서 이뤄졌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윤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뉴스가 계속 터져 나오던 형국에 윤 대통령은 본국시각으로 6월 4일 오전 10시 예고도 없이 기자들 앞에 섰다. 유전개발 첫 국정브리핑이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져 담당부서인 산업부 공무원들도 윤 대통령의 발표 사실을 직전까지 몰랐다. 담당 공무원들도 몰랐던 사실인데 윤 대통령은 이를 자신있게 브리핑했다. “1990년대 후반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이고,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판단된다. 심해 광구로는 금세기 최대 석유 개발 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 배럴보다도 더 많은 탐사 자원량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삼성전자 시총의 5배가 넘는 양이라고도 마치 자신이 모든 검증을 마친 것처럼 황당한 브리핑을 했다.

‘얼마나 급했으면’ 사기극까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유전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일은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6년 1월 15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작년 12월 초 우리나라 영일만 부근에서 처음으로 석유가 나온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는 본격적인 매장량 탐사 작업을 실시한다”라고 발표한 것이 처음이다. 우리나라에서 석유가 나온 것이 사실이라는 기자회견 소식이 알려지자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국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나라도 이제 산유국”이라며 꿈에 부풀었고, 심지어 ‘석유 원년̓이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석유가 나왔다̓는 대통령의 말은 전국민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고, 주식 시장은 요동치다 못해 과열 상태에 빠졌다. 그러다가 일주일 만에 석유 관련 보도는 사라지고, 포항에서 울산까지 송유관을 깔고 있어 포항 시가지 전체가 이주해야 한다는 뜬소문만 나돌았다.

이듬해인 1977년 1월 장예준 상공부장관은 “박 대통령이 국민 앞에 밝힌 바대로 탐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새로운 소식은 없다”면서 “석유 탐사는 하루 이틀 만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참고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정부는 “포항 석유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돼 시추를 중단했다”고 짤막한 발표를 했다. 더는 포항 석유에 관한 정부 발표와 언론 보도는 없었다. 1984년 5월 <월간조선>에 조갑제 기자는 포항 석유 조작설을 제기했다. 1975년 <국제신문>에 근무했던 조 기자는 포항 석유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의 기사를 작성했지만 당시 사회부장은 “어제부터 정보부에서 연락이 와서 포항 석유에 대해 일절 보도하지 못하게 했다”라며 기사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조 기자는 포항 석유에 대해 “경제성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매장량은 적을 것”이라며 “유전 개발 여부는 경제성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결국, 조 기자는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취재한 경위 등을 조사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경제성에 관한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석유가 나왔다”고 말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1973년 1차 석유파동으로 전세계 경제가 마이너스로 돌아서자 한국은 더 심각한 위기를 겪어야 했다. 당시 서울 시내 번화가의 네온사인 70%가 꺼졌고, 국민들은 석유통을 들고 주유소를 돌아다녀야 했다. 집집마다 석유곤로에 석유를 넣지 못해 연탄난로도 바꿀 정도로 우리나라는 혹독한 파동을 겪었다. 경제가 무너지자 대통령의 지지율도 추락했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박 대통령은 ‘국민생활안정을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까지 발동했다. ‘포항에서 석유가 나왔다̓는 말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중앙정보부의 삐뚤어진 충성심과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이 빚어낸 해프닝이었다.

현재 윤 대통령의 상황도 당시와 비슷하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및 김건희 여사 각종 논란으로 지지도가 20% 초반까지 떨어졌고, 관련 뉴스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면서 더더욱 궁지에 몰렸다.

 

사면초가에 던진 마지막 카드

이번 발표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점이 한 둘이 아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작년에 올해 10월부터 영일만 앞바다 시추가 예정되어 있었다. 실제 공공기관 입찰 전문 사이트에도 이미 정부가 작년 11월에 동해 8광구와 6-1광구 탐사시추를 위한 용역 계약 의뢰를 한 사실이 드러나 있었다. 그럼에도 하필 이 시점에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을 나선 것은 석연치 않다.

현재 윤석열 정부가 ‘대왕고래'라는 이름을 붙인 시추지는 이번에 처음 시추가 들어간 것이 아니라 이전에도 여러차례 시추를 했던 지역이었다. 3년 전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시추를 했던 바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 정부는 어떤 발표를 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윤대통령이 취임 후 첫 정책브리핑에서 직접 설명한 이날 논란은 윤대통령이 자주 만난다고 했던 천공의 영상도 화제로 이어지고 있다. 천공은 지난달 16일 유튜브 방송에서 “우리는 산유국이 안 될 것 같나. 앞으로 우리도 산유국이 된다.(중략) 파면 다 나온다. 가스고 석유고 많다”고 했다. 해당 영상은 올해 1월 촬영한 영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2주 뒤 대통령이 “동해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해 논란은 더 증폭되고 있다.

대통령의 브리핑 과정도 석연치 않다. 이날 대통령은 오전 9시부터 15분~30분 단위로 한국-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한 10개국 아프리카 정상들과 연쇄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었다. 브리핑 시간인 이날 오전 10시에도 애초에는 모리셔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정상회담 시간을 조정했다. 그리고 오전 10시에 용산 브리핑룸을 찾아, 4분간 브리핑을 하며, 동해 석유가스전 내용을 밝혔다. 첫 국정브리핑이며, 앞으로 주요한 사안에 대해 종종 국민 앞에 브리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발표 뒤, ‘아프리카 정상과의 회담’ 때문에 질문은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그리고 질문은 배석한 산자부 장관이 대신 받았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국정브리핑에 장관이 배석한 사실을 브리핑 1시간 전인 9시께에 알았다. 발표와 산자부 배석은 대통령실이 정해, 장관에게 직접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주무부처도 몰랐던 사안을 대통령이 발표한다는 사실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발표와 관련해서 본국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적인 신용평가사에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전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직접 발표한데 대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이 소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업계에서도 상업적 생산으로 이어질 성공률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S&P는 4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정유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엄격한 테스트와 막대한 재정,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업스트림(원유와 가스의 탐사·개발·시추·생산 단계) 생산을 실현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정유 업계와 아시아 전역의 원유 트레이더들은 S&P에 한국 동해안과 서해안의 석유 및 가스 매장 가능성과 관련해 “매장량 탐사가 상업생산으로 이어질 성공률은 매우 낮다며 한국의 유전 탐사프로젝트에 흥분하지 말라”며 신중을 당부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와 관련 최근 부인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과 더불어 디올백 수사 급물살로 위기에 몰리고 채상병 사건으로 인해 지지율까지 10%대로 급락으로 궁지에 몰린 윤대통령의 마지막 고육지책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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