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 고 하던가. 김건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품수수 등으로 코너에 몰린데다 김건희 계좌를 관리한 이종호가 여러 사건에 개입한 게 드러나자 국힘당에서 '사기탄핵 공작 진상규명 TF'를 출범했다. 그리고 첫 작품으로 내놓은 것이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와 김건희가 나눈 새로운 녹취다. jtbc가 이를 보도했는데 내용을 보니 실소가 먼저 나왔다.
국힘당이 만들었다는 TF 제목부터 웃긴다. ‘탄핵공작 진상규명TF’이라 해야 그나마 옳은데, 앞에 ’사기‘란 말을 붙여 놓으면 공작이 사기가 되어버린다. 즉 서울의 소리가 탄핵 공작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국힘당의 국어 실력이 어쩌면 김건희와 그렇게 닮았는지 모르겠다.
일반 유튜브에 지나지 않은 서울의 소리가 윤석열 정권을 탄핵하기 위해 공작을 꾸몄다는 것 자체가 실소를 머금게 한다. 언제부터 국힘당이 서울의소리를 그렇게 대단한 언론으로 생각했는지 고마운 마음마저 든다. 덕분에 잊혀져가던 김건희 7시간 녹취록이 다시 소환되기 시작했다. 즉 긁어서 부스럼을 만든 격이다.
국힘당의 웃기는 옥새 타령
국힘당 '사기탄핵 공작 진상규명 TF'는 모 인터넷매체가 보도한 이른바 청나라 건륭제 옥새를 탄핵 공작의 증거로 제시했는데, 정작 그 옥새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그들도 모르고 있다. 만약 그 옥새가 가짜로 판명나면 그 옥새를 들고 서울의소리를 찾아와 방송을 부탁한 제보자 박 씨가 사기꾼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그 옥새는 100% 가짜다. 그래서 서울의 소리도 처음엔 관심을 보이다가 박 씨가 그 건으로 돈을 요구하자 방송을 포기했다. 그러자 이에 앙심을 품은 박 씨가 모 인터넷 매체로 가 서울의소리가 윤석열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탄핵을 공작했다고 거짓 진술을 한 것이다.
이 사건은 서울의소리가 관련자를 고소한 이상 법원에 가서 진의가 밝혀질 터, 보나마나 재판관도 헛웃음을 칠 것이다. 가짜 옥새를 들고 가 방송을 해달라고 부탁한 사람이 사기인가, 가짜를 의심하고 보도를 안 한 게 사기인가? 국힘당은 오히려 가짜 옥새를 가지고 김건희가 이 옥새를 가슴에 안고 대통령 꿈을 꾸었다고 허위 진술한 박 씨를 고발해야 한다.
국힘당이 내놓은 새 녹취는 더 웃겨
JTBC가 8일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와 김건희 사이 대화가 담긴 새로운 녹취 파일을 입수해 공개했다. 해당 녹취 파일은 국민의힘 측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가 이루어진 시기는 지난 2021년 7월로, 윤석열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녹취에는 이명수 기자가 김건희에게 사업가 정대택 씨를 언급하며, '합의를 해 달라'는 취지로 이야기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대택 씨는 윤석열의 장모 최은순과 20년이 넘도록 법정 투쟁을 한 사람이다. 우선 관련 녹취를 보자.
JTBC가 입수한 통화 녹취 전문
[이명수/서울의소리 기자] (지난 2021년) "우리 정대택 회장님 우리 회사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오시는데, 방송 때문에도 오시고 그러는데. 정대택 회장님 합의할 생각 같은 건 없나요? 어머니(최은순)하고 스포츠 센터 건 하고."
[김건희] (지난 2021년) "제가 솔직히 그 얘기를 잘 몰라서 저는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고요. 하여튼 그거는 저랑은 해당 사항이 아니에요. 전혀 몰라요. 제가 진짜, 제가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 잘 모르니까 그거는 저한테 그냥 안 물어보시는 게 낫고. 저는 사실 이거 지금도 잘 모르는데 아무튼 그거는 그냥 어쨌든 서로가 고소 고발로 됐으니까 그냥 그거대로 나오는 게 나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정대택 회장과 최은순은 20년 넘게 법정소송을 했고, 당시에도 최은순 측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백 모 씨에게 아파트와 돈을 준 사실이 있는데, 김건희가 그 사건을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증언을 번복해 자신이 검찰에 거짓 진술을 했다고 고백한 백 모 씨는 그후 사망했다. 백 모 씨는 처음엔 최은순의 회유에 넘어가 스포츠센터 계약 건이 정대택의 강요로 쓰였다고 거짓 진술을 했으나 나중에 돈을 받고 거짓 진술을 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대택 회장에게 2년형을 선고하게 했다.
이게 탄핵 공작?
[이명수/서울의소리 기자] (지난 2021년) "혹시 야권(당시 국민의힘) 후보 중에 뭐 좀 정보 같은 것 좀 있으면 우리 서울의소리에 좀 주시면 안 돼요?" [김건희 여사] (지난 2021년) "야권 정보? 어떤 정보요?" [이명수/서울의소리 기자] (지난 2021년) "캠프에서 도는, 그래도 캠프에서 그런 것 좀 갖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야권 후보들 중에.“
녹취는 여기까지 공개되었다. 국힘당은 녹취에 나온 ‘야권 후보 중에 뭐 좀 정보 같은 것‘에 주목한 모양인데, 윤석열 대선 캠프를 총지휘하다시피 한 김건희가 적군에 해당한 이명수 기자에게 무슨 정보를 제공해 주겠는가? 만약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면 김건희가 잘못이지 이명수 기자가 잘못한 게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당시에는 윤석열이 당선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무슨 탄핵 공작이란 말인가?
법정에 가도 조롱거리만 될 것
따라서 이 사건은 설령 법원으로 가더라도 판사들로부터 “뭐 이 정도 가지고 탄핵 공작 운운하십니까?” 하고 야단만 맞을 것이다. 집권 여당이 대통령 부인의 비리 의혹을 규명해 국민들의 알 권리를 해소해주기는커녕 이처럼 TF까지 꾸려 비호하는 것을 보니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그런다고 김건희가 지은 죄가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 이종호가 있고 그를 비호해준 사람은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
국힘당의 헛발질로 잊혀져가던 김건희의 7시간 녹취록이 다시 소환되기 시작했다. 국힘당으로선 교각살우(矯角殺牛)를 한 셈이다. 코끼리를 말하면 사람들은 코끼리만 생각하기 마련이다. 국힘당은 흔한 이 이론도 모르는 모양이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한동훈의 불법 댓글 운영팀이나 조사하라. 서울의소리가 그따위 협박에 굴복할 것 같은가?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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