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에 빼먹은 기시다 업적.."일본에만 의미 있는 퇴임 총리 잔칫상"野 "대통령의 친일 행각..핵폐수 방류 묵인, 사도광산 등재, 독도 침묵.."
|
|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가 지난 6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만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달 말 퇴임을 앞두고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환대에 감사를 표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7일 SNS를 통해 "윤 대통령, 김 여사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라며 "앞으로도 한일 관계의 발전을 위해 힘써달라"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3년의 총리 임기를 마무리하는 외교 일정으로 콕 찍어 왜 한국을 택했을까.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뭉개고 두리뭉실한 입장 표명으로 넘긴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이 차려준 "퇴임 총리 잔칫상"이라는 지적이다. 12번의 정상회담을 거치는 동안 기시다 총리는 윤석열 정부에서 선물 보따리를 줄줄이 받았다. 자국에서 지지율은 역대총리 중 최하위권에 속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대거 업적을 안겨주면서 특히 한일 외교 안보 분야에서는 최장기 총리 재임 기록을 세운 아베 신조 전 총리도 이루지 못한 일들을 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당이 열거한 선물만 따져 봐도 강제동원 문제에서 일본 전범기업이 아닌 한국기업이 배상하는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윤 정부의 적극적 홍보 내조로 진행됐고, 사도광산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록 문제도 '강제노동'이라는 표현 없이 등록하며 일본의 오랜 숙원사업을 해결해 줬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이번 추석 밥상의 최대 화두는 아마도 윤석열 대통령의 친일 행각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지적했다. 굴욕외교로 윤석열 정부가 수많은 것을 내주고 얻은 것은 일본의 칭찬과 '기시다 총리와의 브로맨스 뿐'이라는 비판이다.
안태준 원내부대표는 이날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에도 일본을 한없이 추켜세웠다. 특히 정상회담에서는 ‘총리와 함께 일궈온 성과들은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후쿠시마 핵폐수 방류 묵인, 사도광산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 소부장 기업 유치와 같은 친일 행각은 말할 것도 없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안 원내부대표는 "독도 인근 해상에 일본 군함이 들락거려도 침묵했고, 독도 방어훈련은 동해 영토 수호훈련이라고 이름을 바꿔 비공개로 진행하기도 했다"라며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고 이를 잘 헤아려야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처럼 윤 대통령이 말하는 의미 있는 일은 대부분 일본에게만 의미 있는 일이었다"라며 "우리 국민에게 의미 있는 한일관계란 바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이며, 그에 따른 후속조치를 올바르게 이행하는 것이다. 이를 왜곡하거나 외면한다면 역사는 윤석열 대통령을 민족의 반역자로 기록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에 부역한 신친일파들 역시 민족의 반역자로 함께 언급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라고 경고했다.
한편 평생 일본의 사과 한 마디를 기다렸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한 분이 지난 7일 세상을 떠났다. 이재명 대표는 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당 소식과 관련해 "기시다 총리 방한에 겹쳐서 들려온 안타까운 소식이라서 더 비통하게 느껴진다"라며 "끝내 우리가 건넨 물 컵의 반잔은 채워지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핵 오염수, 사도광산 등재, 독도 침탈에 대한 방치, 친일 옹호 교과서까지 일본 정부는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을 얻었고 이제 군사협력까지 제도화하려는 그러한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라며 "발전적인 한일관계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잘잘못을 규명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SNS 갈무리
조기원 한겨레 국제부장은 <한-일 정상 우정의 대가> 칼럼에서 "윤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우선시하며 과거사를 거의 묻지 않자 기시다 정부는 이를 새 표준으로 굳히는 행보를 했다"라며 "기시다 총리는 제3자 변제안 발표 1년1개월 뒤인 지난 4월 미국을 방문해 상·하원 합동 회의 연설을 했는데, 이 자리에서 과거 침략 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은커녕 관련 내용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시다 총리 퇴임 뒤 누가 일본의 새로운 총리가 되어도 이는 바뀌지 않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될 것"이라며 "한국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해 일본 정부가 생각하는 '일-한 관계의 정상화'를 비판하면 일본은 이를 ‘한국이 골대를 옮긴다’고 집중 공격할 것이다. 한-일 정상 우정의 대가는 크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