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잠재해 있던 시한폭탄 하나가 터졌다. 김건희가 지난 총선 때 공천에 개입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온 것이다. 뉴스토마토가 관계자를 인터뷰해 보도했는데, 김건희가 지난 총선 때 경남 창원 의창에 출마한 김영선에게 김해갑으로 출마지를 옮기라고 문자를 보내고, 그리로 가면 윤석열이 맞춤형 지원을 해줄 것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이게 사실로 밝혀지면 공직선거법 위반을 넘어 국정농단이다.
이 뉴스가 논란이 되자 당사자인 김영선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본인이 텔레그램 문자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이 사건은 터질 수 없었다. 따라서 일단 부인해도 파장은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선이 김건희로부터 받았다는 텔레그램 문자를 보았다는 사람도 여럿이고 심지어 ‘캡쳐본’도 가지고 있다는 사람까지 있는 이상 곧 내부 제보자가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
누가 김영선을 컷오프했나?
김영선은 원래 경남 창원 의창에서 보궐선거로 당선되어 5선이 되었는데, 22대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김건희로부터 경남 김해갑으로 옮겨 출마하라는 텔레그램 문자가 왔다는 게 뉴스토마토의 보도였다. 그 과정에서 국힘당 의원으로 보이는 A, B가 연루되어 있고 창원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역술인 M, 그리고 당직자 C, D가 연루되어 있었다.
김영선은 경남 김해갑으로 옮겨 출마했으나 어인 일인지 컷오프되었다. 이에 충격을 받은 김영선이 선거 캠프 핵심 관계자들과 측근들에게 김건희에게서 온 텔레그램 문자를 보여주며 분통을 터트렸다는 게 뉴스 토마토의 보도였다. 여기까지는 있을 수 있고, 또 사실로 보인다. 당시 김영선이 컷오프 될 때 국힘당 비대위원장은 바로 한동훈이었다.
그렇다면 누가 이 민감한 시기에 그런 사실을 뉴스토마토 기자에게 알려주었을까? 그렇지 않아도 천공 관련 보도로 고발되어 있는 뉴스 토마토가 이런 엄청난 사건을 사실 확인도 안 하고 보도할 리 없다. 하지만 뉴스 토마토가 관련 텔레그램 문자 ‘캡쳐본’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다른 사람이 그 ‘캡쳐본’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이미 언론에 넘긴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 사건은 ‘당근과 채찍’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국힘당 “터질 게 터졌다” 탄식
김웅 전 의원은 관련 뉴스가 나오자 “터질 게 터졌다, 그 전에도 관련 소문이 돌았다.”고 방송에 나와 실토했다. 따라서 또 다른 곳에서도 같은 증언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인지 국힘당도 이 건에 대해선 자신있게 방어하지 못하고 있다. 용산도 그저 괴담, 선동 정치라 했을 뿐 내심으론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문제는 누가 이 사실을 뉴스 토마토 기자에게 알렸으며, 그 의도가 뭘까인데, 최근 새로운 해석이 나왔다. 당시 비대위원장이 한동훈이었고, 공관위가 따로 있었지만 김영선 컷오프에 한동훈이 관여했지 않으냐는 조심스러운 분석이 나온 것이다. 김영선을 한동훈이 컷오프했다면 한동훈은 용산의 눈치를 보지 않은 정의로운 사람이 된다. 이걸 노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영선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때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가 수조에 있는 물을 손바닥으로 일곱 번이나 떠먹어 일약 화제가 되었는데, 역으로 중도층이 떠나는 기제가 되기도 하였다. 이미 5선인데다 존재감도 없던 김영선이 그런 무리한 행동으로 차기 공천을 바라겠지만, 한동훈은 생각이 달랐던 모양이다.
윤-한 갈등 제5라운드?
김건희가 특별하게 텔레그램 문자까지 보내 출마지를 옮기라고 해 옮겼는데, 막상 경선도 치르지 못하고 컷오프된 김영선으로선 분노가 치솟지 않을 수 없고, 수수방관한 용산에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던 차에 이번에 언론에 공개된 것은 용산, 특히 김건희 죽이기란 말이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즉 한동훈이 논란이 많은 김영선을 컷오프시켜 당대표로서 당당하게 행동했다는 것을 보여주어 상대적으로 용산과 척을 지며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려 했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견해다. 상당히 일리가 있어 보이는 분석으로 보인다. 정치는 표면만 봐서는 속내를 알 수 없다. 그 본질을 들여다 봐야 비로소 진실을 알 수 있다.
이게 사실이면 용산도 어느 정도 눈치챘을 터, 이제 본격적으로 윤-한 갈등이 시작되었다고 봐야 한다. 그 전에는 한동훈이 일방적으로 당했으나 이제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 생각하고 용산과 대립각을 세워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보자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신, 구가 대결하면 항상 新이 이긴다는 법칙을 믿은 듯하다.
지지율 하락이 작용한 듯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정지지율, 국힘당 지지율,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이 동반 하락해 충격을 주었다. 특히 의료대란으로 민심이 이반되어 국힘당도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낑낑댔다. 그러자 한동훈을 지지하는 핵심 누군가가 이래서는 안 된다며 무슨 카드라도 쓰자고 건의했을 것이다. 그중 하나로 나온 게 김건희 공천 개입이 아닐까 하고 추론해 본다.
한동훈으로선 모든 실권을 쥐고 있는 용산과 물리력으로 대결할 수 없으므로 여론으로 대결하려는 생각을 품을 수 있다. 그 고리가 김건희 리스크였을 것이다. 두 사람은 이미 문자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실제 증거나 나오면 김건희는 공직선거법은 물론 국정농단으로 법정에 설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당연하게 윤석열 정권 탄핵 여론이 높아질 것이고, 조기 탄핵이라도 되면 용산과 대립각을 세운 한동훈이 보수 대선 주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오세훈에게 시선 돌린 용산
그러나 최근 용산은 한동훈보다 오세훈에게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오세훈도 근래 들어 용산에 눈길을 많이 주고 있다. 이것을 눈치 챈 한동훈 측에서 던진 카드가 김건희 공천 개입 카드라는 분석을 내놓은 사람도 있다.
무엇이 진실이든 국힘당의 권력 싸움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부터 전개될 한동훈과 오세훈의 혈투를 지켜보자. 아마 가관일 것이다. 하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오세훈은 우면산 참사, 이태원 참사, 반지하방 참사 등 대형 참사의 주인공이고, 정치적 색깔이 뚜렷하지 않아 보수측에서도 몰표를 받아내기 어렵다. 이명박의 후광을 받으려 하겠지만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만 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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