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다시피 박근혜와 최순실을 ‘경제 공동체’로 엮어 구속하고 탄핵당하도록 만든 사람이 바로 윤석열이다. 그런데 요즘 매일 터져 나오는 김건희 비리를 보면 과연 윤석열이 최순실과 박근혜를 단죄할 자격이나 있었는지 묻고 싶다. 박근혜에겐 최순실, 문고리 4인방이 있었고, 윤석열과 김건희에겐 건진, 천공, 김충식, 황아영, 우동명, 명태균 등이 비선 실세로 불리고 있다. 가히 비선 실세 전성시대다.
명태균에게 의문의 1패를 당한 천공
뉴스토마토가 보도한 녹취를 들어보면 명태균은 “윤석열한테 전화왔어.” 할 정도로 위세가 대단하다. 부하 직원으로 보이는 E씨(강혜경)와 나눈 대화를 보면 자신이 윤석열 위에 있는 것 같다. 이런 걸 호가호위(狐假虎威)라고 한다. 이 말은 ‘여우가 호랑이의 힘을 빌려 거만하게 잘난 체하며 경솔하게 행동한다’는 뜻으로, 남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명태균에게 딱 맞는 말이다.
상석에 앉아 김영선에게도 쌍욕했다는 명태균
보도에 따르면 명태균은 경남 창원에서 여론조사 업체를 운영하며 정치인들에게 접근해 나름대로 분석한 여론을 전달하며 정치인들과 관계를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선 전 의원도 그 과정에서 만났고, 실제로 명태균은 김영선 선거 캠프에서 좌장 노릇을 한 것 같다. 녹취에 따르면 명태균은 창원시 공무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상석에 앉아 김영선에게 ‘쌍욕’을 하고, 김건희와 나눈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들려 주었다고 한다. 나 이런 사람이야 하고 존재감을 알린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해서 2022년 6월에 있었던 창원 의창 재보선에서 친윤이 밀고 있던 사람이 탈락하고 명태균이 밀었던 김영선이 공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때 이준석이 당대표였고, 윤상현이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 녹취에서 명태균이 “윤상현은 끝났어”하는 부분도 그래서 나온 것 같다. 그런데 묘하게도 김건희 공천 개입 사건이 터지자 가장 먼저 이준석과 윤상현이 나서 김건희를 비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준석은 당대표 선거 때 명태균의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명태균이 추천한 김영선이 창원 의창 재보선에 공천받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한 것 같다. 그래서 나온 말이 “선의의 조언”이란 말일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김건희의 공천 개입은 지난 총선이 아니라 2022년 재보선 때부터인 것 같다.
충격적인 ‘세비 반띵’
충격적인 것은 김영선이 자신이 국회의원으로 일해 받은 세비 절반을 매달 명태균에게 상납했다는 점이다. 국회의원 세비는 국민이 낸 세금인데, 비선 실세가 가로챈 것이다. 이게 문제가 되자 명태균은 빌려준 돈을 받은 것이라 둘러댔다. 하지만 김영선은 6000만원을 빌릴 정도로 가난한 의원이 아니다. 신고한 재산만 77억이다. 그리고 무슨 빌려준 돈을 매달 세비에서 받는가? 그렇게 해서 ‘세비 반띵’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지난 총선 때 김영선이 창원 의창에서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입수한 명태균은 용산의 지시를 받았는지 김영선에게 김해갑으로 옮기라고 충고했지만 처음엔 김영선이 말을 잘 듣지 않은 것 같다. 김영선은 얼마 후 지역구를 김해갑으로 옮겼지만 컷오프되었다. 당시 비대위원장이 한동훈이었다.
그때부터 김건희와 한동훈의 갈등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의 텔레그램 문자도 그 일환으로 공개된 것으로 추측된다. 자신이 밀었던 김영선이 컷오프되자 꼭지가 돌아버린 명태균은 김영선을 이준석 신당에 비례대표로 넣으려 했으나 이 역시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이준석이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되었다.
윤-안 단일화에도 개입
녹취에 따르면 명태균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과 안철수의 단일화에도 개입한 것 같다. 그러자 안철수가 “명태는 알아도 명태균은 모른다”고 하자 명태균이 안철수와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그후 안철수의 입이 쏙 들어가 버렸다. 윤석열을 찍으면 손가락을 자르고 싶어질 것이라고 했던 안철수는 며칠 후 단일화를 하고 윤석열 품에 안겼다. 그런데 이상하게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눈을 하고 있었다.
그때 가로세로연구소가 안철수 엑스파일을 거론하며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 이준석 역시 가로세로연구소가 이준석 엑스파일로 압력을 넣자 묘하게 윤석열과 하나가 됐다. 지난 대선은 이준석과 안철수가 윤석열과 원팀이 된 바람에 승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했어도 0.73% 차이로 이겼으니 그때 단일화가 없었다면 그 결과는 자명하다.
강혜경 씨 얼굴 드러내고 폭로, 명태균은 윤석열 한 달 만에 탄핵 발언 파장
한편 그동안 E씨로 알려진 강혜경 씨가 유튜브 채널 스픽스에 출연해 “윤석열에게 해준 여론조사비 3억 6000만 원 대신 김영선에게 공천을 준 것 같다”고 폭로해 난리가 났다. 이게 사실로 드러나면 지난 대선은 무효가 되고 국힘당은 수백억에 달하는 선거 비용을 물어내야 한다.
한편 명태균은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자 “검찰이 나를 잡아들이면 윤석열이 한 달 만에 탄핵될텐데,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하고 엄포를 놓았다. 도대체 윤석열과 김건희가 무슨 약점이 잡혔기에 입만 열면 윤석열이 한 달 만에 탄핵된다고 호언장담했을까? 이 소식을 해외에서 들었을 윤석열과 김건희의 가슴은 얼마나 뜨끔했을까?
이 소식을 듣고 가장 억울해 할 사람이 박근혜와 최순실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시중에는 ‘뛰는 최순실 위에 나는 명태균’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명태균이 아무런 근거 없이 엄포를 놓고 있을까? 아직도 감옥에 있는 최순실은 물론이고 사저에 있는 박근혜가 복장을 두드릴 일이다. 이래저래 김건희는 잠 못 들 것이다. “내가 정권 잡으면 니들은 무사하지 못 할 거야” 하더니 자신이 무사하지 못하게 생겼으니 하는 말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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