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국민 사과를 하라. (2) 김건희의 대외 활동을 중단하라. (3) 대통령실의 인적 개편을 단행하라. (4) 특별감찰반실을 설치하라.
그러나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한동훈이 애초에 약속한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었다. 특히 채 상병 제3자 특검 추천은 한동훈이 당대표에 나올 때 공약한 것이다. 하지만 한동훈은 당 대표가 되자 용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지율이 계속 내려가자 한동훈은 용산으로 가서 윤석열을 만났는데, 독대가 아닌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한 자리였고, 면담 장소도 무슨 창고 같은 곳으로 식당에서 쓰는 긴 탁자에 제로콜라를 놓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면담 장소와 탁자도 윤석열이 골랐다고 한다. 노골적으로 한동훈을 무시해 굴복시키려는 꼼수로 읽힌다.
그후 브리핑도 하지 않고 집으로 간 한동훈은 그날 친한계 인사들을 20여 명 정도 식당에 모여 놓고 용산에서 못 얻어먹은 저녁밥을 먹었다. 친한계 일부가 격앙되어 뭐라 외쳤지만 용산은 ‘썩소’만 지었다. 그런 용산이 7일에 기자회견을 연다고 한다. 아마 대충 사과하고 15일에 같이 해외 순방을 떠나려 할 것이다. 하지만 김건희가 또 다시 해외 순방에 동행하면 민심은 폭발할 것이다.
명태균 게이트 터지자 상황 달라져
명태균 녹취에 이어 윤석열의 음성이 담긴 녹취가 민주당에 의해 공개되자 파장이 일파만파 커져 탄핵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한국갤럽, 꽃, 뉴스토마토 등 대부분의 주요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정권의 국정 지지율이 10%대로 폭락했다. (자세한 것은 중앙 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하동일).
특히 윤석열 정권이 믿는다는 한국갤럽의 경우 국정 지지율이 19%로 떨어졌고,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와 경북은 18%가 나와 전국 평균보다 밑돌아 충격을 주었다. 문화일보 여론조사에서는 17%가 나왔다. 전지역, 전세대 긍정보다 부정이 두,세 배 높았다. 언론에서도 탄핵의 문이 열렸다고 보도했고, 홍준표도 “박근혜 정부 말기를 본 것 같다”고 사실상 탄핵이 시작되었음을 시사했다.
용기낸 척하는 한동훈
한동훈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이) 국민들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해서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한다”면서 “대통령과 영부인이 정치브로커와 소통한 녹음과 문자가 공개된 건 국민들께 대단한 죄송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건 죄송한 일이 아니라 수사받고 처벌받아야 할 일이다.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닌 것이다.
한동훈은 이어 “제가 이끄는 지금의 국민의힘은 그런 정치브로커에 끌려다닐 생각이 전혀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우리 당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단칼에 잘라낸 정당”이라면서 “정치브로커 관련 사안에 대한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당 차원에서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한동훈으 이 말은 결국 김영선의 컷오프를 자신이 했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김건희 문자가 공개된 게 아닌가?
한동훈은 “역사를 보면 국민 앞에서는 가감없는 진실이 언제나 최선이었다. 무언가를 더하고 감추려고 하려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일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 한동훈은 왜 법무부 장관으로 있을 때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는가?
한동훈은 이어 “제가 오랫동안 법을 다루는 삶을 살았는데, 법이 앞장서서 등장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이번 사안의 경우엔 법리를 앞세울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만 앞세워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구속시키려 안달해 놓고, 자기 가족 비리 혐의는 말도 못하게 하면서 이게 할 소린가?
말은 청산유수 행동은 미적미적
이처럼 한동훈은 말은 청산유수다. 그러나 가장 큰 현안인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에 대해선 말 한 마디 꺼내지 못했다. 이런 걸 속말로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한다. 혹은 ‘이불 속에서 독립만세 부른다’고 한다. 마치 복서가 카운터펀치는 못 휘두르고 잽만 내민 격이다. 링 주위만 빙빙 돌다가 시합이 끝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 어느 시기인데 아직도 사과를 언급하는지 기가 막힌다. 지금은 사과할 때가 아니라 윤석열과 김건희가 수사를 받고 처벌 받아야 할 때다. 주가조작과 명품수수는 친윤 검사들의 농간으로 어영부영 넘어갔으나 공천개입과 여론조작은 공직선거법 위반은 물론 뇌물죄, 수뢰후부정처사에 해당되어 탄핵감이다.
김건희가 대외활동 중단할까?
한동훈은 김건희의 대외활동을 중단하라고 했는데, 곧 있을 해외 순방에 또 나가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해외에 나가 여왕 대접받는 것에 맛이 들린 김건희가 좀이 쑤셔 관저에만 머물러 있겠는가? 김건희는 대외 활동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게 될 것이다. 그녀가 갈 곳은 감옥이기 때문이다.
설령 특별감찰관실이 설립된다고 해도 민정수석실의 지시를 받을 것이고, 수사권도 없어 있느나 마나 하는 기관이 될 수도 있다. 과거 박근혜 정부 때 정윤회 문건을 작성했다고 박관천 행정관이 축출된 것을 상기하면 된다. 그 점은 제2부속실 설치도 마찬가지다. 핵심은 김건희의 비리를 수사해 처벌하는 것이지, 무슨 사과나 기관을 설치하는 게 아니다.
‘아’다르고 ‘어’다른 한동훈의 상투적 변명
한동훈은 김건희 특검은 꺼내지도 못하고 “이미 말씀드렸습니다”라고 대충 넘어가고, 대신 특감(특별 감찰관)을 설치하자고 하는데, 그래서 ‘아 다르고 어 다르다’란 속담이 생겨난 모양이다. 특감과 특검이 무슨 국어에 나오는 희소형태소 대립인 줄 아는가? 국민 눈높이 선생은 말해보라.
한동훈은 “우리 정부의 임기는 아직 2년반이 남았다. 전반전도 끝나지 않았다”며 “경청하고 심기일전하면 다시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당도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도울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의 이 말은 결국 야당의 탄핵엔 협조하지 않을 테니 안심하고 대신 자신을 대선 후보로 밀어달라는 읍소다. 하지만 기존의 요구를 답습하는 이런 정도의 요구로 분노한 민심이 돌아서겠는가? 탄핵은 이미 시작되었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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