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것은 소속을 알 수 없는 제법 나이가 들어보이는 여성 기자가 윤석열의 말에 공감한 듯 계속 고개를 끄덕였는데, 카메라가 계속 그 여기자를 잡아주었다는 점이다. 마치 국민들도 윤석열의 말에 공감한 듯 연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자들의 표정은 냉소적이었고, 어떤 기자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야당이 제 처를 악마화했다”
질문 중 가장 많은 게 김건희 관련 질문인데, 윤석열은 “(야당이) 제 처를 악마화했다”고 변명했다. 즉 죄가 없는데 마치 죄가 있는 것처럼 했다는 것이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기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표정도 별로 좋지 않았다. 그 한 마디로 김건희 관련 대답은 사실상 끝난 것이다.
악마 같은 짓을 저지른 사람은 김건희인데, 야당이 김건희를 악마화했다고 본 윤석열의 ‘아내 사랑’은 참 대단하다. 야당은 물론 거의 모든 언론이 이번에는 김건희에 대해 확실한 대책이 나올 거라 기대했지만 헛된 기대였다. 이런 걸 ‘정치적 치유 불능병’이라 하며 어떨까?
“얼마나 아꼈으면 실망까지 하겠습니까?”에 국민들 폭소
기자가 보수 텃밭인 대구와 경북의 낮은 지지율에 대해 물어보자 윤석열의 한 대답은 정말 가관이었다. “(그분들이) 얼마나 저를 아꼈으면 실망하겠습니까?” 이것이 기자의 질문에 윤석열이 한 대답이다. 이건 마치 “사랑하니까 이별한다”는 무슨 신파 영화 속의 대사를 듣는 것 같았다.
이 경우 “기대가 컸으나 정치를 잘못해 실망도 컸을 겁니다”라고 해야 그쪽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일 텐데, “저를 얼마나 아꼈으면” 이라고 전제를 달았으니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윤석열 딴에는 그쪽 사람들이 ‘미워도 다시 한번’ 자신을 지지해줄 거라 믿은 모양이다.
하지만 대구와 경북이 돌아선 것은 박근혜와 최순실을 경제 공동체로 ‘엮어’ 구속시킨 윤석열이 정작 자신들은 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무혐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61%의 지지를 받아 당대표가 된 한동훈을 마치 똥 친 막대기 취급한 윤석열이 미워서 돌아선 것인데, 윤석열은 아직도 민심 이반의 이유를 모르고 있다.
김건희 특검 발의가 삼권분립 위배?
윤석열의 말 중 가장 충격적인 말은 “야당이 여당을 배제하고 자꾸만 특검을 발의한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말이다. 윤석열은 서울법대를 나와 비록 9수를 했지만 시법고시에 합격한 사람인데, 어떻게 이렇게 무식한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는지 기가 막힌다.
국회가 탄핵을 발의하는 것은 헌법에 따른 것인데 뭐가 삼권분립 위배란 말인가? 오히려 국회가 의결한 특검을 세 번이나 거부한 윤석열이 삼권분립 원칙을 위배한 것 아닌가? 윤석열은 말로는 절차를 중요시 여긴다고 하면서 야당이 절차를 거쳐 의결한 특검을 세 번이나 거부하였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도 헌법에 보장된 것이지만 남용하면 안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리고 야당이 아무 죄가 없는데 특검을 발의했는가? 윤석열은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란 말도 모른 모양이다.
해외순방은 같이 가겠다?
윤석열은 김건희의 대외활동 중단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애매모호하게 대답했다. 윤석열은 이 질문에 “저와 제 참모들이 국익 활동을 위해 반드시 해야 된다고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이미) 중단했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국익활동’은 해외 순방을 말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앞으로도 해외 순방은 같이 가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분위기가 안 좋아지자 윤석열은 “대외활동은 국민들이 다 보시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좋아하시면 하고 국민들이 싫다고 하면 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바꾸었다.
주지하다시피 국민들 70% 이상이 김건희의 대외 활동 중단을 바라고 있고, 그 점은 국힘당 친한계와 친윤계 일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국민들이 좋아하면 한다고 하니 그 국민은 어디 나라 국민인지 묻고 싶다. 결국 해외 순방은 같이 가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좋다, 그렇게 해보라.
대통령을 도운 것과 국정에 개입한 게 같은가?
윤석열은 김건희의 공천 개입과 국정 개입에 관한 질문에 “대통령 부인은 대통령을 도와야 하는 입장에 있지 않겠나”라며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서 선거도 잘 치르고 국정도 남들에게 비판받지 않고 원만히 하기 바라는 일을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회의 때 참모들에게 야단을 많이 친다는 말이 있는데 당신 좀 부드럽게 해’ 이런 거를 국정 관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들은 김건희가 대통령의 아내로서 한 일에 대해 뭐라 비판하지 않는다. 명태균의 녹취록에도 드러났듯 공천에도 개입하고 인사에도 개입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건희는 7시간 녹취록애서도 “내가 집권하면”이라 했고, 디올백 수수 때도 “어디 금융감독원으로 보내주라고요?, 앞으로는 제가 남북일도 좀 하렵니다”하고 말한 바 있다. 이런 게 국정개입인데 무슨 얼어죽을 아내의 역할을 강조하는가?
한동훈 요구 철저히 무시, NBS도 19%
결국 윤석열은 한동훈이 요구한 4대 의제를 철저히 무시했다. 따라서 당정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친한 대 친윤이 대판 싸워 분당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기자회견을 기대했던 친한계도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갤럽에 이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4일~6일까지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윤석열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19%, '잘못하고 있다'는 74%였다. 다음주 여론조사가 궁금한데 또 무슨 장난을 칠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미 탄핵을 시작했다. 윤석열만 그걸 모르고 구라만 치고 있는 것이다. 네티즌의 말마따나 ‘구라총량법칙’이라도 정해야 할 판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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