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연합뉴스  © 서울의소리

윤석열이 대국민 담화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기로 한 7일 오전 10시, 국민들의 눈과 귀가 TV앞으로 쏠렸다. 특별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사과는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만 사과의 형식에 어떤 단어를 쓸지 어떤 식으로 표현할 지가 관심이기도 했다. 민주당이 요구했던 진솔한 사과, 김건희 특검 수용, 전쟁분위기 중단 등 세 가지 중 최소한의 예를 갖춘 사과는 필요한 상황이라 내심 대통령의 입을 기다린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역시 전문가들의 전망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우선 끝장토론이라고 사전에 공지를 해놓고는 겨우 두시간만에 기자회견을 마쳐버린 것이다. 이럴 바엔 끝장토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았어야 했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모두발언과 분야별 질의응답 그리고 추가 자유질문 시간 등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번 기자회견은 이런 상황을 계산하면 역대 대통령 기자회견의 두 시간 내외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두시간 만에 끝나는 토론이 과연 끝장토론이라고 말할 수 있나? 결국 그 단어는 국민들을 속이고 호도하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둘째, 김건희 문제에 대한 사과는 사과가 아니었다. 사과의 발언 이후에 ‘김건희를 악마화해서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국민들의 분노지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발언이었다. 김건희에 대한 수사가 전임 정권에서 탈탈 털듯이 이루어졌다는 거짓말이 이번에도 반복되었으며 가짜뉴스에 현혹되어 김건희가 악마로 소모되고 있다는 식의 발언도 이어진 것이다. 김건희 특검법을 정치선동이라고 발언한 것은 결국 도돌이표에 지니지 않았다. 국민들은 김건희 옹호발언을 듣자고 했던 것이 아니다. 그 이전에도 국힘당을 비롯한 보수 정치평론가들이 했던 이야기에서 한 치도 빗겨가지 않은 예상했던 답변만이 난무한 셈이다.

셋째,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사과가 진정한 사과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있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국정 실패사례와 배우자 김건희 관련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두루뭉술한 사과를 내놓은 것이다. 또한 의정갈등 같은 실패 사례에 대해서나 공천 개입등의 문제, 여론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고객만 숙인 것이다.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일하는 정부, 유능한 정당이 되겠다’고 발언했지만 그의 말을 믿을 국민들은 없는 듯하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의 기자회견에 대해 ‘국민이 흔쾌히 동의할 만한 내용은 아닌 듯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또한 대통령실은 기자회견의 질의응답과정에서 MBC와 jtbc의 질문은 일체 받지 않은 채 그나마 우호적인 언론사와 몇몇 외신기자의 질문만 받은 것도 도마위에 올랐다. 그나마 언론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해왔던 두 언론사를 이번에도 적대시해버린 것이다. 이는 결국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서는 재갈물리기를 계속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특별한 내용도 없고 내세울 만한 것도 없는 기자회견에 국민들의 여론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오늘의 기자회견 내용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매주 토요일 진행되는 촛불집회는 여전히 11월 9일 시청앞 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