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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언어학 - 국민 눈높이 선생과 양두구육 선생

유영안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4/11/18 [13:40]

정치의 언어학 - 국민 눈높이 선생과 양두구육 선생

유영안 논설위원 | 입력 : 2024/11/18 [13:40]

▲ 출처=연합뉴스   © 서울의소리

 

요즘 이준석과 한동훈의 언행을 보면 퇴락한 양반가의 철없는 도령이 떠오른다조정과 가문은 썩어 무너졌는데그래도 사대부 집안이라고 기생들 앞에서 어깨에 힘주는 영화 속 주인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여봐라내가 누군 줄 아느냐어서 숙청들지 못할까하고 외치는 춘향전’ 속의 변학도 같기도 하다.

 

이준석 하면 떠오르는 한자성어가 양두구육(羊頭狗肉)이다이 말은 양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판매한다는 뜻으로언뜻 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속은 그렇지 않음을 일컫는 말이다이제는 개고기가 더 희소해서 구두양육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김건희가 개고기 식용을 금지한 법에 일조했기 때문이다.

 

양두구육은 안자춘추』 6권에 실려 있는 말로제나라 영공이 남장하는 유행을 나라에서 몇 번이고 금하려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자 안영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궁중 여인에게는 남장을 허용하면서 민간에서는 남장을 금하니 이야말로 "문에는 소머리를 걸어두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猶懸牛首于門而賣馬肉于內也)"라며 궁중 여인의 남장부터 금하라고 진언했다.

 

그렇게 하니 남장하는 풍습이 사라졌다는 일화에서 유래한 고사이다오늘날처럼 양고기와 개고기의 고사로 바뀐 것은 송나라 시기 법제의 오등회원(五燈會元)에서다개고기와 양고기는 실제로 맛이 비슷하다고 한다이 말과 비슷한 말로 표리부동(表裏不同), 면종복배(面從腹背), 구밀복검(口蜜腹劍)이 있다빛 좋은 개살구도 비슷한 뜻이다.

 

누가 양이고 개일까?

 

2022년 7월 이준석은 윤석열이 윤핵관인 권성동에게 텔레그램 문자로 소위 체리따봉을 보내자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개고기를 팝니다."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즉 윤석열이 이준석 앞에서는 다정한 척하면서도 뒤에서는 죽일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 가까이 시간이 지난 지금그 말은 오히려 이준석에 더 어울리는 말이 되어버렸다명태균을 잘 모른 척하다가 나중에 명태균과의 관계가 하나씩 터져 나오지 변명하는 모습이 정말 가관이다급기야 명태균의 변호사인 김소연이 문자를 공개한 후 검찰이 이준석과 김종인도 소환할 거라는 보도가 나가자 해외에서 돌아온 이준석은 공항 의자에 퍼질러 앉아 윤석열이 각종 선거 공천에 개입했다고 폭로했다여태 조용하다가 자신이 위기에 몰리자 역공을 시작한 것이다일천한 나이에 어찌도 그리 병법을 잘 쓰는지 놀랍다.

 

스스로 퍼즐 맞추어준 이준석

 

명태균의 녹취에 대해 선의의 조언이었다완결성이 없다고 한 이준석이 스스로 완결성의 퍼즐을 맞추어주니 고맙지만겉 다르고 속 다른 그의 태도는 그의 정치적 앞날에 장애가 될 것이다그래서인지 최근 개혁신당 지지율도 떨어지고 있다말만 개혁신당이지 하는 짓은 구태다.

 

이준석의 역공으로 가로세로연구소가 제기한 이준석 엑스파일의 실체가 드러날지도 모른다용산이 이걸 비장의 무기로 들고 있었다는 뜻이다지난 대선 때 가로세로연구소가 그걸 발표한 후 이준석은 묘하게 윤석열을 찾아가 우리는 원팀하고 외쳤다안철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얼마 전 검찰이 이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했다그후 선의의 조언이었다는 말이 나왔는데이제는 윤석열이 각종 선거 공천에도 개입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양두구육을 말한 셈이다묘하게 김소연의 문자 공개가 명태균 게이트의 화살을 이준석으로 향하게 했다진짜 도사는 김소연 같다이제 이준석과 용산의 싸움이 볼만할 것이다.

 

국민 눈높이 선생의 태세 전환

 

한편 용산과 갈등하는 척하던 한동훈이 최근엔 꼬리를 사려 화제다아마도 특검이라는 떡 하나 받아먹고 용산에 충성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괜히 용산과 대적해봐야 따르는 우군도 별로 없고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당 대표도 날아갈 판이기 때문일 것이다처음부터 용산과 갈등 코스프레를 한지도 모른다그러나 지지율이 더 떨어지자 복종하기로 태세 전환을 한 것 같기도 하다.

 

국힘당 중진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난 것도 한동훈의 태세 전환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이대로 가다간 차기 보수 대선 후보가 오세훈으로 갈 것 같다는 분위기를 감지한 탓으로 보인다오세훈을 만난 사람들은 권영세김기현박형준(부산시장), 나경원(불참등인데겉으로는 당정 화합을 말했지만 속으론 차기 보수 대선 후보와 서울시장 선거를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을 들은 한동훈이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고태세 전환을 하지 않으면 대선 출마는커녕 국힘당에서 제거될 것 같자 금세 태도를 바꾼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3자 특검을 그토록 강조하던 한동훈은 민주당이 특검 수정안을 내놓아도 거부하며 용산을 향해 꼬리를 살랑거리고 있다.

 

용산 역시 한동훈을 적대시해 얻을 게 없다고 판단한 모양인지 요즘 국힘당 지도부 표정이 밝다특히 한동훈과 사사건건 부딪쳤던 추경호 원내대표의 얼굴에 보름달이 떴다뭔가 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이율배반(二律背反)의 정치

 

침묵하다가 자신이 위기에 몰리자 용산을 공격하는 이준석이나용산을 공격하는 체하다가 다시 꼬리를 내리는 한동훈의 모습을 보면 이율배반(二律背反)이란 말이 떠오른다이 말은 서로 모순되는 두 명제가 동등한 타당성을 가지고 주장되는 일을 말한다.

 

이율배반은 논리를 형식상에서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까지 파고들어간다는 점에서 중요하다칸트는 이것을 단순한 오류로 보고 불가지론으로 결론내렸지만헤겔은 이율배반 개념에서 모순을 발전시켜 모순이 모든 사물 내에 존재하며 운동을 추동한다는 변증법적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두 사람에겐 이런 어려운 말도 쓸 필요가 없다그냥 겉 다르고 속 다르다고 하면 된다그 말이 두 사람의 정치적 발목을 잡을 것이다결국 윤석열김건희이준석한동훈추경호정진석 등이 보수를 공멸시킬 것이다고쳐서 쓸 물건은 따로 있는 법이다명태균이 구속되니 천공이 다시 등장했다구제불능 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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