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초목이 사시나무처럼 떨던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 사법살인이란 희한한 범죄가 있었다. 1975년 4월 8일 대법원이 사형을 선고하고 18시간 만에 형을 집행한 사건이다. 국가가 법이란 이름으로 죄 없는 국민을 죽인 살인사건으로 세계는 이를 ‘사법살인’이란 이름으로 세계 사법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그 날 법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법치는 죽었다.’
법치는 죽었어도 죽인 자는 살아있다. 사형판결을 내린 대법관들. 대법관은 최고의 법관이며 가장 존경받아야 할 법관이다. 왜냐면 국민이 법관을 믿어야 좋은 나라고 훌륭한 법관이 있어야 국민이 행복하다. 사법살인을 했다는 ‘불명의 영광’을 지닌 당신의 대법관들은 지금 말이 없다.
전 국정원장 원세훈 재판이 장안에 화재다. 술은 마셨는데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누가 인정을 했는가. ‘판사님, 판사님. 존경하는 판사님’이시다.’ ‘법치주의는 죽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린가. 법치가 죽었다면 무법천지가 되었단 말인가. 누가 이런 무식한 소리를 겁도 없이 한단 말인가.
그러나 이를 어쩐단 말이냐. 바로 현직 부장판사가 한 말이다. 판사가 법치를 죽었다고 선언했다면 죽인 자는 누구란 말인가. 가장 신성해야 할 법치를 죽인 자라면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하는가. 국민은 뭐라고 하는가.
사람이 유명해 지는 거 간단하다. 한 사람은 판결방망이 한 번 두들기고 단숨에 유명인이 됐고 또 한 사람도 말 한마디 하고 유명인이 됐다. ‘술은 마셨어도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비유를 역사적 명언으로 등록시킨 판사는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인 댓글공작을 했다면, 그것은 ‘정치개입’을 한 것이지만 ‘선거개입’을 한 것은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국민들이 바보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국민은 바보가 아니었다. 국민은 분노했고 이어서 나온 말이 “법치는 죽었다”는 말이었다. 어느 무식한 국민이 이런 소리를 했는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같은 법전을 가지고 밤새워 고시공부를 했을 판사였다.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는가. 이상할 것 없다. 천사도 악마도 얼굴은 같다.
이범균 판사와 김동진 판사.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지만 그들 입에서 나온 말 한마디는 잊을 수가 없다. 이 땅을 흔들어놓았다. 사법살인을 한 대법관들은 공범이지만 이른바 ‘법치 살해범’은 ‘단독범행’이었다. 세상을 온통 한숨과 분노로 끓게 한 판사의 말씀은 ‘난 법대로 했다.’는 것이다. 사법살인을 했다는 8명의 대법관도 말했다. 우리는 법대로 했다.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중국의 고사 성어다. 진시황이 죽은 후 환관 조고가 권력을 잡자, 왕인 호해에게 사슴(鹿)을 바치면서 ‘말(馬)‘이라고 했다. 왕이 "왜 사슴을 말이라고 하느냐?“고 묻자 "신하들에게 물어 보십시오.“ 대부분의 신하들이 권력의 편을 들어 말이라고 했고 몇 명의 신하만이 사슴이라고 했다. 진실을 말했던 신하는 환관 조고가 모두 죽였다.
성남지방법원의 김동진 부장판사는 ‘법치는 죽었다’고 선언했고 원세훈의 무죄판결은 궤변이라고 했다.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국민은 지켜 볼 것이다. 이범균 판사는 어떨까. 역시 국민이 지켜 볼 것이다.
대법원 게시판에 올린 김동진 판사의 글은 3시간 만에 대법원에 의해 삭제됐다. 대법원이 사슴을 말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고 환관 조고의 말을 옳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모두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성어를 시린 가슴으로 읽는다.
논어에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이 있다. 신뢰가 없는 곳에는 국가가 존립할 수 없다는 뜻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조고같은 간신 환관은 있다.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진시왕 때 고사지만 생명을 이어가면서 지금 한국정치에서 살아난다.
지금의 환관 조고는 누구인가.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 벼슬아치들은 누구인가. ‘법치를 죽인 자가 과연 고등법원부장판사로 승진을 할 것인가. 역시 국민이 지켜 볼 것이다. 그러나 이범균 판사의 승진여부는 보통문제가 아니다.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간신들이 법의 세계를 지배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검찰·국정원은 이미 국민들에게는 버린 자식으로 되어 있다. 그래도 자식노릇을 기대하는 것은 판사지만 ‘지록위마(指鹿爲馬)’가 독극물을 뿌렸다. 감히 단언하건데 갈 데 까지 갔다.
법치가 죽었는데 갈 곳이 어디 있단 말인가. 청와대는 침묵이다. 황폐해 진 국민의 가슴이 가엾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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