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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연맹의 정치세력화, 실천은 간 데 없고 탁상공론만

조합원들은 '민주노총의 통합진보당 지지'에 압도적 찬성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2/01/30 [23:36]

민주노총 연맹의 정치세력화, 실천은 간 데 없고 탁상공론만

조합원들은 '민주노총의 통합진보당 지지'에 압도적 찬성

서울의소리 | 입력 : 2012/01/30 [23:36]
민주노총이 31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정치방침을 결정하지 않고, 4.11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을 포함한 복수의 진보정당(진보신당, 사회당)을 지지하는 선거방침만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 논란에 부딪히자 일단 미루고 보겠다는 것인데, 민주노총이 올해를 "체제변환기" "권력재편기"로 규정한 데 비춰보면 여간 어색한 상황이 아니다.

기존 배타적 지지 대상이었던 민주노동당이 통합진보당으로 확대재편되면서, 민주노총은 그동안 총연맹과 산별, 지역본부장 수준에서 논의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여부에 대해 상층 간부들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정치방침은 없이 총선까지는 선거방침만 결정한다는 절충안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총선에서 유의미한 득표를 할 수 있는 정당이 통합진보당 뿐이므로, 총선 이후에 현실론에 기대 정치방침을 확정하려는 분위기도 작용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정치방침 논의는 조합원들의 의사가 배제된 채 진행되고 있다.
ⓒ김철수 기자

민주노총의 정치방침 논의는 조합원들의 의사가 배제된 채 진행되고 있다.

이영희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아수라장이 될 상황이라서 불가피한 타협점을 찾는 상황"이라며 "총선 이후에 논란이 자동으로 정리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선거방침을 이렇게 결정하더라도 정당명부 비례대표는 어떻게 할 것인지는 또 별개의 문제다. 이 또한 반대하는 쪽에서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일방적 지지라며 관련 방침을 확정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에서는 31일 오전 중앙집행위 회의를 열어 비례대표 지지 문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조합원들은 '민주노총의 통합진보당 지지'에 압도적 찬성

정치방침을 둘러싼 민주노총의 행보는 이해관계의 절충과 편의주의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논의가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의사가 배제된 채 진행되고 있기에 그렇다. 왜 조합원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을까?

당초 민주노총 정치위원회는 정치방침 수립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견 수렴을 준비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중앙집행위(총연맹 임원, 실장급, 산별대표자, 지역본부장) 회의에서 논란이 벌어졌고, '해 봐야 논란만 될 상황'이었기 때문에 관련 절차를 폐기했다는 것이다.

이영희 정치위원장은 "조합원 여론조사 방안을 냈는데 중앙집행위 회의에서 '여론조사를 믿고 갈 거냐, 지도부가 끌고 갈 거냐'의 문제제기가 있었고 설문 문항에도 논란이 있었다"며 "결국 (여론조사를)해봐야 논란만 될 것 같아서 김영훈 위원장과 정치위원회가 상의한 결과 여론조사 방안을 폐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상층 논의에 그친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의 행보와 달리,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현대자동차노동조합 등에선 여론조사가 실시됐고 그 결과는 사뭇 달랐다.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을 지지하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데 압도적인 찬성이 나온 것이다. 1월 26일 실시된 울산본부-(주)윈지코리아 조사에선 민주노총의 통합진보당 지지결정에 조합원의 78.3%가 찬성(적극 찬성 43.9%, 찬성하는 편 34.4%)했다. 반대 의견은 13.2%(적극 반대 3.3%, 반대하는 편 9.8%)였다. 울산과 전주, 아산 등 각 사업부를 대상으로 한 현대자동차노조의 조사에서도 민주노총의 통합진보당 지지결정에 57.8%가 지지했고, 반대의견은 37.2%였다.
 
민주노총 통합진보당 지지결정 조합원 의사는?
ⓒ민중의소리 유동수 디자인실장

민주노총 통합진보당 지지결정 조합원 의사는?


민주노총 지도부가 조합원들의 현장의 의사를 묻지 않고 중앙과 산별, 지역위원장단의 정파적 절충에만 의존하는 것은 단순한 절차적 문제가 아니다. 중차대한 양대선거가 있는 올해, 민주노총 지도부의 편의적 행보가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원칙도, 실리도 잃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정치방침 논의에는 당초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주요 기둥으로 '배타적 지지'가 세워진 이유가 실종돼 있다. 그간의 과정을 보면, 민주노총 상층부에서 '참여당이 신자유주의 정당이냐, 아니냐'의 논란만 반복하다가 배타적 지지를 슬그머니 폐기해 버린 모양새다. 배타적 지지 방침이 97년 3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 이래 15년간 유지된 정치세력화의 원칙이고 보면 당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응집된 힘이 아니면 어떻게 정치세력화가 가능하겠냐"며 "민주노총 대표자들의 결정은 여러 정당으로 지지를 분산시켜 내부 분열을 허용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10만 당원 가입운동? 공문 한 번 보낸 적 없다"

실리면에서 보면,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의 노동 기반을 강화하고 힘을 집중시키는 데도 실패하고 있다. 이것은 배타적 지지가, 진보정당이 수권정당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계급성을 잃지 않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현재의 논란과 관련해 '첫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진보대통합 추진 당시부터 '10만 조합원 당원 가입운동' 등 진보정당에 대한 개입력을 확대하기 위한 실천에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때문에 진보신당의 거듭된 합의안 파기와 부결에도 거의 중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영훈 위원장이 지난해 초부터 공언했던 10만 당원 가입운동은 채 시작도 되지 않고 유야무야 됐고, 이에 대한 평가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는 현재 학교비정규직노조를 비롯해 몇명 연맹과 단위노조에서 자체적인 당원확대사업이 진행중인 것과 비교된다. 한 산별연맹 관계자는 "당원확대 사업과 관련해 공문 한 장 받은 바 없다"며 "지금 진행중인 당원 사업은 총연맹과는 별도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확인했다.

민주노총 중앙의 행보와 관련해 한 지역본부 관계자는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이라도 갖추고 '준비하자'고 해야 하는데 손을 놓아버리는 게 문제"라며 "기본 원칙도 안 서 있고 사업도 안 되니 주도력을 잃고 절충적 태도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갈지자' 행보가 실천의 부재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중의 소리, 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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