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국내정치 및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경찰의 행태가 가히 막장입니다. 국정원 사건의 초기수사를 지휘했던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의 폭로로 경찰조직이 궁지에 몰리자 이번에는 권 과장이 감찰대상이라며 파렴치한 역공을 가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이미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으면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경찰이 신변의 위협까지 각오한 권은희 수사과장을 궁지로 몰아넣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새누리당 의원들도 이에 가세한 모습은 내부고발자를 철저하게 짓밟아 버리는 대한민국 권력기관들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 공익을 위한 내부고발자가 진정한 의미의 영웅이다
탁월한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에 이어 악의 평범성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스텐포드 대학의 짐바르도 교수는 자신의 교도소 모의실험에 대한 보고서인 『루피서 이펙트』를 통해 내부고발자에 대해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거대 조직이나 정부가 저지른 잘못들의 거의 대부분이 내부고발자의 용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라크에 있는 미군의 아부그라이브와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벌어진 포로 학대와 고문 스캔들도 내부고발자의 용감한 폭로가 없었으면 그 전모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비록 법정에 세워야 할 대상인 부시 대통령과 럼스펠트 국방장관, 조지 테닛 CIA 국장, 리카도 산체스 중장 등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지만 내부고발자의 용기 덕분에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외교문서를 위키리크스에 제보한 매닝 일병도 똑같은 사례입니다. 위키리크스가 미국 외교문서 170만건을 추가로 공개하기로 했지만 정작 매닝 일병은 군사법정에 세워져 사형까지 언도받을 수 있습니다. 위키리크스의 창설자인 어산지도 증거가 불분명한 성폭행 혐의로 지금까지도 미국 정부의 집요한 추격을 받고 있습니다. 담배회사의 불법을 고발한 내부자가 겪는 힘겨운 투쟁을 그려낸 영화 ‘인사이드 맨’의 내용과 다큐멘터리(EBS에서 방송)로 세계적인 식품회사 돌의 불법적인 노동착취를 고발한 스웨덴 감독의 경험도 현실과 비교하면 상당히 축소된 것일 만큼 조직과 이권의 규모가 클수록 내부고발자가 겪는 고통은 조직에서의 퇴출 정도만이 아닙니다. 둘 다 언론과 국회의 도움이 없었다면 더 큰 피해를 입었을 것입니다. 생명의 위협은 당사자는 물론 가족에게까지 전가되고 친척과 지인들을 통한 압박과 회유, 협박 및 공갈은 내부고발자가 최악의 상황에 빠질 때까지 계속됩니다. 어떤 조직이나 정부든 불법을 저지르기 마련이므로 내부고발자가 계속해서 나오지 않게 하려면 사후라도 내부고발자를 철저하게 짓밟는 행위를 멈추지 않습니다. 특히 대중의 관심에서 폭로의 내용의 사라진 이후에도 조직의 공격은 끊이질 않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루시퍼 이펙트』를 통해 내부고발자를 진정한 의미의 영웅이라고 한 것입니다. 또한 그는 ‘악한 상황에 맞서는 10단계 프로그램’을 제시하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평범한 영웅들의 출현에 대해 고찰함으로써 거대한 악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 경찰(정의로운 경찰이 아닌 불의의 편에선)과 보수(참보수가 아닌 수구꼴통) 세력은 권은희 수사과장을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다 검찰 특별수사팀의 전방위적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경찰수뇌부가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축소·은폐하려고 했던 정황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검찰의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알 수 없고,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내용들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경찰은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권은희 수사과장에 대한 감찰을 계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직문화가 마치 마피아를 연상시키는 한국적 특수성을 감안할 때 권은희 수사과장에 대한 경찰의 전방위적 감찰은 추가 내부고발자를 막기 위해 철저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새누리당은 이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을 할 것입니다. 권은희 수사과장의 폭로는 경찰수뇌부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뿐만 아니라, 경찰 조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최악을 치닫고, 첨예한 현안인 검경수사권 재조정에서 불리한 위치로 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직 경찰 총수들이 계속해서 사법적 처벌 대상에 오른 것이 이명박 정권의 부도덕성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 경찰수뇌부로선 권은희 수사과장의 폭로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수사의 진행상황에 따라 권은희 수사과장은 티끌만한 잘못이 발견되기만 해도 경찰 조직을 떠나야 할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그때를 전후해서 보수 단체들이 계속해서 군불을 지필 것이 분명합니다. 상식적으로 볼 때 국정원이라고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권은희 수사과장의 폭로는 국가권력기관 간의 치열한 치킨 게임 양상을 띠고 있지만 서로의 이해가 맞물리는 순간, 현실적으로 권 과장의 안위는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적 감시가 권 과장에게만 계속해서 머물 수 없는 까닭에 네티즌 수사대와 진보 언론 및 민주통합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 내부고발자를 지켜내지 못하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역사에 기록된 영웅들의 행적은 피해를 입은 민족이나 국가에서 보면 최악의 사건입니다. 아베 총리의 극단적인 망언에 우리나라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하지만 공익과 진실에 대한 소명을 실천하는 내부고발자는 거대 조직의 불법적 이익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영웅입니다. 국제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를 넘은 아베의 계속된 망언과 실종된 경제민주화, 개성공단에 대한 최후통첩, 민주당의 전당대회와 무한대의 이슈를 창출할 수 있는 한미정상회담, 새누리당의 전당대회, 안철수의 신당 창당, MBC의 신임 사장 선출, 싸이와 조용필 열풍, 류현진과 추신수의 활약상까지 국민적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것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국가권력기관의 불법을 폭로한 권은희 수사과장에 대한 경찰의 전방위적 감찰과 새누리당과 보수 세력의 압박 및 테러 위협은 멈추지 않고 진행될 것입니다. 만약 권은희 수사과장이 이번 내부고발로 일신상의 피해를 입는다면, 그것을 국민들이 지켜주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정의가 실종된 최악의 국가로 전락합니다. 수구 꼴통들의 권은희 수사과장에 대한 압박과 드러나지 않는 테러 위협이 높아가는 상황에서 국정원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권은희 수사과장을 우리 사회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지켜내야 합니다. 국정원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과 권 과장의 안위에 대해서는 추호의 타협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시대의 정의를 구현하는 것임과 동시에 우리나라가 반칙과 특권으로 얼룩진 부패국가에서 투명한 선진국가로 진입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입니다.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일개 네티즌으로써 권은희 수사과장의 용기에 감사함과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 힘내십시오, 정의 실현을 기원하는 국민이 당신과 함께 할 것입니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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